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2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등이 과거 대선 때와 달리 조세정책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두 후보 모두 부동산 관련 세금 완화는 물론 각종 복지 정책 강화 등으로
수백조원의 재정 지출을 공언하지만, 이를 위한 재원 마련 대책은 부족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2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두 후보의 10대 공약을 보면, 조세정책 관련 내용은 찾기 힘들다. 아직 공약집이 발간되지 않은 탓일 수도 있지만, 과거 대선과는 사뭇 다르다. 20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는 ‘감세’를 앞세웠다. 고소득자나 대기업을 포함한 감세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비록 집권 기간 감세에도 이로 인한 투자는 빈약해 ‘낙수효과’가 없었다는 비판도 받았지만 조세정책은 있었다. 5년 뒤 박근혜 후보는 증세와는 거리를 두면서도 비과세·감면 정비와 자산소득 과세 강화를 약속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조세정의 실현’을 강조하며 고소득자와 대기업을 중심으로 한 증세를 약속했다. 이후 ‘핀셋 증세’라는 비판은 있었지만, 소득세와 법인세 모두 최고구간을 신설하고 세율을 인상했다.
현재는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많은 공약을 약속하면서도 조세정책은 찾기 힘들다. 나란히 다주택자 양도세는 물론 보유세 완화나 가상자산 과세 유예 등 일부 분야에서 감세 공약을 내놓지만, 집권할 경우 조세정책을 어떻게 꾸릴지 계획을 찾기 힘들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과거 선거 때는 감세든 증세든 큰 밑그림을 제시했는데 이번에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아 누가 되더라도 당선 이후 조세정책의 방향이 가늠이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두 후보 모두 “증세는 없다”고 강조한다. 이재명 캠프의 하준경 한양대 교수(경제학)는 “증세는 국민 동의가 있어야 해 무리하게 할 수 없다”며 “세수 자연 증가와 지출구조조정 등에 중심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캠프의 김소영 서울대 교수(경제학)도 “재원은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상당 부분 마련할 계획”이라며 “증세는 현재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고, 꼭 필요한 상황이 올 경우 대국민 토론을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두 후보가 공약 이행에 각각 300조원 이상(이재명 후보)과 266조원(윤석열 후보)의 대규모 예산이 든다고 밝히면서도, 재원 마련은 지출 구조조정과 세수 자연증가, 경제 회복에 따른 세수 증대 등에만 기대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양준석 가톨릭대 교수(경제학)는 “코로나19 영향은 물론 현 정부에서 강화된 복지정책 등으로 재정적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복지지출을 늘리겠다며 증세는 안 한다는 것은 표심을 의식한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도 “이명박 정부는 감세했지만 박근혜 정부는 비과세·감면 정비로, 문재인 정부는 일부 증세를 했다”며 “이번에는 지출 구조조정과 세수 자연증가 등으로 재원 마련하겠다고 밝히지만 세수 자연증가만큼이나 저출산·고령화 등에 따른 기초연금, 아동수당 등 증가분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올 예산의 49.8%가 삭감하기 힘든 의무지출인 것처럼 지출 구조조정도 어떤 부분을 줄일지 보다 구체적으로 밝혀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공약의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일시적으로 하더라도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를 비롯한 부동산 세제 강화와 법인세·소득세 강화를 10대 공약에 담았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연금개혁과 함께 거래세 완화, 1주택자 재산세 강화, 다주택자 과세 강화 등을 약속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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