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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유럽 재정위기, 환율 전쟁의 망령 되살리나

등록 2010-12-20 09:37

[진단&전망] 유럽 ‘소버린 리스크’의 함의
신용 의존 성장의 한계 드러내…내부 양극화도 원인
국제통화체제 안정성 저해 지구적차원 새위험 예고
한동안 소강상태를 보이던 유럽 재정위기가 아일랜드의 구제금융 신청을 기화로 다시 불붙고 있다. 아일랜드야 이미 글로벌 금융위기 초기부터 이웃 영국과 유사하게 부동산 거품 붕괴의 영향으로 요동친 바 있지만, 이제 그 불똥이 포르투갈과 스페인으로까지 튀고 있다. 올해 초 그리스 구제금융이 결정된 직후부터 유럽 차원의 위기가 본격화되던 모습과 흡사하다. 아무래도 유럽 통합시스템의 유약한 지배구조에 초점이 맞춰진다. 하지만 그 반향은 단순히 유로 붕괴 가능성을 넘어서 글로벌 차원에도 지대한 함의를 지닌다.

유럽 위기에 접근할 때 크게 세 가지 차원에 주목해야 한다. 우선, 유럽 재정위기 혹은 ‘소버린 리스크’(sovereign risk)가 무엇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연장이라는 점이다. 사실 아일랜드나 스페인 같은 경우는 (그리스나 포르투갈과는 달리) 위기 이전에 재정이 빠르게 개선되는 모습을 보였다. 대신 급속한 신용 붐(팽창)을 경험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이처럼 과도한 신용에 의존한 성장의 한계를 드러낸다. 결국 신용 거품이 붕괴되면서 정부 지원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로 인해 민간 부실이 공공으로 이전되면서 재정이 황폐화된 것이다. 이렇게 보면, 소버린 리스크는 금융위기의 부산물에 불과하며, 미국과 영국, 나아가 과거 일본도 다를 바 없다.

특히 문제는 이러한 재정 취약성이 다시 금융불안으로 전이될 가능성이다. 재정위기는 은행권이 보유한 국채의 시장가치를 하락시킨다. 사실 그간 바젤Ⅱ니 위험가중자산이니 하면서, 안전자산으로서 국채의 보유 메리트(이점)가 부각됐다. 그러나 이제 위기국의 국채가치가 폭락하면서 역으로 손실이 커지고 있다. 또 국채금리가 통상적으로 시중금리의 잣대로 활용되는 탓에, 재정위기에 따른 국채금리 폭등(국채가격 폭락)은 금융권의 자금조달 비용을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로 인한 부실 확대는 금융위기 대응 과정에서 각종 보증을 남발했던 정부의 우발채무를 늘려 재정 위험을 가중시키게 된다. 게다가 재정 악화에 따른 국채 발행 수요가 늘면서 금융권의 자금조달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점도 부담이다.

둘째는 유럽 위기가 단순히 금융위기의 부산물이 아니라 자체 시스템의 취약성을 반영한 내부 문제라는 점이다. 유럽 위기를 볼 때, 가장 두드러진 특징 하나가 역내 위기국과 우량국 간의 극심한 양극화다. 이러한 양상은 비단 오늘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위기 이전부터 유럽은 내부적으로 각종 경제적 불균형 문제를 드러내왔다. 공동통화와 경제통합이라는 미명하에 각국의 경제적 여건과 유리된 환율이나 금리 운영에 따른 결과다. 실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배경에 바로 글로벌 차원의 이러한 불균형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유럽의 경우에는 이것이 그동안 현안이 되어 왔던 대외 불균형보다는 대내 불균형으로 반영되면서, 외형적인 안정에도 불구하고 속으로는 암을 키워온 것이다.

유럽 위기가 강도를 더해 가면서 유럽 차원에서 다양한 구제금융 방안은 물론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은 이런 연유다. 공동의 번영이라는 이상을 저버리고 오히려 갈등과 반목을 부추기고 있는 통합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재점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유럽 내부의 경제적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핵심은 유럽 통합을 주도하면서 많은 실리를 챙겨 온 독일이 적극적으로 문호를 개방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역내 최종 소비자나 최종 유동성 공급자로서 독일의 능동적인 역할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내외적으로 이러저러한 정치적 제약이 발목을 붙들고 있다.

마지막으로 유럽 위기가 글로벌 차원에서 새로운 위험을 낳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지금 대부분의 시선은 역내 연쇄적인 부도 여지 등을 매개로 유럽 체제의 붕괴 가능성에 맞춰 있지만, 유럽 위기는 미국에도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소버린 리스크라는 측면에서 미국의 취약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막대한 재정적자와 경상적자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지금 미국판 남유럽 사태라고 할 수 있는 지방재정의 부실이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물론 유럽과 달리 통합정부라는 안전판은 있지만, 통합유럽의 안정성이 의문시되는 상황에서 미국의 최상위 국가신용등급을 천부적 지위로 당연시할 여지는 점점 협소해지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은 달러의 국제기축통화 지위에 의존해 소버린 리스크에 대해 상당한 면역력을 발휘해 왔다. 하지만 내년 프랑스 주도하의 주요 20개국(G20)에서 국제통화체제 재편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경우 더이상 그런 면역력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사실 유로 자체가 국제통화체제의 한축이다. 유로의 시련은 달러의 고유한 취약성과 맞물려 국제 외환시장의 변동성을 더욱 키울 소지가 크다. 통상적으로 소버린 리스크의 다음 차례는 환율 위기다. 아마도 유럽 위기는 유로와 달러를 중심으로 한 현행 국제통화체제의 불안정성을 환기시켜 국제환율을 요동치게 할지 모른다. 잠시 내려놓았던 환율전쟁의 망령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장보형/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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