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전망] ‘삶의 질’ 지표 보니
경제고통지수에 범죄·자살률 등 사회지표 추가
김대중때 0.6 노무현때 0.7…현정부 들어 3.2로
비정규직·청년 실업 등 급증에 양극화 커진 탓 불쾌지수란 온도와 습도에 따라 사람이 피부로 느끼는 불쾌감의 정도를 나타낸다. 경제에서도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을 수치로 나타낸 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가 있다. 미국 경제학자 오컨이 불쾌지수를 차용해 고안한 것으로 보통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합산하여 계산한다. 2011년 우리나라의 경제고통지수는 7.0(소비자물가상승률 4.0%+실업률 3.0%)이었다. 이는 2010년의 6.4에 비해 0.6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우리 국민들의 경제적 고통이 더 커진 것을 보여준다. 고통지수가 사상 최고치였던 때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으로 14.5를 기록했다. 당시 물가는 7.5%, 실업률은 7.0%였다. 경제고통지수를 외환위기 전후로 나누어 보면, 외환위기 이후인 1999~2011년 평균은 6.6으로 위기 이전인 1985~1997년의 8.1보다 오히려 1.5포인트 낮다. 경제고통지수가 우리 국민들이 삶으로부터 느끼는 고통의 정도를 정확히 반영하는 지표인가에 대해서 의문이 들게 하는 점이다. 외환위기 이후 국민들의 고통이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높아졌다는 사회적 인식이 많다는 점을 반영한다면 기존의 경제고통지수를 좀더 현실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삶의 고통을 종합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로 발전시킬 수 있는 단초는 영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레이어드의 <행복에 관한 새로운 과학>(The New Science of Happiness)이라는 저서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각국 국민들이 느끼는 주관적인 행복이 물질적 풍요 외에 사회심리나 사회통합 정도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에겐 국민들의 행복을 위협하는 더 직접적이고 심각한 요인들이 산재해 있다. 예를 들면 비정규직 증가, 청년실업, 조기퇴직의 위협뿐 아니라 중산층의 붕괴, 홀몸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취약계층의 증가, 그리고 자살과 범죄의 증가 등이다.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부터 받는 경제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사회구조와 그것에서 비롯되는 갈등이나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삶의 고통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의 경제고통지수의 범주를 사회적 영역으로까지 확대시킨 새로운 사회경제고통지수(Socio-economic Misery index)를 작성했다. 먼저 직면하는 문제는 사회적 측면의 고통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는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여기서는 레이어드 교수가 언급한 국민들의 의식, 가치관, 사회심리 등을 대표할 수 있는 지표로 범죄율과 자살률을 주목하였다. ‘범죄율’은 인구 10만명당 범죄발생 건수로,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로 정의된다. 국민들이 느끼는 스트레스의 강도를 좌우하는 대표적인 사회병리현상을 나타낼 뿐 아니라 사회심리와 사회통합 정도 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이다. 아울러 경제적 측면에서도 ‘물가’와 ‘실업’으로 구성되는 기존의 경제고통지수에 소득 양극화와 이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의 심화를 나타내는 지표로서 ‘소득배율(상위 20% 소득/하위 20% 소득)’을 추가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 실업률, 소득배율, 범죄율, 자살률 등 5가지 지표로 구성된 사회경제고통지수를 1993년부터 2011년까지 19년 동안 분석해 본 결과, 그림과 같이 사회경제고통지수가 추세적으로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지수가 가장 높았던 1998년 외환위기 당시(5.2)를 중심으로 그 이전은 평균인 ‘0’보다 낮은 음(-)의 값을, 그리고 그 이후는 평균보다 높은 양(+)의 값을 나타내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외환위기 이전(1993~1997년) 평균 -3.8에서 외환위기 이후(1999~2011년)에는 평균 1.1로 크게 높아진 것이다. 대통령 재임기간별로 보면, 김영삼 정부 집권 시기엔 -3.8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0.6, 노무현 정부 0.7로 높아지더니 이명박 정부에서는 3.2로 다른 기간에 비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2011년 사회경제고통지수도 2.7을 기록해 작년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고통수준이 분석기간 평균적인 고통수준(0)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외환위기 이후 사회경제고통지수가 추세적으로 높아진 것은 경제적 측면에서 양극화 지표(소득배율)가, 그리고 사회적 요인의 범죄율, 자살률과 같은 지표들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양극화의 심각성뿐 아니라 경제지표로는 설명하기 힘든 우리 사회 내 공동체로서의 안정화 기능 약화, 사회 구성원간의 유대감 상실 등이 반영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국민들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데 경제적인 측면 외에 사회적인 측면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정적인 경제성장 외에도 양극화 문제와 자살, 범죄 증가 등 사회문제도 함께 개선돼야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스트레스의 강도가 낮아질 수 있다. 작년 우리 경제는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섰고, 올해 들어 물가상승률이 둔화되고 고용 사정도 다소 나아질 여지가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의 삶의 고통이 줄어들고, 좀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확신하기는 어렵다. 양극화 문제와 범죄, 자살 등 경제·사회의 구조적 문제 등을 개선시키기 위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점도 바로 이 때문이다. 송태정/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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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때 0.6 노무현때 0.7…현정부 들어 3.2로
비정규직·청년 실업 등 급증에 양극화 커진 탓 불쾌지수란 온도와 습도에 따라 사람이 피부로 느끼는 불쾌감의 정도를 나타낸다. 경제에서도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경제적 어려움을 수치로 나타낸 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가 있다. 미국 경제학자 오컨이 불쾌지수를 차용해 고안한 것으로 보통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합산하여 계산한다. 2011년 우리나라의 경제고통지수는 7.0(소비자물가상승률 4.0%+실업률 3.0%)이었다. 이는 2010년의 6.4에 비해 0.6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우리 국민들의 경제적 고통이 더 커진 것을 보여준다. 고통지수가 사상 최고치였던 때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으로 14.5를 기록했다. 당시 물가는 7.5%, 실업률은 7.0%였다. 경제고통지수를 외환위기 전후로 나누어 보면, 외환위기 이후인 1999~2011년 평균은 6.6으로 위기 이전인 1985~1997년의 8.1보다 오히려 1.5포인트 낮다. 경제고통지수가 우리 국민들이 삶으로부터 느끼는 고통의 정도를 정확히 반영하는 지표인가에 대해서 의문이 들게 하는 점이다. 외환위기 이후 국민들의 고통이 외환위기 이전에 비해 높아졌다는 사회적 인식이 많다는 점을 반영한다면 기존의 경제고통지수를 좀더 현실에 맞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일반 국민들이 느끼는 삶의 고통을 종합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지표로 발전시킬 수 있는 단초는 영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레이어드의 <행복에 관한 새로운 과학>(The New Science of Happiness)이라는 저서에서 찾을 수 있다. 이 책에서는 각국 국민들이 느끼는 주관적인 행복이 물질적 풍요 외에 사회심리나 사회통합 정도에 따라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우리에겐 국민들의 행복을 위협하는 더 직접적이고 심각한 요인들이 산재해 있다. 예를 들면 비정규직 증가, 청년실업, 조기퇴직의 위협뿐 아니라 중산층의 붕괴, 홀몸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취약계층의 증가, 그리고 자살과 범죄의 증가 등이다.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부터 받는 경제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사회구조와 그것에서 비롯되는 갈등이나 정신적인 스트레스도 삶의 고통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의 경제고통지수의 범주를 사회적 영역으로까지 확대시킨 새로운 사회경제고통지수(Socio-economic Misery index)를 작성했다. 먼저 직면하는 문제는 사회적 측면의 고통을 측정할 수 있는 지표는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여기서는 레이어드 교수가 언급한 국민들의 의식, 가치관, 사회심리 등을 대표할 수 있는 지표로 범죄율과 자살률을 주목하였다. ‘범죄율’은 인구 10만명당 범죄발생 건수로, ‘자살률’은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로 정의된다. 국민들이 느끼는 스트레스의 강도를 좌우하는 대표적인 사회병리현상을 나타낼 뿐 아니라 사회심리와 사회통합 정도 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이다. 아울러 경제적 측면에서도 ‘물가’와 ‘실업’으로 구성되는 기존의 경제고통지수에 소득 양극화와 이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의 심화를 나타내는 지표로서 ‘소득배율(상위 20% 소득/하위 20% 소득)’을 추가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 실업률, 소득배율, 범죄율, 자살률 등 5가지 지표로 구성된 사회경제고통지수를 1993년부터 2011년까지 19년 동안 분석해 본 결과, 그림과 같이 사회경제고통지수가 추세적으로 높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지수가 가장 높았던 1998년 외환위기 당시(5.2)를 중심으로 그 이전은 평균인 ‘0’보다 낮은 음(-)의 값을, 그리고 그 이후는 평균보다 높은 양(+)의 값을 나타내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외환위기 이전(1993~1997년) 평균 -3.8에서 외환위기 이후(1999~2011년)에는 평균 1.1로 크게 높아진 것이다. 대통령 재임기간별로 보면, 김영삼 정부 집권 시기엔 -3.8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 0.6, 노무현 정부 0.7로 높아지더니 이명박 정부에서는 3.2로 다른 기간에 비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2011년 사회경제고통지수도 2.7을 기록해 작년 우리나라의 사회경제적 고통수준이 분석기간 평균적인 고통수준(0)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외환위기 이후 사회경제고통지수가 추세적으로 높아진 것은 경제적 측면에서 양극화 지표(소득배율)가, 그리고 사회적 요인의 범죄율, 자살률과 같은 지표들이 계속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양극화의 심각성뿐 아니라 경제지표로는 설명하기 힘든 우리 사회 내 공동체로서의 안정화 기능 약화, 사회 구성원간의 유대감 상실 등이 반영된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국민들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데 경제적인 측면 외에 사회적인 측면도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정적인 경제성장 외에도 양극화 문제와 자살, 범죄 증가 등 사회문제도 함께 개선돼야 우리 국민들이 느끼는 스트레스의 강도가 낮아질 수 있다. 작년 우리 경제는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를 넘어섰고, 올해 들어 물가상승률이 둔화되고 고용 사정도 다소 나아질 여지가 있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의 삶의 고통이 줄어들고, 좀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확신하기는 어렵다. 양극화 문제와 범죄, 자살 등 경제·사회의 구조적 문제 등을 개선시키기 위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점도 바로 이 때문이다. 송태정/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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