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이에스(CES) 관람객이 중장비업체 캐터필러의 원격조종 기술을 체험하고 있다.
굴삭기 조종석에 앉아 스틱을 움직이니 거대한 굴삭기 팔이 천천히 회전했다. 하지만 회전하는 모습은 모니터를 통해서만 볼 수 있었다. 실제 굴삭기는 조종석에서 2700㎞ 떨어진 곳에 있다.
5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세계 가전·정보기술 전시회 ‘시이에스(CES) 2023’의 웨스트홀에 마련된 건설장비 전문회사 캐터필러 전시 부스 한쪽이 행사 내내 북적였다. 중장비를 원격 조종하는 기술(Cat Command technology)을 체험해보는 부스였다. 조종석 옆쪽에는 굴삭기가 1678마일(약 2700㎞) 떨어진 일리노이주에 있다는 문구가 큼지막하게 쓰여있다.
모니터는 총 두 개이고, 아래 모니터 화면은 네 개로 분할돼 있다. 위쪽 모니터는 멀리 떨어진 곳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공사장 전체 상황을 조망할 수 있도록 했고, 아래쪽 모니터로는 앞·뒤·왼쪽·오른쪽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원격조종 기술 체험 부스 옆에 굴삭기가 1678마일 떨어진 일리노이주에 있다는 설명이 쓰여있다.
조종석에 앉아 캐터필러 현장 전문가인 브래드의 지시에 따라 굴삭기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른쪽 조종 스틱을 아래로 내리자 굴삭기 팔이 천천히 내려갔다. 흙을 퍼 올린 뒤 팔을 회전시켰고, 퍼 올린 흙을 다른 쪽에 다시 쏟아냈다.
조종 스틱을 조작하는 시점과 굴삭기가 움직이는 시점이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다.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듯했다. 조던 보더스 마케팅담당은 “이미 2년 전에 상용화된 기술로 많은 고객이 찾고 있다”고 한 말이 실감이 났다. 실제 현장에서 사용해도 전혀 무리가 없어 보였다.
조던은 고객들이 원격 조종 서비스를 구매하는 이유로 안전과 코로나19 대유행을 꼽았다. 그는 “위험한 장소에서 작업할 때 매우 유용하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라 원격 작업에 대한 수요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원격 조종 조작을 도와준 브래드도 “쾌적한 실내에서 작업할 수 있어 작업자의 피로도를 줄여준다”고 말했다.
캐터필러는 현재 북미·유럽·아프리카·중동에 이 기술을 판매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전 세계를 대상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라스베이거스/글·사진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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