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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외환보유액 쌓는 것만이 능사 아니다

등록 2011-06-12 20:26수정 2011-06-12 21:41

외환보유액 3천억달러의 허실
국제통용 적정기준 2배…시중 외화유동성 축소 부작용도
정상적 정책운용 훼손 소지…외형보단 경제안정 돌봐야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3000억달러를 넘어섰다. 세계 7위 규모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200억달러에 불과했던 외환보유액, 그것도 대부분 국내 금융권의 해외지점에 묶여 가용자금이 바닥을 드러냈던 상황과 대비하면 실로 격세지감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2000억달러와 비교해도 50%나 늘었다. 외환보유액이 국가부도 위기와 같은 비상시에 대비한 일종의 보험 혹은 군자금임을 감안할 때, 큰 안도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군자금은 많을수록 좋을까? 사실 외환보유액은 국내 외환유입의 잉여분을 의미한다. 국제수지상의 ‘준비자산 증감’이 그것인데, 수출이나 차입 등을 통해 국내에 공급된 외화와 수입이나 투자 등으로 해외로 빠져나간 외화의 차이를 뜻한다. 들어온 외화가 나간 외화보다 많으면 준비자산의 증가로 반영된다. 외환보유액은 여기에 준비자산의 가치변화분을 포함한 것이다. 달러화 가치가 오르면 준비자산은 그대로라도 외환보유액은 감소한다. 준비자산 중 달러 표시 자산의 가치는 변함없지만, 달러 외의 다른 통화 표시 자산의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국내 외환보유액 중 달러화 자산 비중은 60%를 조금 넘는다.

그러나 외환보유액은 무엇보다 정책 의지를 반영한다. 정부가 환율 관리를 위해 시장개입을 하면서 모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투기나 시장 쏠림에 맞선 환율 안정은 정부 본연의 임무이며, 환율 안정의 거시경제적 효과도 무척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외환보유액을 쌓다 보면 도리어 부작용도 생긴다. 가령 민간의 외화조달 및 운용을 왜곡할 수 있다. 외환보유액을 쌓는다는 것은 국내 유입된 외화를 그만큼 정부가 빼돌린다(?)는 것인데, 결국 시중의 외화유동성이 축소되게 된다. 이 경우 민간은 추가적인 차입이나 조달에 나서기 마련이다. 원천적으로 외화수요를 규제하지 않는 이상, 악순환이 초래될 수도 있다.

비용·편익 문제도 짚어보자. 우선, 달러를 살 경우 정부는 원화를 팔아야 하는데, 이로 인한 국내 통화공급 증가분을 흡수하기 위해 통화안정증권과 같은 증권을 발행한다. 이 증권에 대해 이자를 지급한다. 외환보유액 확충이 공짜는 아닌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01~2008년 중 외환보유액 확충에 따른 실질적 관리비용이 52조2000억원으로 추정된다. 반면 수익도 있다. 외환보유액을 쌓으면 그냥 금고에다 보관하는 것이 아니라 외화자산에 투자해 운용하는 덕분이다. 같은 기간 운용수익은 72조3000억원으로 추정된다. 관리비용을 빼고도 남는 장사다. 국가부도 위기에 대비한 보험이라는 장점도 있으니 금상첨화 아닌가?

하지만 이러한 수익과 비용의 추정에는 기본적으로 원화 가치 혹은 달러 가치의 변동에 따른 영향도 포함돼 있다. 특히 원화 약세 효과가 크다. 가령 2008년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이상으로 치솟는 와중에 52조7000억원의 외환평가이익이 발생했다. 이는 관리비용에서 공제되는 항목인데, 원화 약세 때문에 그만큼 관리비용이 절감된 셈이다. 그러나 외환보유액은 원화 강세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주로 확충된다. 따라서 원화 약세로 인한 수익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또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 외환보유액은 저절로 줄어든다. 귀중한 외화가 날아가는 것은 생각지 않고, 들어오는 수익만 챙기는 셈이다.

그렇다면 외환보유액은 어느 정도가 적정할까? 국내에서는 대체로 무역수지상의 일시적인 불균형을 메우고 자본수지상의 차환 리스크를 완화해 대외지급능력을 보증할 방편으로 3000억달러 안팎이 알맞다고 본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간편한 기준, 즉 ‘수입액 3개월치 대비 100%’ 혹은 ‘단기외채 대비 100%’ 등으로 보면, 우리 외환보유액은 이미 적정 수준을 배나 초과한다. 대외신인도 측면에서 보면 3000억달러는 과잉이 아닐까?

게다가 외환보유액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크다. 가령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국내 외환보유액은 2600억달러를 넘었다. 지금의 80%가 넘는다. 하지만 이조차 위기 방지에는 역부족이었다. 일각에서는 그래서 외환보유액을 더 쌓아야 한다고, 다른 일각에서는 이런 외환보유액 덕택에 충격이 억제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실 위기 대응 과정에서 외환보유액은 겨우 600억달러 줄었다. 손써볼 새도 없이 위기가 확산된 때문이다. 그나마 달러화 가치가 15% 오른 영향이 크다. 2008년 말 이후 위기가 점차 진정된 것도 실은 무제한적인 달러화 발권력을 지닌 미국 연준과 통화 스와프를 체결한 덕분이다.

결국 외환보유액을 쌓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자칫 환율안정이라는 목적으로 국내 정상적인 정책운용을 훼손할 소지도 크다. 게다가 국제적으로 이처럼 막대한 외환보유액 확충이 결국 금융위기의 경제적 배경인 글로벌 불균형의 원흉이라는 지적도 많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점차 수단으로서 각국의 거시건전성 강화, 또 우리 정부가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 야심차게 내세운 글로벌 금융안전망 등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이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진 모습이다. 이래저래 외형적·수치적 성장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경제안정이 등한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봐야 할 시점이다.


장보형/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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