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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행복은 GDP 순이 아니잖아요

등록 2011-12-18 18:22수정 2011-12-18 18:23

[진단&전망] 국민소득과 행복의 함수
GDP 2만달러 넘으면 행복과 상관관계 안 커
한국 10년새 이혼·양극화 등 사회지표 악화
경제는 성장하는데, 왜 사람들의 생활은 점점 더 어려워질까? 우리 경제는 지난 30년간 외환위기를 겪었던 1998년(-5.7%)을 제외하고 한해도 거르지 않고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해 왔다. 올해에도 우리 경제가 3.8% 정도 성장할 것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일반국민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생활에서 느끼는 행복감도 점점 더 떨어진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소득과 행복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일정 수준의 소득까지는 행복이 늘어나지만, 그 이상의 소득증가는 행복과 직접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 결론이다. 영국의 경제학자 리처드 레이어드는 <행복에 관한 새로운 과학>(The New Science of Happiness)이라는 저서에서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으면 소득과 행복의 상관관계는 크지 않다는 ‘행복의 함정’을 주장하였다.

실제로 서구 선진국은 2차대전이 끝난 이후 1950년대부터 빠른 경제성장과 함께 전 계층에 걸쳐 실질소득이 크게 증가했다. 그러나 서구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은 60년대 후반 이후 오히려 더 떨어졌다. 실제로 미국에서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행복한지를 묻는 질문에 ‘행복하다’고 대답했던 비율이 50년대 70%대에서 60년대까지는 90% 이상으로 증가하다가 2000년대에 와서는 60%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의 역설>이라는 책을 쓴 데이비드 마이어스 교수는 소득이 증가함에도 행복도가 떨어진 시기에 다양한 사회지표들이 악화된 것을 보여준다. 이혼율 2배, 10대 자살률 3배, 폭력범죄가 4배 늘었으며, 수감된 죄수의 수도 5배 늘었다. 우울증은 제2차 세계대전 이전에 비해 오히려 10배나 늘었다고 한다.

올해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2만3000달러 정도로 2001년 1만631달러와 견주어 2배 이상 높아졌다. 그럼에도, 행복감이 오히려 떨어진 원인으로 소득수준이 2만달러를 넘어서면서 소득과 행복의 관계가 약해진 가운데 자살률 세계 1위, 이혼율 급증, 소득양극화 심화 등과 같은 사회지표들이 악화되는 것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국내총생산과 같은 거시경제 지표가 사람들의 행복을 측정하는 최적의 지표가 아니라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측정 과정이 불완전할 뿐 아니라 심지어 국내총생산과 삶의 질이 거꾸로 가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교통체증으로 인해 운전자가 엄청나게 스트레스를 받는데도 휘발유 사용 증가로 국내총생산은 올라가는 것이다.

국민들의 행복감은 물질적 풍요 외에도 다양한 비경제적인 요인이 포함되어 결정되는 종합적인 성격을 가진다. 최근 국내총생산을 대체하는 새로운 국가지표의 대표 대안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하는 ‘행복지수’(The Better Life Index)가 관심을 끌고 있다.

2009년 오바마 미국 대통령, 캐머런 영국 총리,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이 잇따라 새로운 국가지표 찾기를 주창하면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와 빈곤·분배 연구의 대가인 아마르티아 센 등 세계적인 석학들이 동참하여 개발한 지표이다. 주거환경, 소득, 직업, 공동체 생활, 교육, 환경, 정치참여도, 보건, 삶의 만족도, 사회안전, 일과 삶의 균형 등 11개 세부지표로 이뤄져 있다. 지난 5월 경제협력개발기구에서 발표한 11개 항목의 평균 점수 1위는 오스트레일리아가 차지했다. 그 뒤를 캐나다, 스웨덴, 뉴질랜드, 미국, 노르웨이, 덴마크 등이 차지했고 한국은 34개 회원국 가운데 26위에 불과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교육, 직업, 사회안전, 정치참여도는 오이시디 평균을 넘어선다(<그래프> 참조). 일과 삶의 균형, 소득, 환경, 보건, 삶의 만족도, 주거환경 등은 오이시디 평균보다 1~2포인트 정도 낮은 수준이었다. 가장 취약한 항목은 ‘공동체 생활’ 부문이다. 선진국과 비교해 6포인트 이상 낮았다. “어려움에 처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친척, 친구, 이웃을 가지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로 측정한 공동체 생활 항목에서 오이시디 평균은 10점 만점에서 6.6점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0.5점으로 최하위이다. 전통적으로 가족과 이웃 사이의 결속력을 중시했던 우리 사회가 최근 들어 사회의 결속력이 서구 선진국보다 낮다는 점이 충격적으로 느껴진다. 우리나라가 사회통합, 사회결속 부문이 상대적으로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난 만큼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치·사회적 노력이 시급해 보인다.

성장이 반드시 행복을 가져다주지는 않더라도 최소한의 전제조건은 되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경제성장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경제성장도 결국 국민들이 더 행복해지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성장 중심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의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특히 금융위기 이후 효율만을 강조하는 신자유주의에 대한 반성과 맞물려 우리 사회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출발점으로 외형적 성장보다는 국민행복에 근거한 사고 전환과 정책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송태정/우리금융지주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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