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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애니

후쿠시마에서 우리를 보았다

등록 2015-04-14 22:48수정 2015-05-27 08:46

영화 <후쿠시마의 미래>.
영화 <후쿠시마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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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가을,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이홍기(58) 감독과 이창현(59) 작가는 일본 후쿠시마로 갔습니다. 보통 최소 4~5명 정도로 촬영팀을 꾸리지만 이번엔 누구에게도 함께 가자는 이야기를 꺼낼 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2011년 3월11일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가 폭발해 방사성 물질이 밖으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2년 반이 지난 원전 인근 지역은 야생동물이 휘젓고 다닐 만큼 폐허가 됐습니다. 원전에서 200㎞ 떨어진 지바현조차도 방사능 오염에서 자유롭지 않습니다. 풀숲이나 하천처럼 방사능 물질이 쌓이기 쉬운 곳에서는 기준치를 훌쩍 넘는 수치가 나오곤 합니다. 불안감에 쫓기던 일본 시민들은 ‘시민조사단’을 만들어 30년전 대형 원전 사고가 있었던 우크라이나 체르노빌로 갑니다. 원전 사고 뒤 그 지역은 어떻게 됐는지 알아보자는 뜻이었습니다. 폭발했던 체르노빌 4호기엔 방호벽이 씌워져 있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방호벽에도 균열이 생겨 방사능 추가 유출 가능성이 퍼지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일본 조사단과 이홍기 감독은 4호기 조정실로 들어갑니다.

단 몇 시간이었습니다. 그러나 그곳은 죽음의 땅이었습니다. 그들은 조정실에서 나와 그날 입었던 옷을 모두 태웠습니다. 감독은 살갗이 벗겨질 때까지 씻고 또 씻었습니다. 그날 저녁 시간엔 아무도 말이 없었습니다. 1년 뒤 체르노빌을 찾았던 일본 시민 17명 중 5명이 걸을 수 없게 됐습니다. 이홍기 감독은 불안증세가 생겨서 1년 동안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원전이 무서운 이유는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재앙을 불러오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 오사카대학 노무라 교수는 담담한 어조로 “쥐 실험을 해보니 40대 후손에도 방사능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카메라가 꺼진 뒤 감독과 교수는 손을 붙잡고 울었다고 합니다. 대안을 묻는 감독에게 노무라 교수는 말했답니다. “미안합니다. 방사능에 대해서는 어떠한 대안이 없습니다. 희망이 없습니다.”

영화 제목이 <후쿠시마의 미래>인 이유는 체르노빌은 일본의 미래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노후 원전을 끌어안고 사는 우리의 미래일 수도 있습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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