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케이(SK)그룹이 최태원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은진혁(48) 전 인텔코리아 사장의 영입을 취소했다.
에스케이그룹은 15일 “은씨가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 통합금융솔루션팀(IFST) 팀장(부사장)으로 영입된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시장과 언론에서 일부 부정적인 여론이 일었다. 또 최 회장의 최측근 또는 비선이라는 오해가 빚어지자, 은씨가 입사를 포기하겠다는 뜻을 밝혀왔고 은씨의 뜻을 존중해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에스케이는 앞서 지난해 연말 인사·조직 개편 과정에서 신규 사업 분야 진출 때 외부 펀딩(자금 조달)과 인수·합병(M&A), 글로벌 기업과의 합작 등을 지원하는 통합금융솔루션팀을 신설하고, 은씨를 팀장으로 영입했다. 은씨는 2000년께 벤처기업인과 재벌 2·3세들 사교모임이었던 브이-소사이어티(V-society)에서 최 회장을 만나 인연을 맺었다.
이후 에스케이는 2005년 에스케이이앤에스(SK E&S·옛 에스케이엔론)의 지분 49%를 맥쿼리로 넘기는데, 이 과정에서 맥쿼리 전무로 일하던 은씨가 최 회장의 신임을 얻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스케이 계열사들은 2009~2010년 은씨가 관여했던 헤지펀드인 하빈저캐피탈에 수천억원을 투자했으나 손실을 입고 손을 떼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은씨 영입이 추진되자 그룹 안팎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회장 측근 낙하산’이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 외부 측근에 또 중책 맡긴 최 회장…그룹 안팎 ‘우려’ 목소리)
에스케이그룹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은씨 과거 전력이나 최 회장과의 관계에 대한 보도가 그룹 경영에 부담이 되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에스케이그룹이 싱가포르에 세웠던 석유 트레이딩 관련 계열사인 버가야인터내셔널과 최 회장의 내연녀 김아무개씨가 외환관리법 위반으로 당국의 조사를 받는 등, 지난해 연말 최 회장의 ‘편지 사건’ 뒤 경영 불안 요소들이 불거지자 은씨 영입 건이라도 빨리 털어내는 쪽으로 정리가 됐다는 것이다.
맥쿼리와 버가야인터내셔널 등에서 은씨와 함께 일했던 부하직원들의 에스케이 입사도 추진됐지만 무산된 것으로 보인다. 에스케이그룹 관계자는 “은씨의 옛 동료를 입사시킬 계획은 없다. 다만 통합금융솔루션팀은 신사업에 진출하는 계열사들에 최적의 금융 솔루션을 제안하는 지원 조직으로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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