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 플러스+
수많은 영화가 오고 가지만, 옆에 남겨두고 싶은 영화가 있게 마련입니다. 예전에는 비디오 테이프로, 요즘은 ‘소장형 브이오디(VOD)’로 쟁여둘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영화는 영상과 소리를 담은 필름(또는 파일)이 전부는 아니겠지요. 영화의 원작이 되는 책이 있고, 영화 관련 전문 서적은 물론 시나리오, 아트북, 예술서 등은 영화라는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게 돕는 밑거름이 됩니다.
우리나라의 첫 영화전문도서관인 ‘씨지브이 씨네 라이브러리’가 다음달 1일 문을 엽니다. 씨제이 씨지브이(CJ CGV)가 서울 명동역점의 6개 상영관 가운데 하나를 도서관으로 꾸며 일반인들에게 공개합니다. 영화 관련 도서 1만 여권을 갖췄다는데요, 단순히 영화 관련 서적에 머물지 않고 영화 제작에 영감을 안겨줬던 미술, 사진, 건축, 디자인, 세계문학 작품 등 인문·예술분야의 엄선된 장서들을 마련했다고 합니다.
이 도서관이 우리나라 영화의 상징인 서울 충무로 근처에 자리잡는 것도 의미 있는 대목입니다. 영화인들이 충무로를 많이 벗어나 있지만, 아직 충무로는 영화의 대명사로 쓰입니다. 씨지브이 명동역점은 이번에 6개 상영관 가운데, 또 다른 2개 관을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인 ‘씨지브이 아트하우스’로 바꾼다고 합니다. 명동역점이 충무로 영화인들과 영화를 사랑하는 ‘진성 관객’들을 위한 거점이 될 듯 합니다.
25분 정도 걸어 서울 종로3가 서울극장으로 발길을 옮기는 것도 괜찮습니다. 서울 유일의 민간 시네마테크(고전영화 필름을 보관하고 상영)인 서울아트시네마가 지난 24일 이곳에 새 둥지를 틀었고, 대표적인 독립영화전용관인 인디스페이스도 다음달 이사를 간답니다. 고전영화 상영관과 독립영화 상영관이 한 곳에 모이는 셈입니다. 요즘 <어벤져스2>가 극장가를 사실상 점령하는 상황에서, 작은 영화를 만날 수 있는 곳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안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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