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하반기 경기가 본격 회복할 것이라던 정부 전망이 빗나가고, 내년 경제 전망은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정부가 낙관적 전망을 담아 짠 내년 예산안의 국회 심의가 눈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내년 예산안은 사실상 지난 6월께 판단한 전망치에 바탕을 두고 있다. 몇달 새 달라진 상황을 냉정하게 반영해 예산안 심의가 이뤄져야 한다. 올해 예산안이 6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세수 펑크’로 만신창이가 되고, 이 때문에 경기가 바닥인데도 정부는 지출을 더 줄였다. 이런 잘못을 내년에도 반복해선 안 된다.
정부는 올해 경기 전망이 틀렸음을 이제라도 인정해야 한다. 산업연구원이 발표한 ‘산업경기 전문가 경기 서베이 조사(PSI)’ 결과를 보면, 11월 제조업 업황전망지수가 97로 7개월 만에 100을 밑돌았다. 반도체 업황 전망은 나아지고 있지만, 나머지 대부분 업종의 업황 전망이 크게 나빠졌기 때문이다. 수출이 좀체 회복되지 않는 가운데, 이스라엘과 하마스 충돌에 따른 불확실성이 앞날을 좋게 보기 어렵게 한다.
주식시장의 주가 흐름은 매우 불길하다. 10월20일까지 한달 새 코스피지수가 7.2% 떨어졌다. 코스닥지수는 12.9%나 급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긴축이 오래갈 것이라는 전망이 영향을 끼치기도 했지만, 투자자들이 경기 호전과 기업 실적 회복이 늦어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가 하락은 소비 심리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정부는 우리 경제가 올해 상반기 0.9% 성장에 그쳤지만 하반기에 1.7% 성장하고, 내년에는 2.4%(경상성장률은 4.9%)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내년 예산안을 짰다. 그러나 올해 성장률 달성에 대한 의문은 커가고, 내년 성장률 전망도 하향 조정하는 곳이 많다. 한국은행이 8월에 일찌감치 2.2%로 낮췄고, 국제통화기금(IMF)도 10월 들어 2.2%로 낮췄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로 더 낮게 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내년에) 2%대 초반 성장률은 규모 있는 국가 중 한국이 유일하다”며 경제정책을 둘러싼 우려와 비판을 일축했다. 이런 식이어선 오류를 고칠 수 없다. 현실을 냉정하게 봐야 한다. 예산 본격 심의에 앞서 경제 전망을 국민 앞에 새로 제시하고, 예산안에 대한 의견을 국회에 밝힐 필요가 있다. 어설픈 경제 운용이 경제주체들을 갈수록 불안하게 하고 있음을 정부는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