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전망] 체감경기와 고용구조
생산성 향상…기업투자 증가 ‘고용확대’로 연결안돼
정부 실업대책 한계…가계 위한 직접 고용지원책 필요
생산성 향상…기업투자 증가 ‘고용확대’로 연결안돼
정부 실업대책 한계…가계 위한 직접 고용지원책 필요
2010년이 저물어 가는 이 시점에서 평가해 보면, 대체로 올 한해 경제는 애초 우려와 달리 양호한 성장을 거듭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주가지수가 다시 2000을 상향 돌파하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양호한 성장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의외로 이러한 경기호전을 체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원인이 여러 가지 있을 것이다. 그중에서 수출이 늘더라도 고용이 늘지 않는 현재의 고용구조도 체감경기 부진에 한몫했을 것이다.
1980~90년대를 생각해 보면 현재와 쉽게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당시에는 수출이 늘어나면 기업들의 강한 설비투자가 이어졌고, 새로운 설비에는 많은 노동력이 필요했다. 즉, 수출 증가가 고용 증가로 쉽게 이어졌고, 늘어난 고용은 가계의 소득 확대를 가져옴으로써 가계 소비에 의존하는 소규모 자영업자들의 소득에도 큰 도움이 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출이 늘어도 그다지 고용이 늘지 않는 현상을 볼 수 있다. 한국은행의 자료를 보면,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의 연평균 실질수출 증가율은 10%로 1990년대에 기록했던 14%에 비해선 다소 떨어졌지만 여전히 높다. 그런데 2000년 이후 일자리는 연평균 1.2% 증가해, 외환위기 이전 1990년대 기록했던 2.7%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이처럼 수출 확대가 고용 증가로 연결되는 고리가 점차 약화되고 있는 것이 지표상으로 경기가 좋아지고 있음에도 체감상으로는 경기가 부진한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수출 확대가 고용 증가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가 일시적인 데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경제 전체에서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고 있어 고용을 대체하는 투자가 늘고 있는 것과 같은 구조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수출이 빠르게 증가하지만, 제조업의 고용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이런 짐작을 뒷받침한다. 2004년 이후 제조업은 수출 증가세 덕분에 연평균 7.3%씩 성장했으나 제조업 일자리는 오히려 해마다 0.4%씩 감소하고 있다. 이는 기업이 수출 증가를 위해 투자를 하더라도 생산성 향상을 통해 노동력을 덜 쓰는 방식으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가 노동력을 대체하는 것은 제조업에서만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교통시설 등에서 요금 징수를 기계화시키는 것도 사람이 직접 징수하는 것에 비해 고용을 감소시키는 요인이다. 도소매업에서 대형 판매시설이 등장하는 것도 생산성 향상에는 큰 도움이 되지만, 고용에는 부정적 영향을 준다. 즉, 많은 소규모 사업장에서 여러 사람들이 판매에 종사하던 것을 대규모 사업장에서 소수의 인원이 판매하는 것으로 대체할 때, 생산성은 높아지지만 고용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업의 생산성 향상을 탓할 수는 없다. 생산성 향상을 게을리해 이익을 내지 못해 부도나는 기업은 사회적으로도 큰 폐해를 끼친다. 더군다나 기업의 본질이 이익 추구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생산성 향상은 기업의 영원한 과제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생산성 향상에 따라 성장 산업에서 오히려 고용이 줄어들고 있는 현상은 고용의 질을 악화시킬 것이다.
생산성 향상에 따라 제조업 등에서 떨어져 나온 근로자들이 생산성이 낮은 업종으로 몰리면서 과잉 경쟁이 발생하고, 소득 수준은 떨어지게 된다. 2004년 이후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용이 많이 늘어난 산업은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과 사업서비스업이다. 두 산업은 각각 연평균 13.8%와 7.9%씩 고용이 증가했다. 그러나 산업의 국내총생산을 해당 산업의 총 취업자로 나눈 1인당 생산성 면에서 보면 보건사회복지 서비스업은 제조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며, 사업서비스업은 3분의 1도 안 된다. 이들 산업의 고용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1인당 생산성은 더 떨어질 것이다. 이는 이들 산업에 종사하는 취업자들의 소득 악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 산업에 진입하는 것은 창업 등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고용의 질이 악화되면 소득의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고 있는 제조업과 그렇지 못한 일부 서비스업 간의 소득은 점점 더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특정 산업의 생산성이 악화되고 있음에도 그 산업으로 진입한 사람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여타 산업으로 옮기기 위해 구직 활동을 지속할 것이다. 이는 약간의 소득이 있더라도 마치 실업 상태에 있는 사람들과 일자리를 놓고 경쟁할 것이므로 전반적인 고용 개선을 어렵게 만들 것이다.
현재의 고용 시장이 가진 문제점은 정부의 실업대책이 경기조절 정책으로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을 의미한다. 환율 상승 등과 같은 수출 확대 정책을 구사하더라도 수출 기업만 좋아질 뿐 그 혜택이 일반 가계로 확산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좀더 직접적인 고용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고용을 확대하는 기업에 대해 정부가 일정 비용을 부담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수출이 잘되고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생산성 향상이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수요가 너무 많을 때는 생산성 향상이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구실을 하겠지만, 수요 확대가 없을 때의 생산성 향상은 실업 증가라는 결과만 낳을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용 확대를 유지하고 이를 통해 국내 수요를 늘림으로써 생산성 향상이 긍정적인 구실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는 우리 정부가 앞으로 두고두고 고민해야 할 과제가 될 것이다. 전민규/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
수출이 잘되고 경제가 성장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생산성 향상이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수요가 너무 많을 때는 생산성 향상이 경제성장을 뒷받침하는 구실을 하겠지만, 수요 확대가 없을 때의 생산성 향상은 실업 증가라는 결과만 낳을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고용 확대를 유지하고 이를 통해 국내 수요를 늘림으로써 생산성 향상이 긍정적인 구실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는 우리 정부가 앞으로 두고두고 고민해야 할 과제가 될 것이다. 전민규/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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