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태영빌딩 앞 태영건설 깃발이 펄럭이는 모습. 연합뉴스
중견 건설사이자 에스비에스(SBS) 관계사인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무리하게 펼친 건설사업이 건설 경기 부진과 금리 상승 등 악화한 외부 여건과 맞물리면서 유동성 위험이 급격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27일 금융당국과 태영건설 쪽 말을 들어보면, 태영건설 유동성 위험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등이 참여하는 ‘F4’(파이낸스4)의 전날 회의에 주요 안건으로 올랐다. 태영건설 문제가 국가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태영건설 쪽도 워크아웃 신청 가능성을 인정한다. 회사 쪽은 한겨레에 “워크아웃 신청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막판 검토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크아웃제의 법적 근거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법령 정비는 전날 끝난 터다. 태영건설은 자문 법무법인을 통해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워크아웃 의사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날 신청서를 제출하지는 않았다.
9월 말 기준 태영건설의 부채(별도 기준)는 약 2조5천억원으로 부채 비율이 250%를 소폭 웃돈다. 이 자체는 유동성 위험을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불씨를 댕긴 건 급격히 높아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피에프) 대출 부실 위험이다.
사업성 평가를 토대로 증권사 등 금융회사가 내어주는 부동산 피에프 대출은 건설사가 지급보증을 선다. 19일 현재 태영건설의 채무보증액은 10조원(중도금 보증 포함)을 웃돈다. 사업 중 부실에 빠진 사업에 선 지급보증 금액은 ‘우발 부채’로 간주된다.
정부는 태영건설이 우리 경제의 잠재 위험으로 꼽혀온 피에프 부실 위험의 트리거(방아쇠)가 되지 않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장 불안이 급격히 확대되지 않도록 시장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워크아웃 돌입 여부는 다음달 초중순쯤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태영 쪽이 워크아웃 신청서와 함께 제출할 자구 방안에 대한 채권단의 심사 및 동의 절차가 필수적이어서다. 이 과정에서 그룹 총수 일가의 사재 출연 규모와 그룹 계열사인 에스비에스 지분 담보 제출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수 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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