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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오락가락 금투세의 흑역사…세금이 만들어지는 법 [정책BAR]

등록 2022-11-17 05:00수정 2023-07-05 18:59

“좋은 방법 있으면 알려줘요.”

지난 4월 새 정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취재하다가 인수위 실무자로부터 ‘제안’을 받았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주식 양도소득세 전면 폐지’를 공약했죠. 그런데 막상 공약을 이행하려고 보니 재벌 같은 대주주의 세금까지 몽땅 없애주는 건 문제라는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그러자 인수위 실무자는 기자가 묘안을 제시하면 정책에 반영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를 다시 기자에게 귀띔해 줘 ‘단독 기사’ 아이템을 주는 일종의 담합을 하자는 거죠.

사실 이 공약은 탄생 배경부터 문제가 있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선거 때인 지난해 12월25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 티브이(TV)’에 출연했다가 주식 투자자 등 시청자들로부터 ‘경알못’(경제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혹평을 받았죠. 선거 운동을 주도하던 캠프는 이런 이미지를 만회하고 ‘동학 개미’들 표심을 잡으려 주식 양도세 폐지 공약을 깜짝 발표했습니다. 원래 윤 대통령의 공약은 증권 거래세 폐지였죠. 그러나 앞뒤 재지 않고 주먹구구로 기존 공약을 뒤집은 겁니다. 당시 공약 바꿔치기를 주도한 관계자조차 “주식 양도세 폐지 공약이 나온 배경은 적절치 않았다”고 인정할 정도입니다.

‘묻지 마 공약’의 뒷수습은 결국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맡았습니다. 여야가 지난 2020년 합의해 내년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의 도입 시기를 2년 더 늦추기로 한 거죠.

금투세는 주식, 펀드, 채권, 파생상품 등 금융 투자 상품의 제각각인 소득 과세 제도를 ‘금융투자소득’으로 합쳐 단순화하는 게 핵심인데요. 현재 대주주만 내는 상장 주식 양도세 과세를 주식 거래 차익이 연 5천만원을 넘는 일반 투자자까지 확대한다는 점 때문에 반대가 크죠. 정부는 대주주 특혜라는 비판을 우려해 기존 대주주 주식 양도세 과세 제도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대신에 일반 투자자까지 주식 양도세 과세 대상을 넓히는 금투세 시행을 유예하는 식으로 공약을 지키는 모양새를 갖추려 했죠. 추 부총리는 대주주 감세를 본인이 막았다고 자평하지만, 골치 아픈 문제를 임시변통으로 처리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일 것 같습니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최근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금투세를 놓고 벌이는 논쟁을 보면 입맛이 씁니다. 민주당은 애초 내년 금투세 시행을 주장하다가 여론의 반대를 고려한 이재명 대표의 ‘신중론’에 당 입장을 다시 검토하고 있는데요. 민주당 사례를 포함해 지난 1년여간 주식 양도세 폐지와 금투세 시행 여부를 둘러싼 정부와 정치권의 논의를 지켜보면서 개인적으로 ‘정책이 이렇게 주먹구구여도 되는 건가’하는 탄식을 여러 차례 했습니다. 즉흥적인 공약이라도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대통령의 의지도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세금 내는 걸 반기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급속한 고령화와 복지 수요 증가 등으로 증세가 불가피한 상황이죠. 정부가 조세 정책의 ‘원칙’을 지키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거쳐 정책을 치밀하게 추진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세금 내는 국민들의 납세 순응도도 높아질 겁니다.

금투세는 임재현 전 관세청장이 2019∼2021년 기재부 세제실장으로 일하며 도입을 이끌었죠. 임 전 청장이 2015년 펴낸 자신의 박사학위 논문 주제는 ‘금융투자소득의 도입 방안에 대한 연구’였습니다. 조세 정책을 담당하는 공무원으로서 품은 오랜 고민을 실제 정책에 반영한 거죠. 그가 쓴 논문의 일부를 옮겨봅니다. 주식 양도세 과세 확대 논란으로 흐려진 금투세의 본래 도입 목적을 다시 돌아보자는 취지입니다.

“우리나라는 채권, 주식, 파생상품 등 금융소득 간 과세의 일관성이 없고 복잡한 과세 체계를 갖고 있다. 또 각 금융상품들의 손실과 이익을 하나로 합쳐 계산하는 걸 허용하지 않아 전체적으로 손실이 나도 세금을 내는 문제점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투자소득’을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박종오 기자 pjo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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