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유럽 재정위기, 한발 빼면 한발 빠지는 늪에…

등록 2011-09-18 20:35수정 2011-09-21 15:10

진단&전망 세계 금융불안 언제까지
‘큰손’ 미국도 불안…근본적 해결책 찾기 어려워
환율 급등·제조업 위축 등 국내도 ‘짙은 먹구름’
연초부터 중동·북아프리카 사태가 터지면서 유가가 폭등했고, 3월에는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해 많은 인명 피해가 나면서 세계 경제도 큰 타격을 받았다. 이어 5월부터는 그리스 재정 위기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고 그 문제가 아직도 해결이 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8월에는 미국 정부 부도 가능성으로 금융 시장을 뒤흔드는 등 2011년 세계 경제가 한시도 편할 날이 없다. 5월부터 불거지기 시작한 그리스의 부도 위기는 6월 말의 지원 협상 타결을 계기로 잠잠해질 것으로 기대됐으나, 이제는 부도 가능성이 아니라 부도 시점을 저울질해야 할 정도로 악화됐다. 많은 경제학자는 그리스 부도가 가져올 파장을 분석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그리스 부도의 문제는 일차적으로는 금융 투자의 영역이다. 그리스 정부가 발행한 채권을 매입한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을 기대했겠지만 지금은 많은 손실을 보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실패한 금융 투자의 문제가 실제 경제 활동을 가로막는 일은 드물지 않게 벌어진다. 집을 사든 차를 사든 은행 융자를 통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기업 투자도 은행 융자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리스 국채 투자에 실패해 은행이 많은 손실을 입어 융자해줄 여력이 없어지면 집도 사기 어려워지고 차도 못 사며, 기업 투자도 멈출 수밖에 없다. 지금 상황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많은 사람이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몸을 사리고 있다. 이런 영향이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경제 통계들을 보면 이미 7월부터 제조업체들의 생산 활동이 위축되고 있고, 기업들 재고는 쌓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나마 수출이 아직 20% 넘는 증가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지진 복구에 많은 물건이 필요한 일본으로 수출이 크게 늘고 있고, 아직은 경기가 괜찮은 동남아 국가들도 우리 제품을 많이 사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7월부터 제조업 생산이 위축되고 재고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기업들이 향후 경기 둔화를 예상해 방어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의 외환 시장에도 유럽 재정 위기의 여파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유럽 은행들조차도 달러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짐에 따라 유럽중앙은행이 달러 자금을 은행들에게 빌려주는 방안을 마련하고 나섰다는 점은 그만큼 세계적으로 달러 구하기가 어려워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미국이나 유럽 은행들로부터 단기 달러 자금을 빌려 영업에 활용하고 있는 우리나라 은행들도 돈을 빌려오는 것이 예전보다 여건이 악화되고 있을 것이다. 이러한 영향이 반영되면서 추석 연휴가 끝나자마자 환율, 즉 달러 값이 치솟고 있는 것이다.

미국도 유럽 재정 위기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미국 경제는 상반기 중 중동·북아프리카 사태, 일본 대지진 등 외부 환경 악화로 큰 폭으로 위축됐다. 이제 그 영향이 사라지면서 희망이 보이나 싶었지만, 유럽에서 발생한 악재 때문에 다시 경기 부진 가능성이 높아졌다. 최근 미국 경제 지표들을 보면 일본 대지진으로 일시 가동 중단됐던 자동차 공장이 재가동되면서 지표상 생산은 늘어난 것으로 보이지만, 이제는 지진 발생 이전의 생산 수준을 회복했기 때문에 그 효과를 더 는 기대하기는 어렵게 됐다. 미국의 소비자나 기업 모두 심리적으로 상당히 냉각된 것이 각종 경제 지표에서 확인되고 있다. 불안한 마음이 들 때는 현금을 선호하는 경향이 커진다. 실직을 당하거나 필요한 자금을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없는 경우를 대비해 현금을 아끼려고 하기 때문이다. 8월 들어 미국의 소매점 매출이 정체된 것은 이러한 심리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기업들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현금을 확보하려고 하는데 그중의 하나가 고용을 줄여 인건비를 아끼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 수가 다시 증가하고 있는 것은 기업들이 인력을 감축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사정이 이러하면 정부가 경기 부양에 나서야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돈을 푸는 바람에 물가가 크게 오르고 있어, 이제는 돈을 더 풀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미국 정부도 재정 자금을 풀고 싶지만, 미국의 정부 부채나 재정 적자 문제가 유럽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서 함부로 나서기 어렵다.

유럽 재정 위기가 단기간 내 해소될 가능성보다는, 새로운 정책이 나오면 일시적으로 안도하고, 그러다가 근본적 해결이 어렵다는 점이 부각될 때 악화되는 흐름이 반복되면서 가계와 기업 모두 심리적으로 위축 상태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책적 수단이 별로 없다는 점까지 겹치고 있어 미국의 향후 경제 성장률이 계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며, 우리나라의 수출 여건도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리나라의 외환 방어력이 개선된 것은 긍정적이다. 2008년과 비교해 보면 주요 선진국들의 재정 지출 여력이 소진됐고, 추가 금융 완화 정책을 사용할 여지가 줄어 국외 여건은 더 악화된 상태지만, 단기 외채는 감소하고 외환보유액은 더 늘었다는 점에서 국외 충격에 대한 면역력은 훨씬 양호해, 그리스가 부도를 선언하는 최악의 경우에도 환율 상승폭이 2008년에 보던 1600원보다는 훨씬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민규/한국투자증권 연구위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