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플러스+
영화 <국제시장>의 주요 배경이 된 부산 국제시장의 ‘꽃분이네’가 문 닫을 처지에 놓였다고 합니다. 영화가 1000만명 넘는 관객을 모으며 큰 인기를 끌자 ‘꽃분이네’에도 관광객들이 몰렸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지만, 양말이나 허리띠 등 잡화를 파는 장사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리는 바람에 ‘꽃분이네’ 주변 상점은 오히려 장사에 방해를 받기도 했다는군요.
가게 주인은 ‘꽃분이네’ 운영자 신미란씨에게 오는 3월로 예정된 재계약 때 거액의 ‘권리금’을 요구했다고 합니다. 사람들이 몰리는 ‘핫 플레이스’가 됐기 때문이죠. 하지만 신씨는 방문객 수만 늘었을 뿐 매출로 이어지지 못한 상황에서 권리금이 부담스럽다며 재계약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영화 촬영 때문에 내걸었던 ‘꽃분이네’ 간판도 이제 내리기로 했다는군요.
영화가 인기를 끌면서 뜻하지 않게 피해를 입은 사례는 또 있습니다. 76년을 함께해온 노부부의 사랑을 그린 다큐멘터리 <님아, 강을 건너지 마오>가 크게 사랑받으면서 영화 속 주인공인 할머니가 거처를 옮기게 된 것입니다. 할머니는 할아버지를 떠나보낸 뒤 아름다운 추억이 담긴 집에서 남은 생을 보내려 했습니다. 하지만 집으로 찾아오겠다는 한 언론사의 전화를 받고는 자녀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몇년 전 노부부의 사연이 방송에 소개된 뒤 수시로 찾아오는 취재진과 방문객 때문에 힘들어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2009년 개봉해 300만명 가까운 관객을 모은 다큐멘터리 <워낭소리> 때와 판박이처럼 닮았습니다. 당시 영화가 주목받을수록 영화 속 할아버지와 가족의 불편은 커졌습니다. 사람들이 무턱대고 집으로 찾아오거나 협박·장난 전화를 걸어왔기 때문이죠.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본 영화 속 실제 인물이나 장소에 관심이 가는 건 인지상정입니다. 하지만 그 관심이 당사자에게 피해로 돌아간다면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죠. “개그는 개그일 뿐 따라하지 말자”는 말을 바꿔 “영화는 영화일 뿐 찾아가지 말자”고 하면 지나친 걸까요?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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