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신동빈 회장 대국민 사과 앞서 국회에 전달한 ‘상황 설명 자료’
한·일 롯데 분리경영설 차단 의도…말한대로 주주 의견 경청해야
한·일 롯데 분리경영설 차단 의도…말한대로 주주 의견 경청해야
1조6164억→1조5268억 추락
오너리스크에 아찔한 롤러코스터
국민연금도, 소액주주도 속수무책 주총장 못가도 전자투표로 의결권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잘못 소송 등
주주 목소리 반영구조 마련 시급 기관투자자 주주권 행사 모범규준
한국판 ‘스튜어드십 코드’ 서둘러야 이런 현실에서 소액주주와 국민연금 등 다른 주주들은 목소리를 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대국민 사과문과 지배구조 개선책 발표에서도 주주와 소통을 늘리는 대책은 크게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사정은 다른 그룹도 비슷하다. 이에 따라 총수 일가 외 주주가 회사 경영에 제대로 목소리를 낼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주총회 현장에 못 가는 소액주주가 전자시스템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전자투표제나 자회사의 잘못으로 모회사가 손해를 볼 경우 모회사 주주들이 자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 등의 도입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아울러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기관투자자가 주주권 행사를 통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적극 나서기 위해선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가 조속히 제정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 같은 기관투자자가 주주권을 행사할 때 따라야 할 원칙과 절차를 규정한 일종의 모범규준이다. 2010년 영국이 최초로 제정했고, 일본도 지난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한국판 스튜어드십 코드를 상반기 중에 제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까지 초안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형주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지난달까지 태스크포스팀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했고, 현재 이를 토대로 최종안을 만드는 단계”라며 “처음 도입하는 것이다 보니 논의 과정에서 검토할 게 많아서 늦어지고 있지만, 하반기 중으로 최대한 빨리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 채이배 회계사는 “전자투표제·집중투표제·다중대표소송 등 주주권을 강화하는 상법 개정과 아울러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규정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 등이 재벌 개혁의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롯데 사태의 해결을 위해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총 소집, 이사후보 추천 등의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관리감독 당국의 허술함도 총수 일가의 전횡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 계열사를 지배하는 호텔롯데의 대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나 엘(L)투자회사 등의 지분 구조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가, 대기업집단 현황 공시제도가 도입된 지 5년이 지나고 롯데 경영권 분쟁이 터져 여론이 비등한 뒤에야 법적 타당성 논란은 밀어둔 채 슬그머니 정보 요청에 나서는 게 대표적 사례다. 이정훈 김수헌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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