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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회사는 오너 사유물 아니다” 롯데가 이런 말을 왜?

등록 2015-08-13 19:57수정 2015-08-14 15:27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뒤 기자회견장을 나서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신동빈 회장 대국민 사과 앞서 국회에 전달한 ‘상황 설명 자료’
한·일 롯데 분리경영설 차단 의도…말한대로 주주 의견 경청해야
롯데 8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이래 신동빈 롯데 회장이 대국민 사과문과 지배구조 개선책을 발표하기 전날인 지난 10일에 22조7607억원으로 바닥을 쳤다. 처음 보도가 나오기 전날인 지난달 27일에 롯데 시총이 24조4559억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1조6900여억원이 보름 만에 날아가버린 셈이다. 분쟁 초기에 총수 일가의 지분 경쟁에 대한 기대감으로 한때 주가가 올랐지만 결국엔 경영 악재로 인식되면서 이런 결과가 나왔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연금이 보유한 롯데 상장사 지분 평가액도 비슷한 추이를 따랐다.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공개된 롯데쇼핑·케미칼·칠성음료·하이마트·푸드 5개사 지분 평가액을 따져보면, 1조6164억원이 한순간에 1조5268억원으로 약 890여억원이나 떨어져버렸다. 그나마 롯데 시총과 국민연금 지분 평가액은 신동빈 롯데 회장이 악화한 여론을 고려해 11일 대국민 사과와 지배구조 개선책을 발표하면서 반등해 13일 현재 기존 수준을 되찾기는 했다. 하지만 그룹 전체를 통틀어 2.41%밖에 지분이 없는 총수 일가의 ‘오너리스크’에 국민연금은 물론 소액주주까지 주가의 급등락을 경험해야 했던 게 현실이다.

앞서 롯데에서는 총수 일가의 전횡으로 회사가 사유물처럼 이용되는 일도 왕왕 벌어졌다. 신격호 총괄회장의 손자이자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의 장남 장재영씨는 한때 유니엘이라는 회사를 꾸려 2007년까지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등의 인쇄물 일감을 도맡았다. 높은 인쇄 단가로 이익을 독식하는 모양새였다. 당시 롯데쇼핑 이사회는 여기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름을 밝히길 꺼리는 롯데의 한 임원은 “신 이사장이 아들을 챙기려고 한 것이어서 아무도 이를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근 신동빈 회장의 대국민 사과에 앞서 국회와 감독기관에 전달한 ‘롯데그룹 상황 설명 자료’가 한·일 롯데 분리경영설을 부인하면서 “창업자의 ‘친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중략) 그룹의 일부를 지배하게 된다면 (중략) 기업이 일부 오너 일가를 위해서 회사가 분할함에 따라 회사가 오너 일가의 ‘사유물’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고 짚은 것은 아이러니한 모습이다.

국민연금 롯데그룹주 지분 평가액 변화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분쟁 불거진 뒤 보름만에
1조6164억→1조5268억 추락
오너리스크에 아찔한 롤러코스터
국민연금도, 소액주주도 속수무책

주총장 못가도 전자투표로 의결권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잘못 소송 등
주주 목소리 반영구조 마련 시급

기관투자자 주주권 행사 모범규준
한국판 ‘스튜어드십 코드’ 서둘러야

이런 현실에서 소액주주와 국민연금 등 다른 주주들은 목소리를 낼 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대국민 사과문과 지배구조 개선책 발표에서도 주주와 소통을 늘리는 대책은 크게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사정은 다른 그룹도 비슷하다.

이에 따라 총수 일가 외 주주가 회사 경영에 제대로 목소리를 낼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주총회 현장에 못 가는 소액주주가 전자시스템을 통해 의결권을 행사하는 전자투표제나 자회사의 잘못으로 모회사가 손해를 볼 경우 모회사 주주들이 자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 등의 도입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아울러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기관투자자가 주주권 행사를 통해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적극 나서기 위해선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가 조속히 제정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 같은 기관투자자가 주주권을 행사할 때 따라야 할 원칙과 절차를 규정한 일종의 모범규준이다. 2010년 영국이 최초로 제정했고, 일본도 지난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한국판 스튜어드십 코드를 상반기 중에 제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아직까지 초안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형주 금융위 자본시장과장은 “지난달까지 태스크포스팀을 통해 구체적인 내용을 논의했고, 현재 이를 토대로 최종안을 만드는 단계”라며 “처음 도입하는 것이다 보니 논의 과정에서 검토할 게 많아서 늦어지고 있지만, 하반기 중으로 최대한 빨리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 채이배 회계사는 “전자투표제·집중투표제·다중대표소송 등 주주권을 강화하는 상법 개정과 아울러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규정하는 스튜어드십 코드 제정 등이 재벌 개혁의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롯데 사태의 해결을 위해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총 소집, 이사후보 추천 등의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관리감독 당국의 허술함도 총수 일가의 전횡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 계열사를 지배하는 호텔롯데의 대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나 엘(L)투자회사 등의 지분 구조에 대해 별다른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가, 대기업집단 현황 공시제도가 도입된 지 5년이 지나고 롯데 경영권 분쟁이 터져 여론이 비등한 뒤에야 법적 타당성 논란은 밀어둔 채 슬그머니 정보 요청에 나서는 게 대표적 사례다.

이정훈 김수헌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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