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게임마이스터고 정석희 교장
“방탄소년단(BTS)과 <기생충> 봉준호 감독처럼 세계 무대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게임 콘텐츠 개발자를 키워낼 겁니다.”
국내 첫 게임마이스터고교 정석희 교장(48)의 포부엔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을 역임한 잘나가는 게임업체 대표 출신다운 특유의 자신감이 묻어났다.
“큰 꿈을 가진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아시아 최고의 게임학교를 만들고 싶”어 교육자의 길로 들어선 그를 22일 경기 안양시 경기게임마이스터고에서 만났다.
이 학교는 게임업계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지난 16일 개교했다. 국내 게임산업 시장 규모는 21조3448억원(2018년 기준)으로 지난해 영화산업 매출액(2조5092억원)보다 10배가량 크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호소가 끊이지 않았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교육부, 안양시 등이 학교 설립을 통한 게임개발자 양성을 위해 수십억 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좋은 인재는 대형 인터넷·게임 회사에 빼앗기고 중소 게임업체는 항상 인력난에 허덕입니다. 사람이 곧 경쟁력인 업계에서 즉시 전력감인 인력을 구하는 데 항상 갈증이 컸던 것 같아요. 많은 게임 전문기관에서 다양한 인재를 배출하면 업계도 훨씬 성장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이 학교에 온 이유이기도 하고요.”
정 교장과 학교의 인연은 2018년 겨울 이 학교 전신인 경기글로벌통상고가 마이스터고 심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자문하면서 시작됐다. “게임개발자협회장인 저에게 학교 선생님들이 조언을 요청했어요. 제가 1세대 게임개발자였고 대학 강의도 해서, 저를 통해 업계와 게임교육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협회 관계자들과 고민해서 현업에서 필요한 마이스터고 교과과정과 프로그래밍 커리큘럼을 만들었어요. 이를 바탕으로 우리 학생들에게 게임 기획과 개발을 위한 프로그래밍 실습교육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그는 학교의 경쟁력으로 “올해 뽑힌 77명의 신입생”을 꼽았다. “이제 막 시작한 학교라 아직 부족한 게 많아요. 체계적인 커리큘럼을 비롯해 교육 노하우 등은 시간과 시행착오를 겪어야 견고해질 수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 학교의 첫 신입생들을 보고 희망이 생겼습니다. 이제 막 중학교를 졸업한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위해 몇 년 전부터 달려왔던 거잖아요. 자신만의 철학을 가진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와 열정이 취업준비생 못지않았어요. 분명 우리 학교에서 한국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개발자가 나올 것 같습니다.”
국내 첫 게임마스터고 16일 개교
게임 개발자 양성 목표로 안양에
첫 신입생 완도 등 전국서 77명
“어린 기술자 찍어내는 교육 대신
콘텐츠 예술가 양성 교육 할 터”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 지내 신입생들은 2.5대 1의 경쟁을 뚫고 입학했다. 안양 지역에서 20명, 전남 완도와 부산 등 전국에서 57명이 모였다. 교육 과정은 전액 무료고, 대부분의 학생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단체활동과 협업이 중요한 게임업계에 최적화된 환경인 셈이다. 학생들의 열기로 시끌벅적해야 할 학교는 코로나19 여파로 조용했다. 개교 뒤 첫 공식행사인 입학식조차 온라인으로 치렀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학교에 출근해 게임 관련 분야를 가르치기 위해 수백 시간의 각종 연수를 수강하고 있었다. 학교는 수업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대학과 업계에서 활동 중인 5명의 산학협력 강사들도 초빙했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학생들과 함께하는 게임 대회를 열 생각이고, 몇 년 뒤엔 우리 학생들이 만든 게임으로 대회를 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정 교장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청바지를 즐겨 입고, 돈가스를 좋아하는 40대’ 젊은 교장 선생님은 “교육현장에만 몸담지 않아 우리 교육의 고정관념과 비효율을 더 빨리 극복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업계와 소통하며 업계와 모든 학생이 윈윈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기에, 학생을 가르친다는 생각보다는 함께 일할 좋은 후배를 키운다는 생각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젊은 교장답게, 그의 머릿속은 더 먼 미래를 향하고 있었다. “영화는 예술로 평가받는데 게임은 아직도 유해성 콘텐츠로 보는 시선이 있잖아요. 좋은 게임을 제작하려면 기술적 능력뿐만 아니라 철학과 인문학, 예술적 감각을 총동원해야 합니다. 마이스터고도 산업 수요에 맞춰 어린 기술자를 찍어내는 직업양성소라는 비판도 있는데 우리 학생들만큼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게임 콘텐츠를 제작하는 예술가로 키우고 싶습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국내 첫 게임마이스터고 정석희 교장을 22일 경기도 안양시에 있는 경기마이스터고에서 만났다. 옥기원 기자
게임마이스터고 교정. 옥기원 기자
게임 개발자 양성 목표로 안양에
첫 신입생 완도 등 전국서 77명
“어린 기술자 찍어내는 교육 대신
콘텐츠 예술가 양성 교육 할 터” 한국게임개발자협회장 지내 신입생들은 2.5대 1의 경쟁을 뚫고 입학했다. 안양 지역에서 20명, 전남 완도와 부산 등 전국에서 57명이 모였다. 교육 과정은 전액 무료고, 대부분의 학생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단체활동과 협업이 중요한 게임업계에 최적화된 환경인 셈이다. 학생들의 열기로 시끌벅적해야 할 학교는 코로나19 여파로 조용했다. 개교 뒤 첫 공식행사인 입학식조차 온라인으로 치렀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학교에 출근해 게임 관련 분야를 가르치기 위해 수백 시간의 각종 연수를 수강하고 있었다. 학교는 수업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대학과 업계에서 활동 중인 5명의 산학협력 강사들도 초빙했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면 학생들과 함께하는 게임 대회를 열 생각이고, 몇 년 뒤엔 우리 학생들이 만든 게임으로 대회를 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정 교장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청바지를 즐겨 입고, 돈가스를 좋아하는 40대’ 젊은 교장 선생님은 “교육현장에만 몸담지 않아 우리 교육의 고정관념과 비효율을 더 빨리 극복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게임업계와 소통하며 업계와 모든 학생이 윈윈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싶기에, 학생을 가르친다는 생각보다는 함께 일할 좋은 후배를 키운다는 생각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젊은 교장답게, 그의 머릿속은 더 먼 미래를 향하고 있었다. “영화는 예술로 평가받는데 게임은 아직도 유해성 콘텐츠로 보는 시선이 있잖아요. 좋은 게임을 제작하려면 기술적 능력뿐만 아니라 철학과 인문학, 예술적 감각을 총동원해야 합니다. 마이스터고도 산업 수요에 맞춰 어린 기술자를 찍어내는 직업양성소라는 비판도 있는데 우리 학생들만큼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게임 콘텐츠를 제작하는 예술가로 키우고 싶습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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