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시각)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에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 뉴욕증권거래소 입회장 화면에 비치고 있다. 연준은 이날 3년 3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는 것으로 본격적인 금리 인상의 시작을 알렸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중앙은행이 제로금리 시대를 마감하고 험난한 긴축의 비탈길로 들어섰다.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발걸음도 더욱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는 16일(현지시각) 기준금리 목표범위를 0.25∼0.50%로 0.25%포인트 올렸다. 2018년 12월 이후 3년 3개월만의 인상이다. 40년만에 가장 뜨거워진 인플레이션을 잡겠다는 의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연내 6차례 추가 인상 예고로 이어졌다. 연준 위원들의 향후 금리 전망을 보여주는 ‘점도표’를 보면, 올해 말 금리 수준은 1.875%(중간값)다. 0.25%포인트씩 인상한다면 올해 남은 6번의 통화정책회의가 열릴 때마다 금리를 올려야 한다. 지난해 12월의 3회 인상 전망에 비해 인상폭과 속도가 훨씬 크고 빨라진 것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금리를 더 빨리 올리는 게 적절하다고 결론을 낸다면 우리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리 인상폭이 한번에 0.5%포인트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시장에서는 5월이나 6월에 0.5%포인트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게다가 파월 의장은 자산 축소(양적 긴축)도 이르면 5월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준의 현재 보유자산은 8조9천억달러로 불어나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패닉(공황)’에 빠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번 회의 결과를 물가위험에 대한 ‘대굴복’이라고 표현했다.
이날 연준은 올해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이전 2.6%에서 4.3%로 크게 높여잡았다. 반면 성장률 전망치는 4%에서 2.8%로 1.2%포인트 낮췄다. 물가와 성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기 어려운 연준의 정책적 딜레마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월가의 새로운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군드라흐는 “연준이 추세에 뒤처져 실기한 탓에 내년 경제가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를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연말에 1.75∼2.00%로 전망된 만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현재 1.25%인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으면, 두 나라의 기준금리는 역전된다. 그렇게 되면 외국인투자자들의 자금 유출이나 원화가치 하락 위험이 커질 수 있다. 물론 최근 급등한 국내 물가만으로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의 근거는 충분하다. 시장에서는 한은도 올해 2∼3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면 연말 기준금리가 1.75∼2.0%에 이르러 미국과 얼추 키를 맞출 수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24일 금통위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연말 기준금리가 연 1.75%에서 2.0%에 이를 것이라는 시장 기대가 적정하다고 보느냐”는 질의에 “시장의 그런 기대가 합리적인 경제 전망을 토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한은의 다음 통화정책 결정회의는 4월14일로 잡혀있다. 여기서 당장 금리인상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정권교체 등에 따라 후임 한은 총재 인선이 늦춰져 회의 전까지 금통위 의장인 총재가 공석일 경우, 기준금리 인상 시점이 5월로 연기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가계대출 이자 부담과 민간소비 위축 등으로 경기에 충격이 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지난달 24일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한 위원은 “코로나19 사태는 제조업과 수출보다는 서비스업과 소비에 비대칭적으로 가해진 충격”이라며 “성장률과 같은 지표만 보고 위기에서 벗어났다고 판단해 금리인상을 가속하면 경제회복의 탄력이 둔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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