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의 시간은 그들을 참 다른 곳에 데려다놨다. “지난해 11월 첫 이피(EP·미니앨범)가 나오고 포스터와 시디(CD)를 들고 홍보하러 다녔다. 가끔 평일 공연하던 클럽 에프에프를 지나다 저기도 넣을까 하며 갖다줬던 게 또렷하게 기억난다. 그 시디를 들은 지금의 소속사 대표가 올 초 전화를 걸었고, 수많은 경연에 나가고 성적이 자꾸 올라가고…. 정신없이 한 해가 갔다.”(강성민, 기타와 코러스) “회사를 풀타임으로 다니는데 평일에 공연을 하니까 관객도 없고 지쳤었다. 평일은 그만할까 하는 순간 주말 라인업으로 꽂혔다. 주말에 서는데 신경 좀 쓰자며 옷 사서는 카톡방에서 서로 자랑하고 그랬다.”(전현근, 보컬과 기타) “그 옷 지금 입고 왔잖아.”(강성민)
‘보이즈 인 더 키친’(보인키)은 2015년 롤러코스터를 탔다. 올해 4개의 ‘루키’ 칭호를 독식했다. <교육방송>(EBS) <스페이스 공감>이 뽑는 ‘헬로 루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케이루키’(K-루키), 뉴이어락페이스벌 엠브이비(MVB·모스트 밸류어블 밴드), 신한카드 ‘그레이트 루키’까지 섭렵했다. 지난 17일에는 두 번째 이피 <푸버티>(Puberty)를 냈다. ‘올해의 루키왕’을 22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3명이 회사원이어서, 저녁에 시간을 잡아야 했다.
“다들, 우유부단의 끝이에요.”(남나리, 베이스와 코러스) ‘사춘기’란 뜻의 앨범 제목에 5곡이 잘 맞아들어간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앨범 재킷 컷이 나온 뒤에야 제목을 정했단다. 앨범의 복작복작하고 유쾌한 노래들은 춤 ‘젬병’도 어깨춤을 추게 한다. “시간이 꽤나 흘렀지 넌 어때 아직도 그래? 잠들면 베개 밑 손을 넣는 버릇 같은 거”라며 섬세한 감성을 그린 ‘토이스토리’는 전형적인 보인키 댄스곡이다. “그저 잘하고 있다 말하면 그걸로 됐으니 꽤 우습지 난”이라며 <포레스트 검프>의 여자 주인공 제니의 입장에서 부르는 ‘제니(Jenny)’는 기타 멜로디 라인이 콩닥콩닥 설레게 한다. “하필 왜 사람 많은 데서 울어 내가 나쁜 놈인 줄 알잖아”(‘여우’) 등 한국의 연애하는 보통 남자의 속을 뒤집어 보이는 곡도 귀엽다. “1집 앨범이 지질유치한 감성이었다면 2집은 거기에서 조금 더 나가보려고 했다. 다른 곡 가사 쓰는 게 힘들어서 ‘여우’ 가사를 잡았는데 30분 만에 완성했다. 지질한 가사를 안 쓰려고 했는데 ‘훅’ 나오니까, 나는 어쩔 수 없나 보다, 고 생각하기도 했다.”(전현근)
올해만 4개의 ‘루키’ 칭호 독식 3명은 회사원…1년간 큰 변화 지질유치하게 또는 유쾌하게 이 땅의 청춘들 ‘현재’ 노래해 “앨범에만 몰두하는 게 희망”
<푸버티>는 ‘어른처럼 보이고 싶은’ 마음의 몽정을 겪는 청춘들의 ‘현재’다. <스킨스><마이 매드 팻 다이어리>같은 영국 청춘 영화를 보는 듯하다. ‘영국’ 청춘 영화인 이유는 씹는, 혹은 흘리는, 스스로의 표현에 따르면 ‘꼬는’ 전현근의 보컬 때문이기도 하다. “마넌 게 함꺼v언에 머릿th옥을 zi나갈 뛔”(‘많은 게 한꺼번에 머릿속을 지나갈 때’, ‘토이스토리’ 노래 부분) 한국어가 영어로 들리는 희한한 발음법이다.
지난 10월 그랜드민트페스티벌에서는 본 공연장 밖 블루썸 하우스에서 일요일 낮 첫 공연을 했다. 공연 마무리 멘트로 전현근은 “열심히 해서 안쪽으로 들어가보도록 하겠습니다”라 했다. 중국을 압도하는 고속성장 밴드는 대(충)예언하건대, 2016년에 또 한번 롤러코스터를 탈 것 같다. ‘사춘기 소년’은 성장이 빠르니까.
“뭐든 안 힘들겠냐만은 한발 한발이 힘들다는 거를 매번 느낀 2015년이었다. 상황이 바뀔 수 없다면 새로운 시작을 해보고 싶다.”(남나리) “공연을 스스로 해보고 싶다. 올해는 경연을 하며 바쁘게 보냈는데 경연은 즐기는 게 힘들다. 관객들과 즐거운 것을 하고 싶다.”(강성민) “정규음반을 내고 싶다. 이번에는 앨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의식이나 서사를 담고 싶다.”(김정훈, 드럼) “내일 출근하는 것도 걱정인데 거창하게 목표는 없다. 목표 대신 희망이라고 하면 앨범 작업을 할 때 앨범에만 몰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페스티벌 메인 무대에 서려면 달콤한 연애 노래가 있어야 할 것 같다. 그건 히든 트랙으로 해야겠다.”(전현근)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