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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연준의 ‘지급준비금 조절’ 경기회복땐 부메랑

등록 2011-03-13 21:19

준비금 잔액에 비교한 준비금 거래액의 배수
준비금 잔액에 비교한 준비금 거래액의 배수
잔액 대비 거래량 급감…연준 이자지급도 한몫
경기호전으로 통제 어려울땐 통화량 폭발로 귀결
[진단 & 전망] 미국 중앙은행의 고민

각 나라의 은행은 예금으로 들어온 돈 중의 일부를 준비금으로 중앙은행에 맡겨 두어야 한다. 그런데 이 준비금에는 이자가 전혀 붙지 않거나 매우 낮게 붙기 때문에 은행은 가능한 한 이 돈을 준비금으로 맡겨두기보다는 최대한 수익이 더 많이 나는 다른 곳으로 운용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실제로 은행에는 자주 거래가 일어나기 때문에 이 최소한 필요 준비금을 마련하기 위해서 자신의 준비금이 부족하면 다른 준비금에 여유가 있는 은행에서 빌려오기도 한다. 이때 적용되는 금리가 바로 중앙은행에서 한달에 한번꼴로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에서 정하는 중앙은행의 기준금리다.

만약 시중은행들이 준비하고 있는 준비금이 매우 모자라서 이 조달 금리가 올라가면 중앙은행은 미리 회의에서 정한 목표금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중앙은행은 시중은행이 가지고 있는 국채를 사주어서 목표금리를 유지하면서 시중에 준비금이 넘쳐나도록 만든다. 반대로 시중은행이 가지고 있는 준비금이 너무 많아서 조달금리가 내려가면 가지고 있던 국채를 팔아서 기준금리를 목표금리로 올리고 시중은행의 준비금을 흡수해 버린다.

이렇게 시중은행들 사이에는 자주 준비금을 주고받는 거래가 일어나고 마지막에는 일정한 준비금의 잔액을 유지하게 된다. 이렇게 일어난 준비금의 거래량과 잔액을 비교한 지표가 바로 위의 그림이다.

이 그림을 보면 2008년 말의 경우 이 비율이 약 350배까지 나온다. 즉 이 말은 시중은행이 준비금을 맞추기 위해서 하루 평균 거래금액이 준비금 잔액의 약 350배에 이른다는 말이다. 이 배수가 높다는 것도 새로운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비율이 2009년에 들어와서 갑자기 뚝 떨어져 지금은 겨우 2배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이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를 만들어낸 것인가? 미국 중앙은행과 시중은행 사이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리고 이 배수는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지금처럼 계속 낮은 수준에서 머물 것인가? 아니면 다시 이 배수가 과거처럼 올라갈 것인가? 이는 앞으로 미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먼저 이 배수가 갑자기 낮아진 배경을 알아보자. 이것은 분명히 시중에 준비금의 양이 매우 많이 늘어났다는 말이다. 즉 미국 중앙은행은 2008년에 한번, 그리고 2009년에 한번 해서 두번에 걸쳐 약 2조달러의 자금을 찍어내어 이 돈으로 미국 국채와 모기지 채권을 사들였다. 이는 시중의 금리를 낮추고 그래서 이 낮은 금리 덕분에 가계와 기업이 대출을 늘리고, 그래서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어서 시중은행이 자산으로 가지고 있던 국채와 모기지 채권을 사들이자 시중은행에는 많은 돈이 늘어나게 되었다. 그러나 시중은행은 이 돈을 과거처럼 다른 곳으로 운영하지 않았다. 이는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이 맡긴 준비금에 0.25%의 금리를 준 까닭도 있지만 경제사정이 어려워져서 늘어난 준비금을 다른 곳에 운영할 만한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 경제사정이 좋아져서 다시 시중은행이 지금의 준비금을 과거처럼 다른 곳으로 운영한다면 미국 경제는 갑자기 늘어난 통화량으로 폭발하게 된다. 이런 위험에 대해 중앙은행은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나면 중앙은행이 갖고 있는 국채를 팔아서 준비금을 흡수하거나 시중은행이 맡긴 준비금에 더 높은 이자를 주면 준비금이 다른 곳으로 달아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이런 현상은 매우 비정상이다. 중앙은행이 준비금을 늘리면 이 늘어난 준비금은 당연히 시중은행을 통해서 신용창조를 일으켜 시중에 통화량을 공급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내어 국채를 사들이면서 늘어난 준비금이 다른 곳으로 흘러가지 않고 그냥 중앙은행의 계좌에 가만히 앉아서 0.25%의 이자를 따먹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배수가 다시 50이나 100 근처로 올라와야 경제활동이 정상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배수가 다시 그 수준으로 올라갈 때까지 과연 중앙은행이 기존에 늘어난 준비금을 어떻게 질서 있게 흡수해 갈 것인지 매우 궁금하다. 이 준비금을 흡수하기 위해 국채의 가격이 떨어지고 그래서 국채의 금리가 올라갈 것은 거의 분명해 보인다. 이는 금리의 인상을 의미한다. 그래서 그동안 늘어난 부채의 비용이 늘어나고 올라간 각종 자산의 가격은 떨어질 것이다. 하상주/하상주 투자교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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