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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사드 보복 장기화로 중국 판매망 붕괴되는 게 가장 걱정”

등록 2017-07-05 18:24수정 2017-07-05 22:16

현대차 “현지형 신차 내놔도 안먹혀
오래 공들여 쌓은 판매망 와해땐
사드 해결되도 회복에 시간 걸려”

롯데마트 “소방 재점검 안 와”
중국 87개 점포 모두 영업재개 못해
전기차배터리·게임 등 피해 확산
그래픽_김승미
그래픽_김승미
지난해 7월 한·미 양국이 사드 배치를 결정한 이후 1년이 지났으나 중국의 경제 보복에 따른 한국 기업들의 피해는 여러 업종·품목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누적되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중국시장에서 약 5조원대의 매출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산되는 현대·기아차는 오랜 시간 공들여 쌓아온 중국 판매망이 파열되는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판매망이 붕괴되면 사드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회복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지형 신차를 투입하는 등 안간힘을 써도 속수무책이다. 사드 사태 해결 없이는 하반기에도 뾰족한 수가 없다”며 “현지 판매망 균열이 가장 걱정된다. 설령 사드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단기간에 정상 복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는 중국 시장에서 2010년 100만대를 넘긴 이후 연평균 10%가량의 증가세로 판매량을 늘려왔다. 중국은 글로벌 시장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3%로 최대 시장이었다. 사드 요인 등이 겹친 ‘중국 쇼크’로 올해 전체 판매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 그래픽을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현대·기아차를 따라 중국에 동반 진출했던 중소 협력업체들은 더 힘든 상황이다. 베이징에 현지법인을 둔 한 업체 대표는 “사드 갈등이 본격화된 4월 이후 공장 가동률이 40% 안팎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납품 업체 대표는 “사드 문제가 장기화할 경우 시설 투자를 하고 금융 대출을 받은 협력사부터 줄도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외견상으론 중국의 사드발 반한 감정이 조금씩 누그러지는가 싶기도 하지만, 피해 규모는 자동차는 물론 면세점·유통·식품·전기차배터리 등에서 더욱 불어나는 중이다. 중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한 면세점 외국인고객은 지난해 5월 184만명에서 올해 5월 102만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면세산업 매출에서 중국인 고객 의존도는 78%에 달한다. 급기야 한화갤러리아는 지난 3일 제주공항 면세사업에서 전격 철수를 선언했다. 중국 단체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80% 가까이 떨어진데다 사드발 쇼크가 장기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면세사업 특허 기간(2019년 4월)이 종료되기 전에 특허권을 조기 반납했다. 지난해 말 면세점 사업권을 새로 취득한 업체 5곳은 아직 개장일조차 정하지 못한 채 난감해하고 있다. 장선욱 롯데면세점 대표이사는 지난달 12일 사내게시판을 통해 “사드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매출 감소는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를 제외하면 롯데면세점 창립 이후 유례가 없는 충격적인 일”이라고 언급했다.

롯데마트는 중국 당국의 영업정지 처분과 소비자들의 매장 앞 시위 등으로 전체 마트 99개 중 87곳(자율휴업 13곳 포함)이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사업자(롯데마트) 잘못에 따른 영업정지의 경우 직원들에게 임금을 100% 지급해야 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어 영업정지에도 인건비는 계속 지급하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소방법 위반으로 영업 중단 조치가 내려졌는데, 이후에 시정 사항을 점검하고 영업재개 허락을 내줘야 하는데도 현장 재점검을 차일피일 미루며 나오지 않고 있다”며 “특별한 대책이 없어 지역 소방당국을 계속 방문해 요청만하는 상황”이라고 한숨지었다.

초코파이 등을 판매하며 승승장구하던 오리온도 매출 급감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오리온의 4개 중국 공장 매출은 지난 3월 1년 전보다 70% 줄어든 데 이어 4월과 5월에도 각각 65%, 40% 줄었다.

2015년 중국 현지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지은 삼성에스디아이(SDI)와 엘지(LG)화학은 지난해 말부터 중국 정부가 한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은 보조금 지원 목록에서 갑자기 제외하면서 속수무책으로 속이 타고 있다. 지난달 2일 중국당국이 발표한 전기차 보조금 대상 목록에서 또 제외됐다. 중국 정부는 왜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뺐는지에 대해 별다른 설명도 하지 않고 있다.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사드 배치를 둘러싼 경제보복 성격도 있을 수 있고 중국이 자국의 배터리 업체를 간접적으로 보호·지원하려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게임·콘텐츠 기업들의 중국시장 진출과 수출도 정체 내지 둔화 현상을 빚고 있다. 게임을 중국시장에 내놓으려면 텐센트 같은 현지 업체와 손을 잡아 정부의 허가(판호)를 받아야 하는데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 넷마블게임즈의 ‘리니지2 레볼루션’의 경우, 텐센트가 지난해말 판호 신청을 했는데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엔씨소프트도 중국업체를 통해 ‘리니지 레드나이츠’에 대한 판호를 신청해놓고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중국 진출 피해업체들은 한결같이 “새로 출범한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 사드 갈등 국면을 서둘러 타개하고 한-중 경제협력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한재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가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등에 적극 참여하면서 상호간 대체불가능한 협력동반자라는 인식을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양국 모두 사드 갈등으로부터의 출구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완 기자, 산업팀 종합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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