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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한국 시장금리, 금통위보다 미국 따라 움직인다

등록 2012-04-01 21:11

[진단&전망] 시장금리 국외여건 영향은
지난 3월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국내외 경기전망의 불확실성과 물가상승압력의 둔화 등을 이유로 지난해 6월 0.25%포인트 인상 이후 9개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2008년의 금융위기로 2.0%까지 인하됐던 기준금리는 2010년 7월의 0.25%포인트 인상을 시작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 1.25%포인트 인상되었는데, 그동안 우리 경제의 물가불안과 가계부채의 증가세를 고려할 때 인상폭이 부족했다는 지적도 많다. 금통위가 성장에 집착하다 보니 물가불안과 가계부채의 과도한 증가세를 억제하는 데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는 비판이 그것이다.

지난해 초부터 4%를 넘어선 소비자물가의 불안한 움직임이 금통위에 대한 비판적 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일견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최근의 물가불안이 해외변수와 기상이변 등의 다소 불가항력적인 요인들에 기인한 바가 크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기준금리가 지금보다 더 높은 수준으로 인상됐다고 하더라도 물가안정에 큰 도움은 되지 못했을 수 있다. 최근의 물가불안이 상당부분 공급 측면의 충격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통화정책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던 셈이고, 이런 점에서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더 적극적으로 올려 물가불안에 대처했어야 한다는 비판은 다소 과도한 것일 수도 있다.

최근 수년간 우리 시장금리의 움직임을 돌이켜볼 때 진짜 문제가 되는 것은, 기준금리의 인상폭 자체라기보다는 금통위의 통화정책이 시장금리에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본래 정책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는 이유는 장단기 시장금리의 변화를 통해 경제주체들의 의사결정과 금융시장의 자금흐름에 영향을 끼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2009년 이후 주요 시장금리는 기준금리 변화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으며, 오히려 정반대로 움직였다. 2010년 7월부터 최근까지 기준금리는 1.25%포인트 인상되었으나, 같은 기간 5년 만기 국채금리가 0.90%포인트 하락하는 등 주요 국채금리는 도리어 하락했다. 국채금리뿐만 아니라, 은행 대출금리도 0.40%포인트 상승에 그치는 등 사정은 비슷하다. 2000년대 중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정책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현상을 “그린스펀의 수수께끼”라고 불렀던 것을 상기해보자면, 최근의 현상은 “김중수의 수수께끼”라고 부를 만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의 일차적인 원인은, 미국에서 그린스펀의 수수께끼가 신흥국과 산유국의 미국채 투자 확대에 기인했던 것과 유사하게, 최근 수년간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내채권에 대한 투자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2008년말 37.9조원으로 전체 상장채권의 4.4%를 보유했던 외국인투자자들은 국내채권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늘려왔으며, 2012년 2월말 현재 86.4조원, 전체 상장채권의 7.1%를 보유하기에 이르렀다.

2009년이후 기준금리 영향 급감… 되레 미연준 정책에 좌우
글로벌 유동성 커져 외국인투자 급증탓…외부충격 대비를

외국인의 국내 채권투자가 꾸준하게 증가해온 것은 우리 국채의 안정성이나 우리 경제의 기본체력에 대한 신뢰,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수준 등도 주요한 원인이겠지만, 미 연준을 필두로 한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확장적인 통화정책으로 인해 풍부해진 글로벌 유동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특히 2009년 이후 우리 국채금리의 움직임은 미국채 금리와 거의 동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 연준의 통화정책이나 미국 경기 흐름에 크게 좌우되고 있다. 최소한 2009년 이후 금통위의 기준금리는 우리 시장금리에 대한 영향력을 거의 상실했으며, 그 자리를 미국이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들어 경기지표 호전과 회복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미국채 금리는 상승세로 돌아섰으며, 이 영향으로 우리 국채금리도 소폭 상승했다. 그러나 아직 경기회복의 지속성에 대한 신뢰는 부족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물가와 미흡한 고용 개선 등으로 또한번의 양적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남아있다. 향후 전망의 불확실성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경기회복이 강화되건 양적완화가 단행되건 간에, 시장금리의 상승세는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미 연준의 버냉키 의장은 2014년까지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약속”이 아닌 “전망”일 뿐이라는 ‘매파’(강경파) 지역 연준 총재들의 언급을 상기해볼 때, 경기회복의 양상에 따라 미국의 금리인상은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도 있다.

과거 미 연준의 통화정책이 저금리 기조를 마무리하고 긴축국면으로 전환할 때마다 주요국의 금융시장과 글로벌 자금흐름은 큰 영향을 받아왔다. 전세계의 유동성 공급자인 미 연준의 긴축정책 이후에, 대규모의 해외자금 유출로 신흥국이 외환위기에 빠지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우리 경제의 탄탄한 기초체력과 외환보유고, 거시건전성 규제 등을 감안할 때 또한번의 위기를 언급하는 것은 지나치다. 그러나 과도한 가계부채 수준, 그리고 이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부동산시장은 금리 등의 시장여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의 “약한 고리”에 해당한다. 국내적 요인보다 해외 여건의 영향력이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우리 시장금리는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과 별개로 움직일 수 있다. 이는 우리의 가계부채와 부동산시장의 운명이 상당부분 해외환경의 변화에 좌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외부 충격이 야기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사전 대응과 준비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시점이다.

임일섭/농협경제연구소 거시경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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