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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씨제이이엔엠의 텐트폴은 여름 <베테랑>, 겨울 <히말라야>죠.”
이번주 ‘할리우드 클래식 시리즈에 대항하는 한국 영화의 전략’을 취재하다보니 모든 투자배급사에서 ‘텐트폴’이라는 말을 쓰더군요. 최근 몇 년 사이 등장한 영화 용어 가운데 하나인데요. 캠핑 가는 것도 아니고, 왜 영화계에서 텐트폴이 나올까요?
‘텐트폴’은 텐트를 칠 때 세우는 지지대처럼, 한 투자배급사의 라인업에서 가장 흥행 가능성이 높은 영화를 뜻합니다. 보통은 순제작비부터 다른 영화를 압도할 만큼 높고, 유명 감독이나 배우가 포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투자 배급사의 입장에서는 다른 영화의 성적이 좀 부진해도 텐트폴 영화의 흥행 성적이 좋으면 1년 손실을 한 방에 만회할 수 있기 때문에 제작부터 마케팅까지 세밀한 전략을 짜게 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지난해 씨제이이엔엠의 텐트폴은 여름 <명량>, 겨울 <국제시장>이었습니다. 두 영화는 지난해 각각 1760만명과 1420만명을 동원해 2014 박스오피스 뿐 아니라 역대 박스오피스 1·2위를 갈아치우는 기염을 토했죠. 씨제이이엔엠은 이 두 편의 영화만으로 흥행에 참패한 제작비 100억원대 영화 <우는 남자>(60만명) 등의 손실을 만회하고, 큰 수익을 남겼습니다. 롯데엔터테인먼트의 <해적: 바다로 간 산적>(866만명), 쇼박스의 <군도: 민란의 시대>(477만명) 역시 지난해 여름 텐트폴 영화였습니다. 성적으로 보면 3사 가운데 쇼박스만이 절반의 성공이 그친 셈이죠.
텐트폴 영화는 대부분 관람 연령이 낮아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영화라는 특징이 있습니다. 대체로 방학이 낀 여름과 겨울 시즌을 겨냥해 개봉합니다.
아, 텐트폴과 정 반대로 기대하지 않은 영화가 의외의 성공을 거두는 경우도 있습니다. 영화계에선 ‘슬리퍼 히트’라고 부릅니다. 입소문을 타면서 개봉관이 크게 늘고 결국 메가 히트작이 되기도 하는데요. 지난해 480만명을 동원한 독립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가 대표적 사례죠.
올해도 각 투자배급사의 텐트폴 영화가 이름 값을 하는지, 깜짝 흥행에 성공하는 슬리퍼 히트 영화는 없는지 살펴보세요. 영화를 보는 재미를 더해 줄 것입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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