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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미, 재정건전성 집착 긴축땐 불황 심화될수도

등록 2011-08-14 20:21

진단&전망 부채위기와 재정건전성
급격한 부채축소, 수요위축·재침체 가능성
경제성장 위해 적절한 지출이 되레 필요
재정위기와 경기침체 우려로 주요국의 주가가 급락하는 등 전세계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기대와 달리 매우 취약하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현재 세계경제가 처한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008년의 위기 이후 주요국들이 금융과 재정 측면에서 다양한 정책수단을 통해 경기부양을 꾀하여 왔지만, 아직도 자생적인 경기회복은 요원할 뿐만 아니라 최근의 재정위기에서 드러나듯이 더 이상의 경기부양 수단도 마땅치 않다는 비관론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기는 본질적으로 민간의 과도한 부채로부터 발생한 것인데, 위기 이후 정부의 경기부양 노력은 민간부채의 위험을 정부로 이전한 것에 불과할 뿐, 근본적인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는 비판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의 금융시장 불안은 근본적인 부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재정지출이라는 미봉책(?)에 의존함으로써 야기된 “재정적자의 복수”로 이해된다. 따라서 재정위기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지금, 위기 극복을 위해 절실한 과제는 재정긴축을 통한 재정건전성의 회복이라고 주장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근본적인” 진단은 위기 이후 과잉부채의 축소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며, 이로부터 도출되는 정책처방은 경제의 재침체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매우 위험하다.

민간의 과도한 부채로 인한 금융위기 이후, 과잉부채의 축소는 불가피한 과정이다. 소득이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부채의 축소는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많이 하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총수요의 위축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총수요 위축에 따른 경기침체의 장기화를 억제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재정지출이 필요하며, 이로 인해 정부부채가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런 결과다. 이는 과잉부채의 위험을 민간에서 정부로 이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급격한 부채 축소에 따른 수요 위축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넓게 보자면 대공황 이후 등장한 케인스 경제학의 핵심적인 메시지이기도 하다.

물론 정부부채가 과도하게 늘어날 경우 장기적인 채무상환능력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재정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정지출보다 세수가 많아야 하는데 세수 증대를 위한 첩경은 경제성장을 통한 소득 증가이다. 또한 성장에 따른 경제규모의 증가는 국가부채의 절대적 규모가 변하지 않더라도 부채비율을 낮춤으로써 실질적인 부채부담의 완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따라서 재정을 건전화하고자 한다면 불황 국면에서 성급한 긴축으로 들어갈 것이 아니라, 적절한 규모와 방식으로 재정지출을 수행함으로써 경제성장을 본궤도에 올려놓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만약 최근처럼 건전성에만 집착하여 재정을 긴축할 경우 불황이 심화되면서 더한층 세수가 줄어 재정건전성 회복은 오히려 요원해질 수 있다.

최근 미국 정부가 경기회복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징후는 고용시장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위기 이후 큰 폭으로 감소했던 비농업부문의 취업자수는 2010년 초를 바닥으로 매우 완만하게 늘어나고 있다. 2010년 초부터 올해 6월까지 전체 취업자수는 170만명 증가했는데, 부문별로 보면 민간부문은 212만명 증가한 반면 정부부문에서는 42만명 감소했다. 즉 민간부문의 취업자수 증가에도 불구, 정부부문의 취업자수 감소가 고용시장 회복을 지연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재정긴축안의 채택은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할 뿐이다. 최근 미국의 국채한도 증액 협상 과정에서 정치권은 대규모의 재정긴축에 합의하였다. 급여에 대한 세제혜택과 실업자 지원조치가 올해 12월로 종료될 예정인데 이는 내년 국내총생산의 2% 정도에 해당하는 재정긴축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 정도의 재정긴축은 미약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경제를 다시 침체에 빠뜨리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중장기적으로 보면 재정적자 감축을 위해 사회복지 지출체계와 세제개혁이 필요하지만,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은 세금 감면의 연장 등을 포함하여 일정한 재정지출 규모를 유지하는 것이다.

미국 버클리대학의 아이켄그린 교수에 따르면, 최근 위기의 본질은 부채위기가 아니라 정치적 위기다. 티파티로 대변되는 극단주의자들의 재정건전성에 대한 맹목적 집착과 오바마 정부의 정치적 무능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최근의 주가 급락은 “재정적자의 복수”가 아니다. 그것은 정치권의 정략적 이해타산과 리더십 부족으로 인해 경제의 재침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 대한 시장의 경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임일섭 농협경제연구소 거시경제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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