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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세계경제 30년 ‘골디락스’는 끝났다

등록 2011-02-27 19:49

주요 상품가격 장기 추이
주요 상품가격 장기 추이
중국 등 신흥국 자원소비 급증, 가격상승 이끌어
선진국, ‘인플레이션 시대’ 돌입 막을 뾰족수 없어
[진단 & 전망] 상품가격 상승 장기화

18세기 말 맬서스는 식량보다 인구가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기 때문에, 인구가 일시적으로 증가하더라도 식량 부족과 기아 등으로 인해 다시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였다. 맬서스가 인구론을 출간한 바로 그 시기에 시작된 산업혁명은 기술 혁신과 생산성의 향상을 통해 자원의 제약을 넘어섬으로써 맬서스의 암울한 전망을 부정하였지만, 산업혁명 이전까지 세계경제의 흐름은 맬서스의 주장에 부합하는 것이었다. 오늘날의 경제사 연구들을 보면, 산업혁명 이전까지 수천년 동안 세계의 1인당 소득은 거의 변하지 않았으며, 기원후 1500여년 동안 세계경제의 연평균 성장률은 0.02~0.03% 정도로 거의 제자리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맬서스의 함정’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산업혁명을 계기로 세계경제 성장률은 0.5% 수준으로 높아졌으며, 최근 30여년 동안에는 연평균 3.3%에 달하는 등 산업혁명 이전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산업혁명을 계기로 하여 세계경제의 성장은 맬서스의 예언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어 왔지만, 최근 상품가격이 급등하고 식량위기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현실은 ‘자원 제약에 따른 성장의 한계’라는 맬서스의 문제의식을 다시 떠오르게 하고 있다. 지난 300여년간 거의 잊혀지고 무시되었던 주장이 지금 부활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산업혁명 이후의 세계경제는 지역간 성장률이 크게 차별화되었다는 점에서 이전 시기와 뚜렷하게 구별된다. 산업혁명 이전 대부분의 나라들은 생산성의 수준이나 성장속도에서 별다른 차이가 없었던 반면, 산업혁명을 계기로 격차가 크게 확대되었다. 영국과 서유럽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은 북미와 오세아니아 등으로 파급되었으나, 아시아 등의 지역은 상당 기간 정체상태에 머물렀다. 이처럼 산업혁명을 계기로 확대되었던 지역간 격차는 최근 들어 빠르게 축소되고 있는데, 중국과 인도 등 거대 신흥국의 성쇠 과정은 이를 잘 보여준다.

기원전부터 1700년께까지 중국와 인도 두 나라의 비중은 50% 안팎을 유지하였으나, 산업혁명을 계기로 서구 선진국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1970년에는 8%대까지 하락하였다. 이후 뒤늦은 공업화에 힘입어 고성장 국면으로 진입하면서 최근에는 20% 안팎으로 올라선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사학자들에 따르면, 산업혁명 이후의 300여년은 지역간 성장률과 소득 격차가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인류 역사상 대분기(great divergence)의 시기였지만, 최근 선진국의 저성장과 거대 신흥국들의 고성장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소득 격차가 다시 줄어들고 있다는 점에서 대수렴(great convergence)의 시기로 진입하고 있다.

맬서스적 문제의식의 부활은 바로 이 대수렴이라는 세계사적 변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수백년 동안 정체되어 있었던 거대 신흥국들의 고성장과 소득 증가는 자원 소비 급증으로 이어졌으며, 이로 인해 주요 상품의 가격은 2000년대 들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만약에 자원의 공급이 수요의 증가 속도에 크게 미치지 못하게 된다면, 경제성장은 자원 부족이라는 근본적인 제약에 직면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맬서스의 비관론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성급하다.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현재의 기술 진보와 생산성 향상 덕분에, 기술적으로 채취 가능하고 경제적으로 이용 가능한 자원의 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자원제약에 따른 성장의 근본적인 한계까지는 아니더라도, 신흥국의 수요 증가로 인한 상품가격 상승은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최근 상품가격 상승의 중요한 특징은, 선진국들이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전세계 구리 수요에서 중국의 몫은 미국의 두배에 달하며, 지난해 세계 원유소비량 증가분의 85%는 신흥국들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선진국의 저성장과 수요 부진이 계속되어도, 신흥국들이 고성장을 지속하는 한 상품가격의 상승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다.

길게 보면 지난 30여년간 세계경제는 고성장과 저물가의 공존을 의미하는 ‘골디락스’를 즐겨 왔으며, 여기서 중국이라는 세계의 공장이 큰 구실을 했다. 그러나 이제 중국은 생산자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로 변화하고 있다.

지정학적 불안과 이상기후 등 최근 상품가격의 변동성을 확대시킨 요인들은 조기에 진정될 수도 있고, 당분간 지속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이건, 신흥 경제대국들의 고성장과 그에 따른 상품수요 증가가 임계점을 넘어섬에 따라 세계경제의 골디락스는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수십년간 유지되었던 물가안정 시대와 작별하면서, 향후 도래할 인플레이션 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 때다.

임일섭/농협경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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