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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연평해전>이 지난 주말 100만명 가까운 관객을 동원하며 누적관객 32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반면 같은 날 개봉한 용산참사를 모티브로 한 영화 <소수의견>은 33만여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는데요. ‘정치적 영화가 아니다’라는 제작진들의 강조에도 불구하고 극장 밖에선 ‘이념 대결’처럼 비쳤던 두 영화의 흥행결과에 대해 설왕설래가 나오고, ‘스크린 몰아주기’에 대한 비판도 더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재미있는 것은 <연평해전>의 투자배급사인 ‘뉴(NEW)’와 경쟁사인 ‘씨제이’의 엇갈린 운명입니다.
영화계에서는 “뉴가 ‘이념 논쟁’의 최대 수혜자”라는 말이 돕니다. 그도 그럴 것이 뉴는 지난 2013년 1137만여 명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변호인>의 투자배급사였기 때문입니다. 뉴는 부림사건을 변호했던 고 노무현 대통령의 실화를 모티브로 한 이 영화를 배급하며 ‘좌파 회사가 아니냐’는 일부 극우세력의 따가운 시선을 받은 바 있습니다. 그랬던 뉴가 이번엔 ‘우파 영화’로 인식되는 <연평해전>으로 선전하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한 일이죠. 한쪽에서는 ‘<변호인>으로 정권에 밉보인 뉴가 <연평해전>으로 만회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는군요.
반면 씨제이는 쓴 입맛을 다실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애초 <연평해전>과 <소수의견>은 모두 씨제이가 투자배급하기로 했던 영화인데요. 씨제이는 이재현 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연평해전>의 투자배급에 나섰다가 “회장 구명을 위해 정권 코드 맞추기를 한다”는 의혹을 받았습니다. 반대로 <소수의견>은 제작이 마무리되고 2년이 지나도록 배급을 미루다 결국 손을 떼면서 “회장 재판에 악영향을 줄까 봐 정권의 눈치를 본다”는 비난을 샀죠.
결국 두 영화에서 모두 손을 뗀 씨제이는 영화 개봉 뒤에도 여전한 비판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회장의 대법원 선고가 미뤄지고 있으니 씨지브이가 정권 입맛에 맞는 <연평해전>에 스크린을 몰아주고, 상대적으로 정권의 심기를 건드리는 <소수의견>은 홀대하는 것 아니냐”는 거죠.
이 모든 게 사실이든 아니든 경쟁사 영화를 팍팍 밀어주고 비판까지 받는 씨제이와 ‘손 안 대고 코 푸는 격’인 뉴, 둘의 상반된 처지는 참 얄궂은 운명의 장난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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