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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일베보다 더 두려운 ‘좋아요’

등록 2015-03-31 19:35수정 2015-05-27 08:48

시네 플러스+
영화 <소셜포비아>에선 여러 명의 남자들이 악플러를 응징하기 위해 모입니다. ‘레나’라는 악플러는 자살한 군인에게 악플을 달다가 분노한 누리꾼들의 표적이 됩니다. 그러나 “사과를 받아내기 위해서” 악플러를 찾아가는 ‘현피(현실에서 만나 싸우는 것) 원정대’도 정의와는 거리가 멀어보입니다. 자신들이 남자들이고 다수라는 점에 힘입어 누군가를 집단적으로 공격하는 것을 즐기는 듯 보입니다. 인터넷 방송 진행자는 그들의 싸움을 부추기며 이 과정을 실시간으로 중계합니다.

베를린 예술대 한병철 교수는 책 <심리정치>에서 “서사를 상실한 악플은 흥분의 물결”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영화 <소셜 포비아>는 온라인 악플러에게 누군가 오프라인으로 욕을 퍼붓고, 악플러에게 온라인 악플이 달리는, 흥분에 휩싸인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보여줍니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 죽음을 택할 만큼 상처를 받아도 흥분의 물결은 멈추지 않습니다.

케이티 스마트금융부서에서 일하는 송명빈씨는 모든 것을 기억하는 인터넷 세상에서 ‘디지털 소멸권’을 주장합니다. 요즘 상대방이 읽고 나면 그 내용이 사라지는 메신저 서비스가 인기입니다. 누군가 죽고 나면 그 사람이 온라인에 남긴 정보를 정리하는 ‘디지털 장례’ 서비스도 나왔습니다. 지난해 유럽에서는 검색엔진 구글에서 자신의 정보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하는 사람들이 줄이어 나타나면서 ‘잊혀질 권리’에 대한 논쟁이 뜨거웠습니다. 송명빈씨는 책 <잊혀질 권리, 나를 잊어주세요>에서 포털 사이트들은 데이터를 업로드하기 전 생성자가 데이터 수명을 정하고 언제든지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에이징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영화 <소셜 포비아> 홍석재 감독은 처음에 이 영화의 제목을 ‘일베’라고 정하려고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정말 두려워해야 할 것은 일베가 아닙니다. 종일 스마트폰을 묵주처럼 어루만지며 ‘좋아요’를 확인해야 안심하는 우리 삶이 더 걱정스럽습니다. 이 순간에도 빅데이터는 쌓이고 있습니다. “나는 10년전 네가 타임라인에서 한 말을 기억하고 있다”는 <심리정치>의 지적이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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