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진혁 전 인텔코리아 사장
“이 투자를 성사시킨 중간 역할을 한 맥쿼리의 짐 은(은진혁)은 안철수, 최태원이 있던 브이-소사이어티(V-Society)의 총무였습니다. 그리고 이 계약을 성사시킨 뒤 지금은 싱가포르에 가 있습니다.”
2012년 9월11일 국회 본회의장. 홍지만 새누리당 의원이 대정부 질문 과정에서 은진혁씨 이름을 거론했다. 민자 고속도로 등에 투자해 고수익을 뽑아간 것으로 유명한 맥쿼리가 국민연금기금 등을 동원해 멀티플렉스 체인인 메가박스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뒷거래’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이 거래를 주도한 게 은씨라는 주장이었다.
2007년 맥쿼리는 한국멀티플렉스투자라는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2700억원에 메가박스를 인수했다. 한국멀티플렉스투자에는 국민연금공단이 300억원, 군인공제회가 300억원, 대한지방행정공제회가 700억원을 출자했으며, 1400억원은 대출을 받아 인수 자금을 마련했다. 홍 의원은 매입 당시 용역보고서에서 밝힌 기업 가치보다 1000억원 비싸게 인수가 이뤄졌고, 실제 주식 가치가 반토막이 난 상황인데 “맥쿼리는 수수료 명목으로 137억원, 전 주인이었던 오리온이 경영자문 수수료로 100억을 챙겼다”며 “뒷거래 없이, 아무런 커넥션 없이 이런 거래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냐?”며 당시 김황식 국무총리를 추궁했다.
하지만 ‘뒷거래’나 ‘커넥션’ 의혹은 더 이상 밝혀지지 않았고, 지난해 5월 한국멀티플렉스투자의 메가박스 주식은 애초 투자할 때 자본금과 거의 비슷한 수준인 1520억원에 중앙일보사 계열 제이콘텐트리에 넘겨졌다. 8년 만에 매각하면서도 시세차익을 남기지 못했다는 것은 애초 그만큼 비싸게 샀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지난해 5월 한국멀티플렉스투자의 메가박스 주식은 1520억원에 중앙일보사 계열 제이콘텐트리에 넘겨졌다.
뒷맛이 개운치 않은 거래를 성사시킨 은씨는 어려서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퍼듀대에서 반도체 물리학 석사를 받은 이공계 출신이다. 서른을 갓 넘긴 2000년 인텔코리아 사장에 취임해 업계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는데, 1년이 채 안 돼 하차하는 바람에 정보기술(IT) 업계에서의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은씨는 2000년대 중반 이후 맥쿼리와 헤지펀드인 하빈저캐피탈에서 활동했지만, 언론 접촉을 꺼려 대외적으로 노출된 적이 거의 없다. 그는 <한겨레>의 인터뷰 요청에 거절의 뜻을 밝히면서도 “언론 접촉을 꺼릴 이유도, 일부러 원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이순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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