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 노소영 나비아트센터 관장.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이 언론사에 편지를 보내 내연녀와 혼외 자녀의 존재를 공개하면서 부인인 노소영 나비아트센터 관장과 이혼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이 이례적 방식으로 ‘고백’을 한 배경과 이혼이 에스케이그룹 지배구조에 끼칠 영향 등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노 관장은 이혼할 뜻이 없다고 주변에 밝혔다.
내연녀·혼외자 이례적 고백
노소영 “가족 지키겠다” 거부 뜻 이혼 이뤄지면 재산분할 등
SK그룹 지분구조 변화 가능성 최 회장은 12월29일치 <세계일보>에 보도된 편지를 통해 “저와 노소영 관장은 십년이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습니다. 이혼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던 중에 우연히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중략) 그러던 중 수년 전 여름에 저와 그분과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노 관장도 아이와 아이 엄마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이혼 논의가 오가던) 그 무렵 시작된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 등”으로 인해 이혼 절차가 늦어졌다며 “노 관장과, 이제는 장성한 아이들이 받았을 상처를 보듬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할 생각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재벌 회장들의 ‘두집 살림’ 스캔들은 그동안 종종 있어 왔다. 최 회장도 수년 전부터 사실상 이혼 상태라는 말이 돌았고 언론에도 보도됐다. 하지만 언론사에 편지를 보내 스스로 불륜 사실을 공개하고 이혼 요구를 공론화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에스케이 안팎에서는 최 회장이 다른 경로로 내연녀와 혼외자의 존재가 폭로되느니 차라리 고백의 형식을 통해 공개함으로써 여론의 비판을 반감시키려 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혼외자 파문으로 ‘불명예 퇴진’을 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사례와 편지 형식을 취하면 자신이 설정한 프레임으로 이번 사안을 대중에게 설명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또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를 언론에 공개한 것을 두고 최 회장이 자신의 이혼 요구를 오랫동안 거부해온 노 관장을 압박하기 위해서라는 해석도 나온다. 노 관장의 아버지인 노태우 전 대통령에 이어 어머니인 김옥숙씨까지 건강이 매우 안 좋아져 당분간 이혼 가능성은 크지 않았다는 게 최근 그룹 안팎의 대체적인 분위기였다.
노 관장은 최 회장의 편지가 보도된 이날 지인에게 “이혼하지 않는다. 세 아이들의 엄마로서 가정을 지키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최근 노 관장을 만난 한 여성계 인사도 “최 회장과의 이혼설 이야기가 나왔는데, 노 관장은 ‘이혼하지 않겠다. 가정을 지키겠다’는 뜻이 강했다”고 전했다.
이혼이 성사돼도 재산 분할과 위자료 지급이 문제로 남는다. 최 회장의 재산은 시가 4조원대 초반인 그룹 지주회사 에스케이㈜ 지분 23.4%가 전부이다시피 하다. 그런데 이마저도 결혼 이후 불린 재산인데다 이혼의 귀책사유도 최 회장에게 있어 지분 상당 부분을 노 관장에게 넘겨야 할 수도 있다. 현재 법원에서는 혼인 중 형성된 재산은 부인 몫을 절반까지 인정해준다.
이 경우 최 회장의 그룹 지배력 약화가 불가피하고, 최 회장 취임 때 낮은 대주주 지분율을 고려해 상속 지분을 포기해준 사촌형(최신원 에스케이씨(SKC) 회장), 친동생(최재원 에스케이그룹 부회장) 등과의 관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여기에 최 회장과 노 관장 사이에서 태어난 20대 자녀 셋 또한 지분이 전혀 없다. 결국 지분 정리 과정이 복잡하고 오랫동안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두번이나 특사로 풀어줬는데 조강지처부터 버렸다’는 여론의 비판도 최 회장이 넘어야 할 산이다.
에스케이그룹의 한 관계자는 “최 회장이 그룹 경영권을 꼭 자녀들에게 넘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안다. 보는 이목이 있는데 (지분 정리나 상속은) 순리대로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노소영 “가족 지키겠다” 거부 뜻 이혼 이뤄지면 재산분할 등
SK그룹 지분구조 변화 가능성 최 회장은 12월29일치 <세계일보>에 보도된 편지를 통해 “저와 노소영 관장은 십년이 넘게 깊은 골을 사이에 두고 지내왔습니다. 이혼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던 중에 우연히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중략) 그러던 중 수년 전 여름에 저와 그분과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노 관장도 아이와 아이 엄마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라고 고백했다. 그는 “(이혼 논의가 오가던) 그 무렵 시작된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 등”으로 인해 이혼 절차가 늦어졌다며 “노 관장과, 이제는 장성한 아이들이 받았을 상처를 보듬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할 생각입니다”라고 덧붙였다. 재벌 회장들의 ‘두집 살림’ 스캔들은 그동안 종종 있어 왔다. 최 회장도 수년 전부터 사실상 이혼 상태라는 말이 돌았고 언론에도 보도됐다. 하지만 언론사에 편지를 보내 스스로 불륜 사실을 공개하고 이혼 요구를 공론화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