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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고금리·킹달러 충격에도 ‘강 건너 불구경’ 하는 미국과 IMF [정책BAR]

등록 2022-10-19 17:16수정 2023-07-05 18:59

달러 초강세로 세계 곳곳 토로하지만
정작 미국 입장은 “시장이 결정한 것”
지난 12∼1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디시(DC)의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장 모습. 주요 20개국 누리집 캡처
지난 12∼1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디시(DC)의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장 모습. 주요 20개국 누리집 캡처

“국제통화기금(IMF)이 이런 권고를 하는 건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에요.”

지난 14일(현지시각) 오전 미국 워싱턴 디시(DC)를 찾은 기획재정부 기자단 단체 채팅방이 갑자기 분주해졌습니다. 저를 포함한 기자들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아이엠에프 총회를 취재 중이었는데요. 이날 아침 아이엠에프의 ‘실세’로 여겨지는 기타 고피나스 수석부총재가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 발단이었습니다.

글의 제목은 ‘달러 강세에 국가가 대응하는 방법’이었는데요. 특히 이 글의 마지막 단락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달러 강세와 통화 긴축의) 대규모 파급 효과가 미국 경제에 미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미국은 세계 안전 자산의 글로벌 제공자로서 적격 국가에 통화 스와프 라인을 재가동할 수 있다.”

아이엠에프가 미국을 콕 짚어 통화 스와프 얘기를 꺼낸 게 “의미심장하다”는 것이 우리 정부 쪽 인사의 해석이었고요. 기자들 사이에선 미국 연준이 한·미 통화 스와프 체결을 깜짝 발표하려고 ‘밑밥’을 던진 게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 기대는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해당 글 작성에 관여한 아이엠에프 직원을 통해 통화 스와프 언급에 ‘특별한 의미’가 없다는 걸 확인했기 때문인데요. 미국이 필요에 따라 스와프 체결을 ‘할 수 있다(could)’는 것이지, 반드시 ‘해야 한다(should)’는 건 아니라는 겁니다. 다시 말해 “하면 좋고, 아니면 말고”라는 얘기죠.

사실 이런 기류는 이번 회의 기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주요국들이 미국의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과 킹달러(달러 초강세)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토로했지만, 정작 미국은 “달러 강세는 시장이 결정한 것”이라고 응대했고요. 아이엠에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난 11일 기자 회견에서 피에르-올리비에르 고린차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달러 강세의 파급 효과와 ‘제2의 플라자 합의(1985년 미국·일본 등의 달러 가치 하락 합의)’ 필요성을 묻는 외신 기자 질문에 이런 취지로 답했죠.

“달러 강세는 각국 경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을 반영한 것으로, 달러 강세를 막으려 할 게 아니라 각 국가가 여기에 적응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 금융 시장은 ‘긴축 발작’(테이퍼 텐트럼, 유동성 흡수에 의한 시장 충격) 수준의 변동성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미국의 고금리·킹달러가 초래한 각국의 환율 급등, 자본 유출 등을 ‘강 건너 불 보듯’ 한다고 말하면 과도한 비판일까요? 물론 현재 미국이 위기의 구원 투수를 자처하며 각국과의 통화 스와프 체결에 먼저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와 2020년 코로나19 사태 당시엔 세계의 달러 자금 시장이 얼어붙으며 미국으로 각국의 달러 수요가 몰려 미국에도 위기의 불이 옮겨붙을 수 있다는 우려가 스와프 체결의 계기가 됐죠. 그러나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는 건데요. 미국 입장에선 자국의 이익이 가장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국가든 마찬가지죠.

그런데 이들의 이런 시각과 대응을 영 못마땅하게 여기는 경제학자들도 적지 않습니다. 이번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일찌감치 경고했던 미국 경제학계 거물 로런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이 대표적인데요.

그는 지난 14일 국제금융협회(IIF) 연례 총회에서 아이엠에프·세계은행 등 국제기구를 향해 날 선 비판을 했습니다. “아이엠에프와 세계은행의 대응은 매우 실망스럽습니다. (세계 경제의 위기를 진화해야 하는) 소방차가 아직도 소방서에 머물고 있습니다.”

한국은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체결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 아니라는 우리 정부 쪽 설명엔 일리가 있습니다. 다만 금리·환율 변동성 확대와 경제 침체 우려 앞에서 경제 패권국인 미국과 국제기구가 뒷짐을 지는 듯한 모습이 우리를 포함한 세계 경제의 우울한 미래를 미리 보여주는 거울이 아니길 바랍니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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