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긴 어게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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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카니 감독의 음악 영화 <비긴 어게인>이 지난 17일 200만 관객을 돌파했습니다. 감독의 전작 <원스>가 2006년 당시 국내에서 독립영화 사상 처음으로 20만 관객 돌파 기록을 세웠는데, 후속작이 벌써 10배의 관객을 모은 겁니다. 개인적으로 어느 정도 흥행 예감을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예상 못 했습니다. 영화를 수입한 판시네마 쪽도 잘되면 50만 관객 정도로 내다봤다고 하더군요.
왜 이렇게 많은 관객이 든 걸까요? 우선 <원스>의 덕이 있겠죠. 많은 이들이 영화와 음악의 감동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캐스팅의 힘도 상당합니다. 주연을 맡은 <캐리비안의 해적>의 키라 나이틀리와 <어벤져스>의 마크 러펄로는 할리우드 유명 배우죠. 게다가 인기 밴드 머룬5의 보컬리스트 애덤 러빈까지 출연해 연기와 노래를 하니 어찌 관심이 안 가겠어요? 미국 뉴욕을 배경으로 한 감각적인 영상과 매끈하고 세련된 음악도 꽤나 매력적입니다.
그래도 이것만으론 설명이 부족합니다. 분명 또 다른 요인도 있을 겁니다. 영화 수입사는 입소문 효과를 들더군요. <비긴 어게인>을 본 사람들은 유독 에스엔에스(SNS), 블로그 등에 감상을 많이 올렸다고 합니다. 저 또한 페이스북에서 “<비긴 어게인>을 보고 큰 감동과 위안을 얻었다”는 식의 글을 많이 봤으니까요. 남다른 취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기 마련인 에스엔에스의 특성상 <명량>보다 <비긴 어게인>에 대해 하고픈 얘기가 훨씬 더 많았을 겁니다. 앞서 77만 관객을 모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도 비슷한 흐름이었다고 볼 수 있죠.
최근의 이런 현상을 두고 예술·독립영화를 아우르는 다양성 영화의 대약진으로 해석하는 시각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다소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비긴 어게인>만 해도 유명 배우들이 출연한 할리우드 영화이니까요. 다만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와 거대 제작·배급사 한국 영화들의 대대적인 물량 마케팅 공세 속에서 작은 영화들도 관객들 입소문에 힘입어 이렇게나 많은 관객을 모을 수 있다는 건 고무적인 일입니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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