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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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는 일본에서만 270만권 넘게 팔린 마스다 미리 만화가 원작입니다. 카페 매니저로 일하는 수짱,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모시고 어머니와 사는 사와코, 일을 그만두고 결혼한 마이코를 통해 삼십대 중반 여자들의 처지와 마음을 읽어내는 이야기입니다. 3명의 여자라는 설정은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를, 여자들의 감성으로 바라본 현실적인 문제를 담고 있다는 점에선 한국 영화 <싱글즈>가 떠오를만합니다. 하지만 이 두 작품은 10년도 더 된 이야기입니다.
2000년대 초반 일본 사회는 이미 결혼하지 않는 세대가 아니라, 연애 의욕조차 없는 세대에 대해 걱정하기 시작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여자들은 영화 속 사와코처럼 “나도 나이 들어 할머니처럼 병들어 눕는다면 고독사 할 것”을 걱정합니다. 영화에서 수짱 어머니는 딸에게 연애는 안 하냐고 채근하는 대신 적금이라도 제대로 넣으라고 권합니다. 이런 점에서 영화는 어느 정도 진실을 담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라는 질문은 결코 한가롭지 않습니다. 혼자 생존할 수 있을까 불안하다는 뜻입니다. 만화에서 수짱은 저금을 할 돈으로 요가를 배울지 말지, 오랫동안 갈등합니다. 요가 수강료 1만엔과 노후를 저울질할만큼 불안하기 때문에 수짱은 수시로 ‘나 괜찮을까?’하고 묻습니다. 일본에서는 몇해 전부터 30대 여성들이 결혼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곤카츠’(결혼활동)에 나서고 있습니다. 2011년 아사히 신문은 “독신 여성 셋중 하나는 빈곤 상태”라고 보도했습니다. 절대 다수 여성들이 비정규직이거나 빈곤 상태인 사회에서 일본 여대생 희망직업 1순위는 전업주부입니다. 그러나 곤카츠를 열심히 해도 정규직 남성과 결혼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영화 속 여자들은 마치 자아실현과 가정의 꿈 중 무엇을 택할까 갈등하는 듯 보이지만, 이건 진실이 아닙니다. 지금은 온전한 취직도 결혼도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불안한 이유가 드러나지 않으면 사춘기 영화가 되어버립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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