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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부자감세로 줄어든만큼 ‘서민 쥐어짜기’ 불보듯

등록 2010-12-06 08:45수정 2010-12-07 08:55

[진단&전망] 세금과 국가재정
정부·여당, 소득·법인세 최고세율 2012년 인하 방침
확정땐 세수 감소분 메우려 간접세 비중 늘릴 우려

한 국가가 어떤 세율을 채택할 것인가는 당시 경제상황과 재정상태뿐 아니라 고령화, 소득분배 상황, 그리고 국가정책 방향과 집권 정당 등 각국이 처한 여건에 따라 다를 것이다. 4~5년 단위로 보면 세율의 등락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과거 주요국의 세율 변화를 좀더 길게 살펴보면 수십년간 지속되는 감세 혹은 증세 트렌드를 발견할 수 있다.

1920년대부터 최근까지 미국의 연방소득세 세율의 흐름이 대표적이다.(그림 참조) 1920년대 20%대에 머물던 미국의 최고 소득세율은 1929년 대공황을 기점으로 증세국면으로 들어선다.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한 뉴딜정책으로 재정지출을 크게 늘리는 동시에 소요재원 확보를 위해 고소득층의 소득세율을 ‘세금폭탄’ 수준으로 급격히 올리는 정책을 폈다. 민주당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1931년 25%였던 최고 소득세율을 이듬해에 63%로 인상하였고 그 후 1939년 88%까지 세율을 높였다. 2차 세계대전으로 막대한 전쟁비용이 소요되면서 1944~45년에는 94%까지 높아졌다.

1960년대 들어 미국은 감세국면으로 돌아선다. 린든 존슨 대통령은 세금 감면을 통한 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선택하여 1964년에는 최고 소득세율을 기존 91%에서 77%로 인하하기 시작하여 이후 감세정책을 꾸준히 실시하였다. 감세정책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계속 떨어져 조세수입이 줄면서 재정적자를 피할 수 없었다. 실업률이 상승하면서 복지 관련 지출은 증가하고 인플레이션 때문에 저소득계층 생활수준은 갈수록 나빠졌다.

이때 등장한 레이건 정부는 복지 축소와 결합한 노동시장 유연화, 탈규제 전략으로 대응하는 이른바 ‘시장근본주의’를 지향하면서 1982년 과거보다 더 과감한 세금 감면을 추진하였다. 레이건은 평균 소득세율을 3년간 25% 내리기로 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최상위 소득계층의 최고세율은 70%에서 50%, 최하위 소득계층의 최고세율은 14%에서 11%로 인하했다. 큰 폭의 세율 인하로 미국은 이때부터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음에도 불구하고 1986년 소득세 추가 감면 조처를 통해 최상위 소득계층의 소득세율을 28%로, 최하위 소득계층의 소득세율을 10%로 낮췄다.

막대한 재정적자를 물려받고 1993년 집권한 클린턴 대통령은 취임 후 자신의 임기 말까지 적자를 반으로 줄이겠다는 정책을 발표한다. 이를 위해 최고 소득세율을 39.6%로 올리고 최하위 소득계층의 세율을 15%로 올려 미국 연방예산은 소폭이나마 흑자로 돌아서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공화당 조지 부시 대통령은 향후 10년간 예상되는 흑자의 절반을 이용해 소득세를 대폭 삭감하겠다는 공약을 실행에 옮겨 2003년부터 최고 소득세율을 39.6%에서 35%로 다시 인하하여 미국의 경우 1960년대 이후 감세 트렌드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도 1차 석유파동 이후인 1975~79년에는 최고 소득세율이 70%였다. 그 후 세율을 계속 낮춰 지금은 과표 8800만원 초과 구간에 해당되는 최고세율이 35%로 30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 상태이다.(그림 참조) 미국과 같은 감세 트렌드가 우리나라에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근 세계 각국은 다시 증세 국면으로 돌아설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미국은 위기 이후 더욱 악화된 재정을 건전화하기 위해 연소득 25만달러(약 2억75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은 현행 35%에서 39.6%로 원상복구할 예정이다. 영국은 15만파운드 넘는 소득세율을 40%에서 45%로 이미 상향조정했다.

우리나라도 감세논쟁이 뜨겁다. 논란의 초점은 2012년부터 시행이 예고된 소득세·법인세 최고세율 인하에 모아지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2009년부터 소득세 최고세율을 현행 35%에서 33%로, 2억원 초과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0%로 내리려다 여러 반대에 부딪혀 일단 시행 시기를 2012년으로 유보해놓고 있다. 다행히 최근 감세 논란이 가닥을 잡아가고 있는 것 같다. 단정하기엔 이르지만 감세 철회 쪽으로 큰 방향이 잡혔다고 봐도 될 것이다. 소득세 부분은 최고세율구간을 더 만들어 보완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지만 그나마 절충안이라는 측면에서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일반적으로 재정지출을 크게 줄이지 않은 상태에서 감세정책을 구사할 경우 감세분을 간접세로 벌충하는 현상이 만연한다. 간접세 비중은 2007년 47.3%에서 올해 52.1%로 높아진다. 눈에 보이는 소득세와 법인세 등 특정 부분의 세금을 깎아주고, 줄어든 세수를 걷기 쉬운 간접세를 통해 국민 다수에게 전가시키는 구조이다. 2012년 법인·소득세 세율이 조정되면 간접세 비중은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연간 세금 감면액 5조원 정도를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법인세를 낮추면 투자가 활성화돼 관련 세수가 늘어날 여지가 있다. 하지만 고소득에 대한 소득세율을 낮추면 내수 증대 효과는 조금 생기지만 세수 부족분은 서민·중산층이 직간접적으로 떠안게 된다. 세제의 빈익빈 부익부 구조가 고착화될 우려가 있다. 어려운 서민·중산층의 경제사정을 고려해 고소득에 대한 소득세 감면은 재고해야 한다. 아울러 간접세를 ‘세금 걷는 요술방망이’로 삼는 정책 발상 또한 재고할 필요가 있다. 송태정/ 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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