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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도시재생 성공하려면 ‘주민들에게’ 물어보세요”

등록 2014-12-04 19:02수정 2015-01-11 17:20

김정후 박사. 사진 김성광 기자 <A href="mailto:flysg2@hani.co.kr">flysg2@hani.co.kr</A>
김정후 박사. 사진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짬]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 김정후 박사

건물 새로 짓는 도시 재개발과 달리
주민 모이고 삶의 질 개선이 ‘재생’
도심은 유기체 함부로 옮기면 ‘쇠퇴’
건축학 석박사 거친 도시사회학 박사
유럽 도시 사례 책내고 국내외서 강연
‘도시 재생’이 하나의 커다란 유행이 되고 있다. 기존의 ‘도시 재개발’을 낡은 것으로 밀어내고 도시 정책의 가장 핵심적인 자리를 차지해가고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도시 재생에 대한 정부의 대규모 연구가 이미 이뤄졌고, 국토교통부에는 ‘도시재생과’가 설치됐으며, 지난해 12월엔 ‘도시재생특별법’이 시행됐다. 국토교통부는 전주와 창원(마산)의 도시 재생 시범사업을 거쳐 지난 4월 13개 도시 재생 선도지역을 선정했다. 11월12일부터는 이 가운데 서울·부산·창원·영주 등 네 지역에서 5529억원 규모의 본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11월 <발전소는 어떻게 미술관이 되었는가>(돌베개)를 펴내 유럽의 도시 재생에 대한 큰 관심을 불러일으킨 영국 런던대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지리학과의 김정후(45·사진) 박사를 만났다.

지난주 귀국해 ‘도시 재생 전도사’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는 “도시 재생의 핵심은 그 사업을 추진하는 ‘민주주의적 과정’에 있다. 도시 재생 사업은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도시 재생을 위해서는 그곳에 사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수용하고 반영하는 과정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도시 재생’과 ‘도시 재개발’이 갈라지는 지점도 바로 이 대목이라고 말했다. 그는 “건물과 도시 구조 등 물리적인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도시 재개발이라면, 도시 재생은 쇠퇴한 지역에서 다시 사람들이 만나고 모이도록 경제·사회·환경 조건을 개선하는 것이다.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도시 재생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도시 재생의 결과로 원주민들이 떠난다면 그것은 완전히 실패한 사업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런 맥락에서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 중인 ‘서울역 고가도로 공원화 사업’과 관련해 “그 공원화에 대한 전문가, 주민, 상인들의 요구가 있었습니까?”라고 물었다. 누군가 필요성을 제기하면 그 근거·예산·이용자 등을 검토하고 그 결과에 따라 공원화 여부를 결정해야 맞다는 것이다. 이 사업은 먼저 ‘공원화’를 결정하고 나서 그 이유를 찾는다는 점에서 의사 결정 절차 자체에 상당한 모순이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마찬가지로 지난 4월 정부가 13개 도시 재생 선도지역을 선정하고 11월부터 그 가운데 4곳에서 사업을 시작한 일을 두고서도 그는 비판적이다. 해당 도시들의 쇠퇴 현상이나 정도, 원인을 충분히 파악했는지, 그에 따른 계획을 수립했는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김 박사는 “도시 쇠퇴의 원인이 모두 다른데, 하나같이 공원을 만들고 거리를 조성하고 간판을 정비하고 벽화를 그리고 커뮤니티센터를 짓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도시 재생의 성공을 위해서는 과거에 잘 지어진 산업시설과 주택과 같은 ‘조상의 덕’이 있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예를 들어 세계에서 가장 방문객이 많은 현대미술관인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은 당대 최고의 건축가였던 자일스 길버트 스콧이 설계한 ‘뱅크사이드 발전소’를 개조해서 만들었다. 그러나 그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제주도에서 낡은 영화관과 모텔, 자전거포를 개조해 문을 연 3개의 아라리오미술관을 사례로 들었다. “애초 훌륭한 건축물들은 아니었지만, 훌륭한 전시장으로 개조됐다고 생각한다. 기존 건축물이 나쁘면 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접근하면 된다”고 그는 조언했다.

한국 도시들에서 ‘도시 쇠퇴’가 나타나는 원인 가운데 하나는, 너무 쉽게 기존 도심을 버리고 새로운 도심을 개발하기 때문이다. 그는 “도심을 함부로 옮겨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도심이라는 것은 수십년, 수백년 된 유기체이기 때문에 이를 갑자기 옮기면 예상치 못한 많은 문제점이 생겨나고 그 피해도 말할 수 없이 크다는 것이다. “도시 문제는 좀 더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마지막으로 김 박사는 “도시 재생 정책의 주연은 ‘주민’과 ‘지방정부’가 맡게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 지역의 삶을 모르는 전문가가 나서면 물리적 변화에 치중하기가 쉽고, 중앙정부 역시 성과를 계량화해서 등수를 매기는 데 급급하기 때문이다. 결국 “주민들에게 물어보라”는 것이 도시 재생과 관련한 그의 핵심 메시지였다.

김 박사는 경희대에서 건축공학 학부와 석사를 마친 뒤 영국 배스대학 박사과정을 거쳐 런던정경대학 사회학과에서 도시 재생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건축가이자 도시사회학자다. 2003년부터 영국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매체에 도시·건축·디자인·정치·사회·문화 등에 관한 글을 꾸준히 써왔다. 최근 제이에이치케이(JHK) 도시건축정책연구소를 운영하며 서울시 등 지방정부를 대상으로 강연과 자문 활동을 하고 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사진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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