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은 9일 “장기화된 고금리 기조와 시장금리 상승이 우리 경제 회복세를 조금 더 늦추는 상황이 올해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봤다”며 2024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연합뉴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4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외 기관들이 앞다퉈 내년 2%대 초반 성장률을 내놓고 있어 자칫 국제유가 상승 등 대외 불안요인이 현실화할 경우 2년 연속 1%대 저성장이라는 유례없는 경제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2024년 우리 경제성장률을 2.2%로 전망했다. 지난 8월 전망치 대비 0.1%포인트 내린 수치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도 1.5%에서 1.4%로 하향 조정했다. 반도체 수출이 점차 개선되면서 내년 우리 경제가 회복하는 경로를 전망했지만, 회복 속도는 더 느려진다고 본 것이다.
정규철 케이디아이 경제전망실장은 “장기화된 고금리 기조와 시장금리 상승이 우리 경제 회복세를 조금 더 늦추는 상황이 올해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봤다”며 하향 조정의 배경을 설명했다.
내년 2%대 초반 성장률을 제시한 곳은 케이디아이뿐만이 아니다. 최신 전망치를 보면 한국은행은 2.3%→2.2%로, 국회예산정책처는 2.3%→2.0%로 낮춰잡았다. 국제기구들의 전망도 유사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이 2.2%,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1%, 아시아개발은행(ADB)이 2.2%다. 반면, 기획재정부는 지난 7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 경제성장률을 2.4%로 전망한 바 있다.
케이디아이가 언급한 전망 경로 상의 위험요인은 두 가지다. 국제유가 급등과 중국의 부동산경기 급락이다. 정 실장은 “두 위험요인이 현실화하면 생산비용 상승, 실질소득 감소, 실물투자 둔화 등으로 경기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고 말했다. 1%대 성장률로 악화하는 일도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내년 1%대 성장을 전망하는 민간 기관들도 있다. 지난 8월 국제금융센터가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골드만삭스·제이피(JP)모건 등 8개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의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9%다. 내년마저도 우리 경제가 1%대 성장률을 기록한다면 유례없는 2년 연속 1%대 저성장이다. 우리 경제는 외환·금융위기 등으로 역성장이나 0%대 성장률을 기록한 적은 있지만, 2년 연속 1%대 성장은 1954년 이후 전례 없는 일이 된다.
엘지(LG)경영연구원도 내년 1.8%를 전망한다. 조영무 엘지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진한 수출 회복 속에 소비 투자 등 내수가 부진하고 재정의 긴축 기조가 지속하면서 내년에 1.8%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케이디아이는 내년 물가상승률을 연간 2.6%로 예상했다. 내년 연간 취업자 수는 올해(32만명 증가 예상) 대비 축소된 21만명 증가를, 연간 실업률은 3.0%로 전망했다.
안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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