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와 석유영향력 계수 추이
국내 실질유가 2차 석유파동때보다 14% 높은 수준
IT 성장으로 경제영향 줄었지만 체질개선 서둘러야
IT 성장으로 경제영향 줄었지만 체질개선 서둘러야
[진단&전망] 유가 배럴당 100달러 눈앞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우리나라가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지난 17일 배럴당 99.7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불러온 리먼사태가 터진 2008년 9월 이후 2년5개월 만의 최고치다. 이집트 반정부 시위는 가라앉았지만 이란 군함의 수에즈 운하 통과를 두고 이란과 이스라엘 간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는데다 바레인, 리비아, 예멘, 이란 등 중동 각국으로 민주화시위가 확산되면서 유가 불안심리를 부채질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유가는 2000년대 들어 롤러코스터와 같은 양상을 보였다. 2002년 1월 19달러였던 두바이유 가격은 2008년 7월 131달러로 6년 만에 7배 이상 올랐다. 리먼사태의 여파가 최고조에 달했던 2008년 12월에는 44달러까지 떨어졌다가 세계경제가 금융위기의 충격에서 서서히 벗어나면서 원유 수요가 회복되고 중동의 정치불안까지 겹쳐 올 2월에는 100달러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국제유가가 급변동하면서 성장이나 물가 등 우리 경제에 미친 파급효과도 상당하다. 특히 물가는 최근 유가 상승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았다. 지난 1월 중 소비자물가상승률은 한국은행의 2010~2012년 물가안정목표 3.0±1%를 넘는 4.1%를 기록했다.
최근 국내에 도입되는 유가는 이미 1980년 2차 석유파동 당시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달러로 표시된 국제유가에 환율과 물가를 고려한 원화표시 실질유가는 1980년을 100으로 했을 때 올 1~2월 중 114.7로 2차 석유파동 당시보다 14% 이상 높은 수준이다.
실질유가(=국제유가×원달러 환율/소비자물가지수)는 우리나라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두바이유의 달러표시 명목가격에서 환율과 국내물가 변화의 영향을 제거한 값을 원화로 표시한 것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두바이유의 1~2월 평균가격 95달러는 실질가격으로 배럴당 8만8800원이다. 2008년 3분기의 10만8700원보다는 아직 18% 이상 낮지만 1980년 2차 석유파동 당시의 실질가격 7만7400원보다 14.7%나 높은 수준이다. 최근의 원화표시 실질유가가 2차 석유파동에 견주어 높다는 것은 국내 물가에 대한 영향이 위험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물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석유영향력계수를 통해 추정해 볼 수 있다. 석유영향력계수는 위에서 살펴본 원화표시 실질유가에 우리 경제의 석유의존도(실질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석유투입량의 비율)를 일종의 가중치처럼 곱한 것이다. 이 계수는 각 시점의 국제유가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환율과 물가, 그리고 석유의존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과거와 서로 비교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림>과 같이 2차 석유파동 당시였던 1980년의 석유영향력계수를 100으로 했을 때, 현재 두바이유가 95달러는 석유영향력계수 75에 해당한다. 현재의 유가가 우리나라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2차 석유파동 당시의 4분의 3 정도라는 의미이다.
원화표시 실질유가가 2차 석유파동 당시보다 높음에도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은 이유는 석유에 대한 우리 경제의 의존도가 과거보다 낮아졌기 때문이다.
국내총생산에 대한 석유투입 비율은 1980년대 이후 두차례에 걸쳐 하락 추세를 보였다. 첫번째 하락기는 1980년대 전반의 중화학공업 구조조정기와 대체로 일치한다. 두번째 하락기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현재까지의 시기다. 외환위기 이전까지 부가가치 생산의 핵심축이었던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같은 에너지 투입 비율이 높은 전통적인 중화학공업을 대신해 외환위기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에너지를 덜 사용하는 전기, 전자 및 IT산업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급부상했다.
2000년대 들어 지속된 고유가로 다양한 에너지 절감 노력과 함께 에너지 투입비중이 낮은 산업구조로 유도하는 각종 정책 등도 석유의존도를 낮추어 국제유가 상승의 충격을 완화하는 데 적지 않게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슬람권의 정치적 불안은 국제유가를 10달러 이상 높인 것으로 추정된다. 과거 경험을 보면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보다 높은 것이 일반적이다. 지난해에도 서부 텍사스산 원유 가격은 두바이유보다 1.3달러 높았다. 그런데 지난 17일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은 99.7달러로 서부 텍사스산 원유 가격 86.3달러보다 오히려 13달러 이상 높았다. 이슬람권의 정치적 불안이 안정될 경우 두바이유는 서부 텍사스산 원유 가격으로 수렴되어 90달러 정도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90달러 정도의 유가 수준이 실물경제에 큰 충격이 되는 수준은 아닐지라도 고유가가 장기간 지속되면 결국 우리 경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당장 물가안정에 큰 걸림돌일 뿐 아니라 고유가 지속이 세계수요 둔화로 이어져 수출이 둔화되고, 물가상승 등으로 내수 회복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크다. 고유가 환경을 강인하게 헤쳐나갈 수 있는 체질로 바꾸어 나가는 데 더 많은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송태정/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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