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플러스+
드럼은 밴드에서 근간을 이루는 악기입니다. 드럼 템포가 빨라지거나 느려지면 밴드 전체가 흔들리게 되죠. 야구로 치면 ‘안방 마님’으로 통하는 포수와 비슷합니다. 포수가 투수와 야수 전체를 바라보며 그라운드를 지휘하듯이 드러머는 밴드 전체를 조망하며 중심을 잡는 구실을 합니다. 하지만 야구에서 포수가 그렇듯, 드러머 또한 보컬리스트나 기타리스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는 것이 사실입니다.
최근 잇따라 개봉한 아카데미 수상작 두 편을 통해 드럼을 재발견했습니다. 지난 5일 개봉한 <버드맨>을 보며 ‘드럼만으로 이렇게 멋진 영화음악을 만들 수도 있구나’ 하고 놀랐습니다. 세계적인 재즈 기타리스트 팻 메시니와 함께 자주 무대에 서는 드러머 안토니오 산체스가 영화음악을 맡았는데요, 심장을 요동치게 만드는 드럼 소리가 긴장감과 몰입도를 극도로 끌어올리더군요.
지난 12일 개봉한 <위플래쉬>는 아예 재즈 드러머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입니다. 천재 드러머와 괴짜 선생의 대결 구도로 숨막히게 몰아치는 영화는 개봉 닷새 만에 30만 관객을 모으며 열풍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재즈 트럼펫 연주자 오재철 등 6명으로 이뤄진 ‘위플래쉬 프로젝트 밴드’는 지난 14일 씨지브이 용산, 롯데시네마 건대입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상영 뒤 연주회를 열었습니다. 영화 속 재즈 명곡 ‘위플래쉬’, ‘카라반’ 등을 연주하자 엄청난 반응이 쏟아졌다고 하네요.
밴드에서 드럼을 연주한 신동진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드러머의 눈으로 봤을 때 주인공의 연주가 엉성한 대목도 있지만, 비전문가로서 엄청난 노력을 한 것 같다. 영화에서 비롯된 드러머에 대한 관심이 ‘반짝’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연주회를 마치고 “영화가 100만 관객을 넘기면 전국 극장 순회 공연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도 했다고 합니다. 왠지 현실이 될 것 같은데요? 그렇게 되면 저도 그 극장으로 달려가렵니다. 영화도 보고 공연도 보고, 이보다 더한 호사가 또 있을까요?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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