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이후부터 지칠 줄 모른 채 오르고 있는 ‘킹달러’(글로벌 달러 강세)는 미국이 얻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 프리미엄’이라는 견해가 제시돼 눈길을 끈다. 미국 중앙은행의 통화 긴축도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지난 2월 말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미국의 무기, 원유, 석유·석탄 제품, 철강 상품이 독일·프랑스·폴란드·스웨덴 등지로의 수출이 대폭 증가하면서 미국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확연하게 줄어들고, 그에 따라 수급 측면에서 달러화 강세가 연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5일 엔에이치(NH)투자증권이 내놓은 ‘달러, 금리 차 이상의 프리미엄?’ 보고서를 보면, 미국 월간 무역수지 적자규모는 지난 3월 1060억달러로 2000년대 들어 최고점을 기록한 뒤 4월~8월(약 700억달러)까지 연속 감소세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 총수출에서 상품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직전 약 68%에서 71%가량으로 상승했다. 그 배경은 독일·프랑스·폴란드·스웨덴 등 유럽 주요국이 러시아산 수입을 크게 줄이고, 그 대신에 미국 상품 수입을 대폭 늘렸기 때문이다. 지난 4월부터 8월까지 품목별 미국 수출액을 보면, 원유는 약 70억달러에서 110억달러가량으로, 석유·석탄제품은 약 90억달러에서 140억달러가량으로, 철강제품은 약 46억달러에서 67억달러가량으로, 천연가스는 약 27억달러에서 35억달러가량으로 증가했다.
특히 전쟁 발발 이후 독일·프랑스시장 수출이 그 전보다 약 10억달러(3개월평균)씩 증가했고, 무기 지원 등 우크라이나와 정치군사적 연대를 지속하는 폴란드 및 스웨덴(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으로 향하는 미국상품 수출도 각각 3억달러(3개월평균)가량 증가했다. 보고서는 “3월 이후 빠르게 증가한 미국 상품수출은 전쟁과 연관돼 있을 가능성이 크다. 즉 유럽 주요국이 러시아로부터 수입을 크게 줄이고 대신에 미국 수입으로 대체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의 미국 무역수지 개선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반대급부 성격이 있고, 그에 따라 달러는 전쟁의 프리미엄을 받고 있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 긴축 기조와 미국과 다른 통화 상대국의 경기 상황, 나아가 독일과 미국의 실질금리 차이 정도를 고려해도 최근의 달러 강세 폭은 유독 큰 편이라 경기와 금리 차 만으로 요즘의 달러화 강세를 설명하기 어려우며, 달러가 ‘이미 비싼데도 계속 강한’ 까닭은 전쟁이 부여하는 달러 프리미엄 때문이라는 얘기다.
조계완 선임기자
kyew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