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 전망 3차 양적완화 이뤄지나
미, 국가부채·물가 급등 여파 ‘유동성 확대’ 신중
고용 증가도 미미…편익보다 비용부담 더 커져
미, 국가부채·물가 급등 여파 ‘유동성 확대’ 신중
고용 증가도 미미…편익보다 비용부담 더 커져
정부에 이어 한국은행도 성장 전망을 하향조정하는 등 우리 경제의 향방을 두고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그 배후에서는 물가 전망도 상향조정되고 있다. 그렇다고 당장에 1970년대식의 ‘스태그플레이션’이 우려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견실한 성장과 안정된 물가의 조합은 더는 가능하지 않다. 대외적으로도 지금 성장과 물가 양방향에서 각종 불확실성이 춤추고 있다.
그나마 한 가지 위안은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에 대한 희망이었다. 특히 올봄부터 유럽 재정위기의 재현, 중동·북아프리카(MENA) 사태에 따른 유가 급등과 일본 대지진에 따른 공급사슬의 훼손으로 인해 미국을 비롯해 세계 경제 향방에 암운이 드리워진 상황에서 말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이 위기 이후 과도하게 풀린 유동성을 조금씩 줄여 가고 있지만, 세계의 ‘최종대부자’ 미국 중앙은행이 그래도 시장의 ‘돈줄’을 지켜줄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지난 13일 미국 하원에서 진행된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의 통화정책 증언이 절정이었다. 처음으로 3차 양적완화(QE3)의 가능성이 제시된 것이다. 당연히 시장은 고무되었다. 더불어 한국은행도 금리를 동결했다. 6월의 예상외 금리인상, 또 최근 중국의 추가 금리인상에 따른 충격은 종적을 감추었다. 성장 전망의 후퇴로 인해 돈줄을 조이기가 쉽지 않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사실 연준은 올 들어 성장 전망을 줄곧 하향조정해 왔다. 1월 3.4~3.9%였던 올해 미국의 경제성장 전망은 6월 2.7~2.9%까지 낮춰졌다. 게다가 이번에 버냉키는 실업 장기화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또다른 위기”의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날 상원 증언에서는 이내 3차 양적완화의 가능성을 부인했다. 왜 당장에 3차 양적완화를 추진하지 않느냐는 지적에 “지금은 2010년 8월 2차 양적완화를 검토할 때와 상황이 다르다”고 응수한 것이다. 당시에는 물가 하락, 즉 디플레이션이 심각한 위험이었다. 반면 지금은 물가 상승이 골칫거리다. 물론 연준은 성장 전망의 ‘하방 위험’이 큰 반면, 물가 전망의 위험은 “균형적”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위험 평가는 전망을 기준으로 삼는다. 연준의 물가 전망은 1월 1%대 중반에서 최근에는 2%대로 상향조정된 처지다.
당연히 시장 반응은 실망이었다. 게다가 이와 같은 시장의 일희일비 이면에 또다른 쟁점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의 국가채무 한도에 대한 상향조정이 공화당의 반발로 난항을 거듭하면서, 미국이 국가부도에 직면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물론 미국의 경우에는 유럽 위기국들처럼 지급능력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정치적 난맥상에 따른 ‘기술적’인 성격이 강하다. 그러나 미국의 국가부채 역시 통상적으로 ‘위험 수준’으로 간주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90%를 넘으며, 버냉키도 이번 증언에서 미국의 부도를 “대형 위기”라고 경고했다.
사실 재정과 통화의 함수관계를 보자면, 이 때문에 연준의 3차 양적완화가 정당화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이른바 ‘부채의 화폐화’(monetization of debt), 즉 재정적자를 통화 증발로 흡수하는 전략 말이다. 솔직히 금융위기 직후의 1차 양적완화는 아니어도, 최근에 끝난 2차 양적완화는 그 뉘앙스가 상당히 강하다. 버냉키가 인정했다시피, 2차 양적완화로 미국의 장기금리가 10~30bp(1bp=0.01%포인트)가량 인하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는 그만큼 미국 정부의 이자 부담을 경감시켰고, 또 대규모 국채 발행도 무리 없이 소화될 수 있게 만들었다. 유럽 재정위기에 대해 미국이 면역력을 보인 것은 그 덕분인 셈이다.
이번에도 같은 일이 되풀이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가 따른다. 우선, 버냉키가 지적한 것처럼, “이러한 정책에 대한 우리의 경험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며, 잠재적인 위험과 비용이 수반된다.” 과도한 재정적자와 무분별한 통화공급의 결합은 물가급등의 지름길이다. 게다가 연준의 과도한 통화공급이 결국 글로벌 자금흐름을 교란하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국에 초점을 맞춘 미국의 일방적인 정책이 결국 자신에게 ‘부메랑’이 될 수 있다. 아마도 그 단초는 달러의 위기로 드러날지 모른다.
또다른 문제는 실업의 장기화로 성장 잠재력의 후퇴다. 연준도 2차 양적완화를 고민하면서 그로 인한 고용의 수혜에 관심을 기울였다. 하지만 그 효과는 월평균 3만개 정도의 증가에 그친다. 그렇다면 위기의 징후를 보이는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돈을 퍼부어야 하나? 게다가 지금은 ‘경기적 실업’이 아니라 ‘구조적 실업’이 문제다. 이는 통화정책의 영역 밖이다. 오히려 재정과 고용의 함수관계에 주목하자. 고용의 자생력이 없는 상황에서, 버냉키의 지적처럼 “과도하게 지출을 삭감”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결국 지금은 경기부양이나 시장 안정, 나아가 재정 해법이라는 측면에서 통화와의 연관성을 끊는 것이 중요하다. 그간 위기의 긴박성을 완화시키는 데에 양적완화가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점차 편익보다 비용이 커지고 있다. 특히 2차 양적완화는 역사적으로 실패로 자리매김될 공산이 크다. 3차 양적완화 혹은 각종 통화부양책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진정으로 경제의 재생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때다. 장보형/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결국 지금은 경기부양이나 시장 안정, 나아가 재정 해법이라는 측면에서 통화와의 연관성을 끊는 것이 중요하다. 그간 위기의 긴박성을 완화시키는 데에 양적완화가 크게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점차 편익보다 비용이 커지고 있다. 특히 2차 양적완화는 역사적으로 실패로 자리매김될 공산이 크다. 3차 양적완화 혹은 각종 통화부양책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진정으로 경제의 재생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할 때다. 장보형/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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