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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미국 ‘적자탈출 방안’에 세계 경제 골머리

등록 2010-11-01 10:54

환율갈등과 글로벌 불균형
G20합의만으로는 미 ‘적자’ 중·독·일 ‘흑자’ 해소 못해
환율갈등 불씨 여전…한국, 원화절상 버틸 체력 다져야
최근 전면전으로 치닫던 환율전쟁이 진정되는 모습이다. 지난주 경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환율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다. 1985년 플라자 합의와 같이 환율을 직접 조정하지 않고 가격변수를 결정하는 핵심 지표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정하는 방식을 취한 것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 그러나 총론 차원의 합의일 뿐 세부적인 이행지침과 같은 각론은 이제 시작단계이다. 앞으로도 환율을 둘러싼 크고 작은 국지전으로 환율갈등이 재연될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국가간 환율갈등이 좀처럼 해결되기 어려운 이유는 글로벌 불균형이 근본원인이기 때문이다. 그림과 같이 2006~2008년 연평균 기준으로 전세계 경상수지 적자 1조3396억달러 중 56.5%를 미국 한 나라가 차지하고 있다. 흑자는 3개국(중국 21.8%, 독일 14.4%, 일본 11.3%)이 절반 정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적자국은 통화가치 절하를, 흑자국에는 절상을 통해 환율을 조정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환율 조정으로 글로벌 불균형이 해결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환율 변화는 누군가 이익을 보면 다른 누군가는 반드시 손해를 보는 제로섬 게임이어서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부딪칠 수밖에 없다. 설사 환율 조정에 성공하더라도 경상수지 불균형을 줄이는 효과는 그리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결국 소비, 투자, 부채 등과 관련된 경제구조를 조정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다.

최근의 환율전쟁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변화된 환경에 맞는 ‘새로운 표준’(New Normal)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타난 피할 수 없는 도전과제이다. 이 과정에서 세계경제는 국가간 경제구조 조정이라는 패러다임 전환 비용 등으로 ‘저성장’이란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세계경제의 성장 저하는 미국과 영국 등 적자국들의 내수조정이 촉발할 것이다. 경상수지 적자는 상품과 서비스의 내수소비가 수출보다 많기 때문에 나타난 것이다. 적자국들이 소비와 투자를 줄이고 민간과 정부 부채를 축소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중국, 독일, 일본, 우리나라와 같은 흑자국들의 수출이 크게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최근 제기되고 있는 방안이 ‘신 브래디 플랜’이다. 브래디 플랜은 1980년대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들에 채무 불이행(디폴트) 사태가 계속 발생하자 미국의 재무장관이었던 니컬러스 브래디가 제시한 것이다. 1989년 중남미 국가의 채무 중 일부를 탕감해주는 한편, 미국 정부가 지급 보증하는 새로운 채권인 ‘브래디 채권’을 발행했다. 당시 외채 위기를 겪던 남미 국가들은 물론 필리핀, 불가리아 등도 혜택을 크게 받았다.

‘신 브래디 플랜’은 미국 정부가 가계 부채의 일부를 탕감해 주고, 탕감 비용을 조달하는 장기국채의 상당 부분을 주요 20개국(G20)이 매입해 주는 방안이다. 미국의 소비를 살려야 세계경제의 저성장을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이다. 미국은 내수를 살리려고 돈을 풀고 있지만 그 돈은 국내에서 돌지 않고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가계는 소비를 줄여 부채를 갚고 있고 금융회사들은 대출할 곳이 없어 우리나라와 같은 신흥국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돈이 몰리고 있는 신흥국들은 자산가격 거품 형성과 환율 절상이라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신 브래디 플랜은 여러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상당히 설득력 있는 제안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미국이 자존심을 꺾고 이 방안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단기적인 해결 방법일 뿐 근본적인 해법도 아니다.

따라서 세계경제는 미국과 같은 적자국의 경제구조 조정과 세계경제의 성장 저하라는 고통을 겪으면서 불균형 문제를 완화해 나갈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 나타날 환율갈등은 앞으로도 계속 세계경제의 중장기적인 위험요인이 될 것이다. 신흥국들이 절상 압력을 꾸준히 받게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우리나라도 다양한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로서는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으로 달러당 900원대의 고환율에서도 견뎌낼 수 있는 기초체력 강화가 해법이다. 앞으로 원화절상 압력이 거세지고 변동 폭도 커지는 등 외환시장이 불안해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과도한 자본유출입을 방지하고, 원화절상이 가파를 경우 속도 조절을 위한 정책 수단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최근 환율갈등을 통해 중국이 새삼 부각되는 느낌이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으로서 전세계 이익을 고려한 정책보다는 미국의 위기를 글로벌 경제에 전가하면서 자국 이익을 추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중국은 미국이 취한 양적 완화와는 정반대로 국내 금리인상 조처를 선제적으로 단행하면서 G2간 환율전쟁과 G20 체제 이후 세계경제에 대한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올 상반기에 11%가 넘는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한 중국은 공산당 5차 전체회의를 통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7.0~7.5%대로 하향조정했다. 단순히 성장률을 높이기보다는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대국의 면모를 보였다. 중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가진 G2 국가로 굳건히 자리잡고 있는 만큼 경제뿐 아니라 외교통상 측면에서도 다소 약화된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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