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2024 니로’ 하이브리드 모습. 기아 제공
기아가 지난 1일 출시한 스포츠실용차(SUV) 연식변경 모델명은 ‘더 2024 니로’입니다. 아직 2월인데 ‘2023’이 아닌 ‘2024’가 붙은 겁니다. 전날 출고한
더 2024 니로 출시 기사에 한 독자는 “이제 2월1일이다 이놈들아. 24년형? 23년 초에 24년형이라며 가격을 올려받네”라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저도 기사를 다 쓰고 난 뒤 독자의 댓글을 읽고 나서야 의문이 들었습니다. 기아는 왜 올해 2월에 내놓은 차명에 ‘2024’를 붙였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기아의 대답은 “해당 모델을 판매하는 시점을 더 고려했다”입니다. 기아를 계열사로 두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기아는 연식변경 모델을 출시할 때 해당 모델을 판매하는 시점을 고려해 연식을 붙인다”고 말했습니다. 내년까지 판매할 요량으로 2024년을 붙였다는 겁니다. 이 관계자의 말처럼, 기아가 이런 방식을 택한 건 처음이 아닙니다. 2019년 1월에 2020년형 쏘렌토를, 2022년 1월에
‘더 2023 모하비’를 출시했습니다. 하지만, 연초부터 판매하는만큼 합리적인 설명은 아닙니다.
다른 회사들도 해를 넘기기 전에 다음 연도를 붙여 연식변경 차량을 내놓습니다. 그래도 그해 하반기는 지난 뒤에야 다음 해 숫자를 붙입니다. 같은 그룹사인 현대차는 6월을 기준으로 연식을 가릅니다. 예를 들어, 2022년 6월까지 출시하는 차는 2022년을, 2022년 7월부터 출시하는 차에는 2023년을 붙입니다.
기아 사례가 예외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국내 자동차 회사 관계자는 “2022년을 넘기기 전에 2023년식으로 출시하려다가 개발 일정 등이 미뤄지면서 2024년을 붙인 것으로 보인다. 이해할 수 있는 측면도 있지만, 2월에 다음해 연식을 붙이는 건 너무 이르다”고 말했습니다.
차량 연식과 관련된 별도 규정은 없어, 제조사 임의로 연식을 달아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습니다. ‘차대번호’에 관한 규정이 존재합니다만, 이 마저도 부실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차대번호에는 특정 차량 고유의 정보가 담겨, 자동차 주민번호로 불리는데요. 17자리 가운데 10번째 자리는 생산연도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제작사가 임의로 부여한 연식이 표시돼서입니다. 국토교통부의 ‘자동차 차대번호 운영 규정’을 보면, 10번째 자리인 ‘모델년도’에 대해 ‘실제 생산된 년도와 관계없이, 24개월 이하의 생산기간 내에 각각의 자동차 모델을 구별해 지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년도’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기아 피알(PR)센터에 올라온 ‘더 2024 니로’ 출시 보도자료. 현대자동차·기아 피알(PR)센터 갈무리
국토교통부 담당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모델년도는 제작연도와 무관하다. 예를 들어, 2026년에 2022년식 모델을 생산한다면 (차대번호에) 2022년식으로 표시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생산하는 ‘더 2024 니로’도 차대번호에 2024년으로 표기됩니다. 중고차 거래에서도 제작사가 부여한 연식으로 표기됩니다.
당연히 소비자 쪽에선, 이런 방식의 연식 표기가 소비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이정주 한국자동차소비자연맹 회장은 “1, 2월에 출시된 차량에 다음해 연식을 붙이는 것은 법의 헛점을 악용한 명백한 소비자 기만 행위”라며 “2024년에 차량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은 그 해 나온 모델로 오해하고 구입할 수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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