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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충무로에 여배우 기근 현상이 심각하다고 합니다. 단순히 ‘쓸만한 여배우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흥행을 담보해 줄 만큼의 ‘티켓 파워’를 가진 여배우가 없다는 뜻이겠죠. 그래서 최근 영화에 중복 출연한 조여정과 김성령이 더 눈에 띕니다. 비슷한 시기의 개봉 영화에서 전혀 다른 역을 맡은 두 배우의 연기 변신을 지켜보는 것도 색다른 감상법이 될 듯합니다.
김성령은 <표적>에서 여훈(류승룡)과 태준(이진욱)을 쫓는 강력계 여반장으로 출연해 40대라는 나이가 무색한 몸연기를 선보입니다. 총격신은 물론 류승룡과 일대일 액션연기를 펼치며 강한 카리스마를 뿜어내죠. <역린>에서는 사도세자의 부인이자 정조의 생모인 혜경궁 홍씨를 연기합니다. ‘사극 전문 배우’라는 별칭까지 얻었던 김씨는 모성애로 무장한 강단있고 묵직한 연기로 영화의 한 축을 담당합니다.
조여정 역시 <표적>과 <인간중독>(14일 개봉)에서 차별화된 연기를 보여줍니다. <표적>에서는 태준의 아내 희주 역을 맡아 위기상황에서 침착함을 잃지 않는 현명한 면모를 드러내죠. 특히 틱 장애를 앓는 성훈(진구)에게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며, 차가운 남성성이 넘쳐나는 영화에 온기를 불어넣는 역할도 합니다. 반면 <인간중독>에서는 예쁜 외모에 장군의 딸이라는 집안 배경까지 고루 갖춘, 진평(송승헌)의 아내 숙진 역으로 출연합니다. 남편을 장군으로 만들려는 야심을 가진 아내라는 설정입니다.
두 여배우의 중복 출연은 흥행 경쟁에서도 관심의 대상입니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끼리 경쟁해야 할 운명에 놓였기 때문인데요. 김성령은 <표적>과 <역린>이 공교롭게 같은 날(4월30일) 개봉했고, 조여정 역시 <표적>과 <인간중독>이 서로 경쟁작이 될 상황입니다. 김성령은 “어떤 영화가 더 잘됐으면 좋겠냐”는 질문에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다행히 <표적>과 <역린>이 황금연휴에 관객을 쌍끌이하며 초반 순항 중입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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