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에서 둘째로 큰 도시인 치타공에 있는 수출가공공단(CEPZ) 앞에서 2010년 12월12일 공단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인상 지급안 등에 반발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로 영원무역 노동자들, 행인 등이 경찰과 군이 쏜 총에 맞아 여럿 숨졌다. 치타공/AFP 연합뉴스
[심층 리포트]
갭·자라·유니클로 등 생산
글로벌 의류공장 된 방글라데시
의류산업 먹이사슬의 ‘밑바닥’
선진국 자본은 생산비 낮추려
낮은 임금·열악한 환경 방치
갭·자라·유니클로 등 생산
글로벌 의류공장 된 방글라데시
의류산업 먹이사슬의 ‘밑바닥’
선진국 자본은 생산비 낮추려
낮은 임금·열악한 환경 방치
전세계 의류 시장의 크기는 1조7000억달러(1726조원)에 이른다. 경제 규모가 세계 15위인 우리나라가 1년 동안 경제활동으로 새롭게 생산한 부가가치 총합(GDP·1조1300억달러)보다도 훨씬 크다. 지구촌에 사는 70억이 넘는 사람 누구나 옷을 입기에 가능한 수치다.
하지만 그 옷을 만드는 일을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다. 주로 임금 수준이 낮은 가난한 나라의 노동자에게 맡겨지는 일이다. 2차 세계대전 직후엔 일본이, 1970~80년대에는 한국이, 90년대 이후에는 중국이 아시아의 주요한 의류 생산기지였다. 2000년대 이후엔 동남아시아가 세계에서 옷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지역이 됐다.
이들 나라가 의류산업 먹이사슬의 밑바닥에 있다. 먹이사슬의 맨 꼭대기에는 우리에게 친숙한 갭, 자라, 에이치앤엠(H&M), 유니클로, 노스페이스 등 선진국에 뿌리를 둔 글로벌 브랜드가 자리하고 있다. 후진국은 생산비를 낮추려는 선진국 자본의 이해를 충족시킬 수 있는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환경을 제공한다. 이렇게 가난한 나라에서 싸게 만들어진 옷은 유명 브랜드가 부착된 뒤 부자 나라에서 비싸게 팔린다. 이 과정에서 1달러에 만들어진 옷에 3달러를 얹어서 판다는 이른바 ‘1 대 3’의 법칙이 통용된다. 생산기지의 임금이 오른다 싶으면 더 싸게 옷을 만들 수 있는 다른 나라로 옮겨 간다. 이 때문에 공장 이전이란 위협은 현지의 노동권과 임금 상승을 억누르는 가장 큰 무기가 되곤 한다.
세계 최빈국인 방글라데시는 글로벌 의류기업들에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의 임금과 외국자본에 우호적인 경영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방글라데시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의류 수출기지로 빠르게 성장했다. 점점 더 많은 글로벌 의류기업들이 방글라데시로 모여들고 있다. 방글라데시에서 대형 옷공장이 무너지거나 화재로 수천명씩이 죽어나가도 이런 흐름은 전혀 꺾이지 않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매킨지가 2011년 선진국 의류 구매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앞으로 5년 내 중국을 대체할 가장 유력한 국가로 방글라데시가 꼽혔다. 방글라데시가 베트남,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에 견줘서도 저렴한 제조원가와 노동력, 생산시설 확보 면에서 가장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았다.
한국 기업들도 처음에는 주로 중국으로 나갔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방글라데시,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미얀마, 캄보디아 등지로 옮겨 가고 있다. 이들 후진국에 공장을 두고서 주로 선진국 브랜드의 하청을 받아 의류를 생산한다. 세계 의류산업 먹이사슬의 중간단계에 있는 한국 기업들은 글로벌 브랜드에 좀더 싼값에 납품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구조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지난해 방글라데시에 투자한 한국 의류기업 20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방글라데시 의류산업의 중장기 전망에 대해 75%가 ‘현상을 유지하거나 더욱 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맞춰 기업들은 방글라데시에 투자를 유지하거나 더 늘릴 것이다. 한국 의류기업들에 방글라데시는 거의 마지막 ‘정거장’ 같은 곳이다. 베트남에서 의류를 생산해 글로벌 브랜드에 납품하는 한 한국 업체의 간부는 “제품가의 20%가 원가라고 하면, 그중 인건비가 30%를 넘어가면 공장을 옮겨야 한다”며 “지금 거의 30%에 육박해서 방글라데시 등지로 이동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시장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현지 노동권 침해 실태에 대한 감시활동도 본격화하고 있다. 공감과 희망법(희망을 만드는 법), 어필 등 공익 및 인권법 관련 단체 3곳과 민주노총, 국제민주연대 등으로 구성된 ‘기업과 인권 네트워크’는 지난 7~18일 약 열흘 동안 방글라데시에 있는 영원무역 등 한국 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노동권 침해 실태 등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 이 단체는 치타공 외곽에 있는 한국수출가공공단(KEPZ)에서 일하다가 지난 1월 숨진 미싱 보조사 파빈 악터의 유족 등도 면담했다. 이 단체는 방글라데시뿐만 아니라 베트남과 필리핀 등지에 있는 한국 기업의 노동권 침해 실태를 조사해 조만간 그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류이근 유신재 기자 ryuyige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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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페이스 패딩점퍼를 입은 고등학생들이 건널목에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유니클로 매장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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