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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대중과의 밀당, 이제 좀 자신감이 생겼다랄까요”

등록 2015-12-16 20:52수정 2015-12-17 17:31

 사진 조소영 기자 azuri@hani.co.kr
사진 조소영 기자 azuri@hani.co.kr
[2016 대충예언, 이 밴드가 뜬다]
(1) ‘톱밴드3 우승’ 아시안체어샷
“한동안 흥청망청 쓰려고요.”(박계완, 드럼) “저는 기부를 하려고. 이 형한테요. 형은 저한테 기부 좀 해주세요.”(황영원, 베이스·보컬) “난 기브업.”(박)

아시안체어샷이 3년 만에 부활한 <탑밴드3>(한국방송 2TV)에서 우승했다. 상금은 1억원이다. 텔레비전에서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같이 웃지도 울지도 않더니 며칠 새 여유를 되찾은 것 같다. 12일 새벽 <탑밴드3>우승을 결정짓고 하루 종일 밥만 먹고 자는 생활을 하던 아시안체어샷을 14일 불러냈다. 올해와 내년 촉망받는 신참 밴드들을 연달아 소개하는 기획의 첫번째 초대 손님이다.

한국적 서정 깃든 메탈 록밴드
출연의상이 곧 일상복…소탈
“우리 가는 길, 틀리지 않았다”

[과거] ‘스매싱 펌킨스’ 멤버가 앨범 프로듀싱

스매싱 펌킨스가 프로듀싱한 앨범을 가진 밴드가 <탑밴드3>에 나오다니, 인디 밴드의 열악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듯하다. “우리는 스매싱 펌킨스의 제안을 받고는 믿기지 않아 했지만 사람들은 잘 모르니까요.”(박) 스매싱 펌킨스의 기타리스트 제프 슈뢰더는 홍대 인근에서 한국인처럼 산 적이 있는데, 그때 아시안체어샷에 반해서 정규앨범 프로듀싱을 제안했다. 그는 2014년 미국에서 전속 엔지니어까지 초빙하여 <호라이즌>(Horizon) 앨범을 만들었다.

슈뢰더는 앨범을 내면서 아시안체어샷을 이렇게 정의했다. “신중현이 라디오헤드의 목소리로 블랙사바스 음악을 한다.” <톱밴드3>에서는 한국적인 락이라고 소개를 했는데, 청자들은 도대체 이 장르를 뭐라고 해야 하느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20대 후반 모였을 때 얘기했던 게 장르 생각 하지 말자였다. 성격이 다르고 사이키델릭, 펑크, 어쿠스틱, 발라드 다들 좋아하는 게 달랐으니까.”(황) “밴드는 물리적 작용이 아니라 화학적 작용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다.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음악을 하다 보니까 새로운 것이 나오는 것 같다.”(손희남, 기타) ‘날 좀 보소’ ‘해야’ ‘뱃노래’ 제목에서부터 한국적인 특색이 있는데, 음악은 쟁쟁거리고 폭발한다. 한국적인 서정이 깃든 메탈, ‘아시안체어샷’ 그 자체가 하나의 장르인 셈이다.

[현재] “어머니가 이제는 반대 안하신대요”

아시안체어샷은 그들 말로는 제작진이 안 좋아하는 출연진이었다. 제작진이 일상생활을 그리게 해달라고 했지만 아시안체어샷은 거절했다. “밴드는 멋있어야 하니까요. 저도 거실에 앉아 평면 티브이 켜고 커피 마시는 이런 상황 연출할 수 있으면 보여줬죠.”(박) ‘탈춤’을 부를 때 한복을 부탁한 이외에는 옷도 입는 옷 그대로 입었다. “자주 입은 옷이 있는데 사람들이 저 색깔 좋아하나보다 그러더라고요.”(박) 그게 하나의 옷인 줄은 시청자는 몰랐다. “제 옷장 열면 모두 티브이 출연 의상들이에요.”(황) 인터뷰 현장에도 아시안체어샷은 티브이에서 보던 ‘그대로’ 나타났다. 밴드는 이런 멋있는 말도 한다. “하루에 한끼만 먹는 거 아니에요? 두 끼는 먹는 사람도 있어요?”(박)

[미래] 상금 1억, 일단 빚 갚고 엘피 내고파

이들이 곡을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건 너무 쉬워 보여 놀랍다. 작곡 과정이 공개된 ‘사랑이 모여서’의 탄생을 보면 박계완이 주제를 정해주면 기타 리프를 손희남이 갖고 오고 황영원은 웃통을 벗고 그림도 그리는 딴짓을 해가며 곡을 만들어낸다. 윤일상 심사위원은 “이걸 3일 만에 쓴 거냐”며 놀라워했다.

<톱밴드>가 준 것은 상금만이 아니었다. “(<톱밴드>심사위원인) 신대철 형님이 너네 걸 해, 이러셨는데 음악을 너네답게 하라는 사람 처음이었다.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은 우리를 바꾸려 했었다. 내가 하는 일이니 틀린 건지 잘하는 건지 확신 못했는데 제일 힘이 되었던 것 같다.”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 걸까를 고민해 앨범을 만들었는데 이번 경연을 통해서 하고 싶은 것을 하면 된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대중을 원치 않는 게 아니라 우리 길을 가다 보면 열리는 거죠. 그러니까 대중과의 밀당을 하는 거죠.”(황)

상금은 빚 갚기 위해서 조금씩 나눠가진 뒤에 앨범 작업에 쏟아부을 예정이다. “엘피를 내고 싶어요. 엘피 플레이 시간이 45분인데 이번에 출연하면서 곡이 세 개나 생기기도 했으니까 내년 초에는 나오지 않을까요.”(손)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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