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성신양회 단양공장 앞에 집결해 총파업 선전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8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파업 중인 철강, 석유화학 운송 분야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전망이다.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품목확대를 요구하는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 파업에 맞서, 지난달 29일 시멘트 운송분야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데 이은 두 번째 업무개시명령이다. 정부는 지난주 업무개시명령을 받고도 운송에 복귀하지 않은 시멘트 운송기사 1명을 고발조처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정부에 상황이 유리해질 것란 판단에, 대화가 아닌 강경 대응 일색의 파업 고사 작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7일 정부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관계부처 간담회를 열어 화물연대 파업으로 인한 산업별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기재부는 간담회 뒤 “관계부처가 철강, 석유화학 분야 상황을 점검했고 업무개시명령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같이 했다”며 “8일 임시 국무회의에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 거부자에 고발 등 제재에도 본격 착수했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하고 있는 운송 차주 1명이 확인돼 경찰에 고발하고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행정처분(30일 운행정지)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정부는 파업 참여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와 법령상 유가보조금 지원 제한 가능성을 거듭 시사하며 전방위로 화물연대를 압박하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해 12월 펴낸 보고서를 보면, 유가보조금이 화물운송기사 순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에 이른다.
정부 태도는 지난 6월 화물연대가 8일간 파업을 벌였을 때와 대조적이다. 당시엔 다섯 차례 마라톤 협상이 열린 끝에 정부와 화물연대가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과 품목확대 논의’에 합의하고 6월14일 파업이 종결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지난달 24일 파업이 시작된 이후 공식 만남이 성사된 것은 지난달 28일과 30일 두 차례뿐이다. 이후 공식 대화는 커녕 ‘물밑 대화’도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부 안팎에서는 안전운임제 일몰 시점인 연말이 가까워질 수록 화물연대가 구석으로 몰려 정부에 유리해질 거란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온다.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일몰제 폐지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을 연내 개정해야 하는데, 여야가 협의하는 기간에도 파업 참여 운송기사들의 생계난과 제재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한 정부 관계자는 “파업 동력이 많이 떨어졌다. (화물연대가) 버틸 수 있는 시간이 거의 다 된 것 아닌가 싶다”라며 “그렇게 오래 가지는 못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국토부가 지난주 파업 참여가 확인됐던 시멘트 운송업체 33곳·운송기사 778명 가운데 11곳·516명을 전날까지 확인한 결과, 고발된 1명을 제외하고 모든 업체와 운송기사들이 복귀했거나 복귀 의향을 밝혔다.
화물연대는 파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화물연대는 “대기업 자본의 이윤을 위해 힘없는 노동자에게만 양보를 강요하는 윤석열 정부만의 법과 원칙을 따를 수 없다”며 “노동자의 파업을 사회악으로 규정하는 윤석열 정부의 태도야말로 매우 위험하다”고 했다.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는 “정부가 화물연대에 강경한 태도를 유지함으로써 민주노총에 원칙적으로 맞서 노동개혁을 한다는 이미지와 프레임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이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면서 화물연대는 그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