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마야. 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짬] 자전 에세이집 내고 공연하는 가수 마야
2009년 오토바이 전국 습지투어
방황 끝내고 정체성 찾기 ‘고행’
두차례 인도여행 불구 혼란 여전 최근 국악 공부에서 해답 찾아
새달 5집 음반 발표 뮤지컬 토크쇼도 노래 ‘진달래꽃’의 가수 마야(39·본명 김영숙·사진)는 6년 전 오토바이를 몰고 전국 습지투어에 나섰다. 680㏄ 대형 바이크를 끌고 울산 무제치늪, 제주 물영아리 오름 등 전국에 있는 10여개 람사르 습지를 11일간 돌아보았다. 비바람을 맞고, 외진 곳에서 오토바이가 고장이 나고, 배고픔에 시달리면서 우리 땅 구석구석을 돌며 마야는 깨달았다. “그동안 남을 모방하는 데 급급했어요. 그 모방이 완벽할수록 전 행복한 것이 아니라 더 고통스러웠던 겁니다.” 연습생 6년 만에 2003년 ‘진달래꽃’으로 가요계 정상에 올랐던 마야는 곧 시들었다. ‘소포모어 징크스’(2년차 증후군)를 극복하지 못하고 한계에 부딪친 것이다. 환호하던 팬들의 싸늘해진 시선에 그는 방황했다. 그러다 지난해 이삿짐을 싸다가 우연히 혼자 떠났던 오토바이 여행 때 메모를 발견한 그는 기억을 더듬어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래전부터 자연에 관심이 많았어요. 지긋지긋한 환경을 벗어나고 싶어 여행을 계획했고, 이왕이면 습지를 보고 싶었어요.” 하지만 모든 것을 내려놓기는 쉽지 않았다. 연예인이라고 받는 칭송도, 여자여서 누리는 배려도, 그 어떤 특별 대접도 받고 싶지 않았다. “끝없이 저를 내려놓으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깨달음을 얻을 것 같았어요. 여행자가 아닌 고행자가 되고 싶었어요.” 그는 습지여행에, 이후 두차례 인도여행을 하며 자신을 성찰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하지만 마음을 비우기는 여전히 쉽지 않았다. “아직도 ‘순위’에 집착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바람같이 살다가 가고 싶다는 결심을 했지만, 내려놓는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어요.” 마야는 중·고교 6년 동안 반장을 놓치지 않았던 흔히 말하는 ‘엄친아’였다. 합창대회, 연극 경연, 웅변대회, 체육대회 등 모든 행사에 나섰다. 하지만 ‘일진회’의 멤버로, 복도에서 후배들이 선생님보다 마야에게 먼저 인사를 할 정도였단다. 그는 부모 몰래 대학로 거리에서 ‘차비 좀 달라’고 사정해 모은 돈으로 연극을 본 적도 있었다. 고교 졸업과 동시에 서울로 가출한 그는 극단에 들어갔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공장 인부들이 낮에 잠깐씩 쉬는 구석 창고방을 밤마다 찾아들어가 잠을 자고, 오토바이 배달부로 일하기도 했다. 재수 끝에 서울예술대학 연극과에 입학한 그는 졸업 뒤 가수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쉽게 기회는 오지 않았다. 주위 사람들도 모두 포기하고 지쳐갔다. 여러 프로듀서들이 그를 위해 곡을 만들어줬지만 히트곡은 나오지 않았다. 그때 소속사 사장이 “이제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봐”라며 격려를 했고, 그는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앨범을 만들었다. 바로 ‘진달래꽃’이었다. “정말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를 알아야 해요. 그러기 위해선 자신을 들여다보는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진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 채 살아간다면 결국 방황하게 됩니다.” 자신의 정체성이 한글을 쓰고, 한국에 살고 있고, 한민족의 얼과 혼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마야는 국악에서 해답을 찾았다고 한다. 가야금을 배우고, 도서관에 가서 국악 관련 책을 빌려 읽고, 종묘제례악을 듣기 위해 어가 행렬을 따라가기도 했다. 새달 초 7년 만에 5집 앨범을 발표하는 그는 국악을 기반으로 일렉트로닉 색을 입힌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선보일 예정이다. 최근 자신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은 에세이집 <나 보기가 역겹다>(뮤토뮤지크 펴냄)도 펴낸 그는 30일부터 새달 2일까지 뮤지컬과 토크, 그리고 연기를 함께 버무린 새로운 형태의 공연도 준비했다. “새 앨범이 실패하더라도 한 점 부끄럽거나 슬퍼하지 않을 겁니다. 나의 정체성을 찾고, 신념과 확신을 갖고 살아갈 수 있게 만든 앨범이기에 성공 여부는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석양의 부드러운 햇살을 한껏 받아들이는 마야는 이름(석가모니의 어머니)처럼 구도승으로 보였다.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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