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제55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해 29일(현지시간) 비즈니스 세션에서 거버너 연설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국에서 경제위기 재현될 가능성 매우매우 낮다는 게 외부의 시각”이라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또 미국의 금리 인상이 장기간 이어지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한국은 외환보유고가 충분해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추 부총리는 30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필리핀 마닐라 방문 중 기자들을 만나 “미국 로버트 캐프로스 아시아·태평양 지역 담당 재무차관보, 아사카와 마사츠구 아시아개발은행 총재, 벤자민 디오크노 필리핀 재무장관,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등을 만나보니, 지금은 과거 위기 때와 상황이 달라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은 없다는 인식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추 부총리의 이런 인식의 배경에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과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규모에 대한 낙관적 태도가 있다. 추 부총리는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단기적으로 일부 자본의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이게 아주 길게 이어질 것은 아니다. 결국 경제와 금리가 반응하면서 정책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 기간이 되면 다시 정상 수준의 조절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은 더더욱 외환보유고도 많기 때문에 위기 재연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본다”며 “시장이 불안하면 체력 약한 곳이 먼저 어려움의 징후가 나타나는데, 아직까지 우리는 괜찮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추 부총리는 경제 위기와 관련한 메시지 관리의 어려움도 토로했다. 그는 “일단은 너무 불안해하지 말라는 것이 늘 (내놓는) 메시지인데, 불안해하지 말라고 하면 정부가 시장을 안이하게 본다고 하고, 불안하니까 정신 바짝 차려야 한다고 하면 정부가 불안을 조장한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에너지 가격이 불안정한 가운데, 추 부총리는 에너지 절약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추 부총리는 “무역수지 악화의 제1주범이 에너지 수입액 증가”라며 “최근 반도체 가격 하락(영향)도 나타나지만, 에너지를 절약하고 이용을 효율화하는 것은 정말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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