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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미국의 저성장은 신흥국 탓” 속보이는 궤변

등록 2010-11-29 09:12

[진단&전망] 버냉키 ‘양적완화’ 옹호
“선진국 무역적자, 신흥국 수출 때문” 비판하면서
‘세계화폐’ 달러 마구 찍는 미국엔 “자국문제일뿐”
지난주 금요일에 미국 중앙은행장인 벤 버냉키는 유럽은행에서 열린 한 회의에서 자신의 양적완화정책에 쏟아진 비판에 대해 논리적인 반박을 펼쳤다. 즉, 지금 세계는 성장의 속도가 서로 다른 두 개의 진영으로 나누어져 있다는 것이다. 하나는 성장의 속도가 매우 빠른 신흥국이고, 다른 하나는 성장의 속도가 매우 느린 선진국이라는 것이다. 신흥국은 주로 수출지향적인 성장 전략을 펼치고 있는데 경상흑자를 많이 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율을 의도적으로 낮추어서 계속 높은 성장을 하고 있다고 한다. 반면에 선진국은 실업률이 높고, 물가상승률이 매우 낮은 디플레이션의 위협에 놓여 있으므로 중앙은행이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 양적완화라는 통화발행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신흥국에서 달러가 신흥국으로 몰려들어 물가와 자산 가격을 올린다고 미국을 향해 비난을 하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즉, 신흥국은 경제성장의 속도가 높기 때문에 이자율도 높고 그래서 선진국에서 풀린 돈이 신흥국으로 높은 수익을 찾아서 갈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그러므로 신흥국은 환율을 낮추어서 수출을 통해 성장하려는 전략을 이제는 환율을 높이고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하는 전략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선진국은 성장 속도가 낮고 실업률이 높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통화를 찍어서 이자율을 낮추고 이를 통해서 수요를 높이는 전략을 펼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나는 이를 ‘버냉키의 도전’이라고 부르고 싶다.

과연 이런 주장에 대해 누가 이를 잘못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럼 그의 주장은 맞는 것일까? 과연 미국의 통화발행정책은 아무런 잘못이 없는 것일까? 과연 신흥국은 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전략을 바꾸어야만 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한국은 앞으로 어떤 전략을 택해야 할까?

버냉키의 발언은 환율을 낮추고, 임금을 낮게 유지하여 가능한 한 수출 가격에서 경쟁력을 유지하여 수출 중심으로 성장하려는 한국의 성장전략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주장을 하고 있다. 만약 한국이 내수만으로 성장한다면 지금 한국의 많은 기업들은 생산가동률을 지금보다는 엄청난 속도로 줄여야 한다. 대부분의 산업에서 생산시설을 거의 절반으로 줄여야 할 것이다. 아니 일부 산업에서는 거의 70~80%를 줄여야 한다. 한국 경제가 쇠퇴의 길로 향하는 것이다. 과연 여기에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버냉키의 주장에는 크게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우선 하나는 말하는 사람이 누군가에 따라 그 말이 맞는 말일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만약 짐바브웨가 통화를 찍어내어 그 나라의 수요를 살리겠다고 해도 그 누구도 이를 두고 비난하지 않을 것이다. 아니 한국의 정부가 그렇게 한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하면 달라진다. 미국이 통화를 발행한다는 것은, 즉 인쇄기를 돌려 돈을 찍어내어 그 돈으로 국채를 사고 정부는 금리를 낮게 유지하면서 그 돈으로 재정적자를 메워나간다면 이는 문제가 심각해진다. 왜냐하면 미국의 돈은 미국의 돈만이 아니라 세계의 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버냉키는 이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돈은 세계 무역의 화폐이고 세계 준비금의 화폐이기 때문에 미국이 화폐를 찍어내면 이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고 전세계의 문제가 된다. 찍어낸 달러가 신흥국으로 가서 자산의 가격을 올리고 원자재 가격을 올려서 물가를 올리는 탓에 세계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버냉키가 미국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

다음으로 지적할 사항은 미국이 무역적자를 보고 있거나 미국이 저성장 국면에 들어가 있는 것이 왜 신흥국의 잘못인가 하는 점이다. 신흥국이 수출 중심의 성장전략을 펴는 것은 신흥국이 그만큼 수출 상품에서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신흥국은 이 수출을 위해 피땀을 흘리고 공해를 만들어내면서 하고 있다. 선진국은 왜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가? 이는 그 나라가 신흥국의 수출제품에 대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즉, 노동의 가격을 높게 매기고 있기 때문이다. 신흥국의 노동의 가격도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가야 한다. 신흥국의 노동의 가격이 선진국의 수준으로 올라가면 자연히 무역적자는 해결될 것이다. 지금 선진국은, 아니 버냉키는 선진국의 내부적인 문제를 외부로 돌리는 전형적인 남의 탓 전략을 펴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달러가 세계통화라는 이점을 내세워 달러를 찍어서 신흥국의 수출제품과 교환해왔다. 신흥국은 이 달러를 국내에서는 사용할 수 없으므로 이를 다시 미국의 금융상품, 즉 미국의 국채에 투자했다. 그래서 미국은 국채 금리를 낮게 유지할 수 있었다. 그 결과 미국은 계속해서 국내에 부채를 쌓아갔던 것이다. 이제 그 부채가 한계에 이르고 있다. 그 결과 민간에서 부채를 줄이려고 하다 보니 민간의 수요가 줄어서 경제의 성장이 한계에 이른 것이다. 미국은 이를 정부의 부채 증가로 메우려고 하고 그 정부의 부채를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서 메우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돈이 미국만의 돈이 아니라 세계의 돈이기도 하므로 신흥국은 미국을 보고 돈을 함부로 찍어내지 말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자, 이제 앞으로 어떻게 되어갈 것인가? 물론 미국 내에도 버냉키의 통화발행정책에 대해 많은 비판이 있다. 만약 그 비판이 없다면 버냉키는 제3, 제4의 양적완화정책을 펼칠 것이다. 중앙은행장으로서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 이외는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은 미국은 물가가 올라가는 시기를 맞이해서야 양적완화정책을 포기하고 긴축정책으로 돌아설 것이다. 그래서 미국은 오랫동안 저성장 국면을 맞을 것이다.


하상주/하상주투자교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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