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크레이머 미국 시카고대 교수가 2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56차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참석해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마이클 크레이머 미 시카고대 경제학 교수가 한국의 인구 문제를 해결할 방법으로 ‘이민 정책’을 제시했다. 돌봄노동을 중심으로 제한적인 이민을 허용한다면 부작용을 줄이면서도 경제에 긍정적 효과가 클 것이라는 전망이다.
크레이머 교수는 2일 인천 송도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저출산과 여성의 낮은 노동시장 참여율은 한국 경제의 큰 도전 과제”라며 “포괄적인 여러 정책이 필요한데, 많은 국가가 이미 채택한 정책 중 하나가 이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민 정책이) 정치적으로 예민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완전한 이민 정책을 펼치기 어려울 경우 부분적으로라도 적용한다면 범죄 증가나 문화 변화 등에 대한 우려를 줄이면서 (저출산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홍콩과 싱가포르 등 몇몇 국가가 특정 업종에서 이민자를 받는 것처럼 부분적인 이민 정책을 통해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고 고학력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돌봄노동과 가사노동 위주로 이민자를 받으면 전체 노동 인구 증가에 도움이 되며, 육아 등의 부담에서 벗어난 여성들도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크레이머 교수는 “일각에선 비용이 발생한다는 지적이 있지만, 돌봄 때문에 경력이 단절됐던 여성들이 일하게 되면 이 과정에서 세금 창출 효과가 발생하는 등 재정 수입이 확대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크레이머 교수는 1986년 미국 챌린저호 발사 실패에서 영감을 얻은 ‘오링 이론’으로 유명한 경제학자다. 챌린저호 발사 실패가 두 개의 부품을 연결하는 작은 ‘오(O)’ 모양의 링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착안해 아주 작은 부문의 오류나 실패도 큰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이론의 핵심이다. 크레이머 교수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의 가장 약한 고리’를 묻는 질문에도 “한국 경제는 특정 시기에 빠른 성장을 이뤘지만, 지금은 예전과 조금 다른 상황인 것 같다”며 저출생,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 등을 언급했다.
다만 크레이머 교수가 제안한 이민 정책의 경우 인권 문제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가사·육아 도우미를 도입할 때 인권 침해, 노동력 착취, 불법체류 등의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 등 먼저 관련 제도를 도입한 나라에서 인권 침해 문제 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송도/조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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