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플러스+
영화를 처음 담당하고, 매일 시사회장을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독자들에게 소개할 좋은 영화를 먼저 봤을 때는 기쁘고, 도저히 아닌 영화는 고역입니다.
오늘은 ‘개 영화’를 얘기하려 합니다. 저도 집에 개가 세 마리입니다. 원래 두 마리였는데, 아파트 화단에서 한 마리를 더 데려왔지요. 잡종 유기견으로 덩치가 커서 뛸 때면 좀 무섭기도 합니다. 하루 종일 소파를 차지하고 늘어지게 잠을 자는 모습을 보면, 정말 ‘개 팔자가 상팔자’란 생각도 듭니다.
반려견과 함께 사는지라 <화이트 갓>은 공감이 많이 가는 영화입니다. ‘개’라는 말을 붙이면 욕설이 되지만, 이 영화 정말 ‘개 판’입니다. 주인공도 하겐이라는 이름의 개이고, 막판에 수백 마리의 개가 등장합니다. 영화 이름의 ‘갓’(god)은 개(dog)의 철자를 거꾸로 한 것입니다.
헝가리 부다페스트, 13살 소녀 릴리가 사랑하는 하겐은 여차여차한 이유로 버려집니다. 도시라는 정글 속에서 생존을 위해 하겐은 뛰고 또 뜁니다. 수많은 반려견이 버려지는 현실을 그대로 담았지요. 지난겨울 충남 서산의 만리포해수욕장에 들른 적이 있습니다. 한 식당 아주머니는 “여름 피서철에 해수욕장에 많은 개가 버려진다. 어떤 개는 주인이 타고 있을 것 같은 승용차를 쫓아 찻길을 막 뛴다”고 하더군요.
하겐은 버려지기만 한 게 아니라 착취를 당합니다. 그 다정한 놈이 투견으로 길러집니다. 관객은 이 장면에서 아프리카 노예를 떠올릴 것입니다. 민중 반란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도 있습니다. 감독도 이 영화를 단순한 반려견 이야기가 아니라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은유였다고 했답니다. 영화 제목도 백인의 식민지배를 은근히 지칭한 겁니다. 관객은 무엇보다 하겐의 연기력에 감탄하게 될 겁니다. 공포와 분노, 평온을 너무도 잘 표현합니다. 영화에 나오는 개들은 모두 동물보호소에서 데려왔는데, 촬영 뒤 전부 입양됐다고 합니다.
제69회 칸 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대상’을 받았고, 하겐 역을 한 개는 이 영화제에서 ‘팜 도그 대상’을 탔답니다.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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